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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공포에 떨게 하는 '외로운 늑대'들

딸기21 2013. 4.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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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국제마라톤대회를 강타한 15일의 참사는 알카에다 같은 국제 테러조직이나 미국 내 범죄조직의 소행이 아닌 ‘외로운 늑대’ 형 단독범의 돌발 공격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요.


미국 CNN방송은 16일 “보스턴 공격 현장에서 수거된 폭발물 잔해 등에서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범행임을 보여주는 징표들이 나타났다”며 “입수하기 쉬운 폭탄제조법을 보고 사제폭탄을 만들어 터뜨린 단독범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울 엄마 부엌에서 폭탄을?!


수사 당국은 폭발 현장에서 수거된 폭발물 잔해 등으로 미뤄 압력솥에 인화성 물질과 쇠조각 등을 집어넣어 터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급조폭발물(IED)’은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 많이 사용하는 공격수법이고,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범들이 아프간 내 ‘테러리스트 양성소’에 들어와 제작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압력솥 폭탄'의 원리 www.theglobeandmail.com

보고 배우지 마셔요... 여러 사람 다칩니다 -_-;;



하지만 이런 사제폭탄 제조법은 알카에다 웹사이트인 ‘인스파이어’를 비롯해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폭탄만 가지고 테러조직에 연계됐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CNN과 타임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반정부주의자들이나 아나키스트들, 극우파들 사이에도 이런 공격법은 널리 퍼져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을 떨게 만드는 '외로운 늑대'들


미국에는 1970~90년대 29차례에 걸쳐 우편물 폭탄 공격을 했던 시어도어 카친스키(일명 ‘유나바머’)나 1995년 오클라호마 주 연방청사 테러를 저지른 티머시 맥베이 같은 단독 테러범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이런 테러범은 특정 집단을 증오하거나 문명파괴를 지향하는 등 개인 성향에 따라 범죄 목적이 다릅니다. 카친스키는 반(反)기술·문명파괴론자였고, 맥베이는 총기규제에 반대하면서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데다 과대망상 기질이 있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연쇄테러를 일으킨 에릭 루돌프는 낙태와 동성애에 반대한다면서 인명을 살상하는 전형적인 ‘극우파 증오범죄자’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9·11 테러를 본떠 2010년에 텍사스 주 오스틴의 연방국세청 건물을 소형 항공기로 공격한 앤드루 스택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부의 구제금융과 경제정책을 비난해오다 범행을 저질렀고요.


이렇게 목적도 성향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외로운 늑대’를 추적하는 작업은 오히려 테러조직 수사보다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공모자가 없거나 극소수인 경우가 많고, 범죄전과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버드대 출신의 인텔리였던 카친스키처럼 주변의 예상을 뒤엎는 인물일 가능성도 있고요.

이 때문에 연방수사국(FBI)은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합니다. CNN 수석 정치평론가 글로리아 보거는 범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흔적도 없고 정보도 없는, 가장 우려스러운 범죄 케이스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엌에, 월마트에... 추적 힘든 사제 폭탄


특히 이번 공격에 쓰인 폭탄은 제작경로를 추적하기엔 ‘너무나 일반적인’ 물건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폭탄의 용기로 쓰인 것은 흔한 압력밥솥이고, 인화물질은 ‘월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는 검은 탄약가루’였습니다.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폭약과 함께 집어넣은 것은 쇠못과 볼베어링, BB탄 같이 흔한 물건들이었습니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런 사제폭탄에는 인화성 물질로 설탕가루나 초콜릿 따위로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스턴 현장에서 폭발과 함께 솟아난 연기가 노란 빛을 띠었다는 점에서, 설탕 같은 유기성 인화물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군용 폭탄이나 화약의 경우 대개 검은 빛이나 회색 연기가 치솟기 때문에 조악한 사제폭탄과는 구별된다고 하네요.


수사요원들이 16일 보스턴의 보일스턴 거리에서 폭발물 잔해를 찾고 있습니다. /AP

전날 열린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 결승선이 있던 곳이죠.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고요.

저 유리조각들 사이에서 폭탄 흔적을 찾아야 하니... 정말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네요. 



현재로서는 단독범 소행으로 보이지만, 북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좌절한 무슬림 청년들을 이용해 테러공격에 나서게 하는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같은 조직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조직들은 스스로 범죄에 나서기보다는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부추긴 뒤 자금과 테러기술을 전해주고 공격을 사주하기 때문이죠. 

알카에다 웹 잡지에 실린 폭탄제조법 기사의 제목은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법(How to Make a Bomb in Your Mom‘s Kitchen)”이었습니다. 

2010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테러를 저지르려 했던 파키스탄계 청년 파이살 샤자드의 경우 미국에서 자란 미국 시민이었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알카에다의 훈련을 받으면서 폭탄 제조법을 익혔고 불꽃놀이용 화약 120개와 압력솥을 이용해 폭탄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스턴 공격, 누가 왜 저지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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