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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마지막 과거청산'

루마니아가 동구권 국가들 중 마지막으로 과거청산 작업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의 압력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옛 공산정권들의 인권탄압과 범죄들을 규명하는 과정의 `최종판'이 될 것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이 18일 전했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옛 공산당 독재정권의 양민 학살과 인권탄압등을 밝힌 660쪽의 정부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공산)정권은 수백∼수천명의 국민을 내쫓고 암살과 처형 등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동유럽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공산정권들의 잘못을 밝혀내고 과거사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들이 벌어져왔다. 체코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해 나온 이듬해인 1993년 곧바로 소비에트 시절의 폐해를 밝히기 위한 법을 통과시켰다. 불가..

2006 올해의 말,말,말

"내 유일한 지지자를 쏘다니." "그래도 난 아내가 도망갈 염려는 없다." 2006년 한 해에도 지구촌은 전쟁과 정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고,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미 정계의 논쟁,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의 건강 문제, 북한 핵문제 등이 세계를 달군 말잔치의 주요 소재들이었다. 지난 2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사냥을 하다가 오발로 변호사 친구를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나자 미 언론들은 일제히 `사람 잡는 체니'를 둘러싼 풍자들을 쏟아냈다. 곤혹스런 처지가 된 백악관을 살려준 것은 뜻밖에도 평소 말실수 많이 하기로 유명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 "체니가 내 하나뿐인 지지자를 쏘았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연일 언론의 질타를 당하던 부시대통령은 이런 농담을 던지면..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피묻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분쟁지역에서 저임금·강제 아동노동 등에 의해 생산돼 거대 다이아몬드 가공회사들로 팔려가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피묻은 다이아몬드)'가 다시 핫이슈로 등장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90년대 시에라리온 내전 당시 다이아몬드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1990년대 아프리카 내전의 원인이 됐던 블러드 다이아몬드 문제가 다시 한번 물위로 떠올랐다. 1캐럿에 50만원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음부지마이는 콩고강을 끼고 있는 광산 지대다. 이 마을 곳곳에는 땅속 깊이 파들어간 구덩이들이 널려 있다. 어린 소년들을 비롯해 동네 남자들은 모두 땅속을 헤짚는다. 맨발에 곡괭이, 허리에는 밧줄을 매고 땅굴로 들어가 다이아몬드를 찾는 ..

알프스에 '눈 없는 겨울'

세계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雪) 없는 겨울'을 맞고 있다. 알프스에 눈이 모자라 세계 스키월드컵이 취소됐는가 하면, 유명 스키장들이 시즌을 맞고도 개장을 못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눈 부족 때문에 겨울 스포츠 시즌이 미뤄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11일 보도했다. 눈이 모자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알프스 관광에 겨울철 경기를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은 날씨 비상이 걸렸다. 천연설로 덮여야할 알프스의 스키리조트들에 눈이 내리지 않는데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인공설조차 만들 수 없는 형편이 됐기 때문. AP통신은 알프스의 스키장에 흰 슬로프 대신 여전히 푸른 초원만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10월 알프스 산지에 위치한 쇨든에서 열릴 예정이던 알파인돚크로스컨트리 ..

이 섬을 아시나요

태평양 한가운데, 남회귀선 바로 아래에 핏케언 아일랜드(Pitcairn Island·지도)라는 영국령의 섬나라가 있다. 면적 47㎢, 인구 45명의 이 나라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선거를 실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나라는 2002년과 2004년에 이어 올해에도 12월24일에 총선을 치른다. 의원 수는 총 8명. 그중 임기 1년의 선출직 의원 5명은 전체 주민투표로 뽑히며, 이 5명이 또다른 1명을 추천한다. 나머지 2명은 국가원수 격인 총독이 지명한다. 원래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거를 치르게끔 돼 있지만 2003년과 2005년은 주민들 뜻에 따라 전년도 선출된 의원들이 계속 자리를 지켜 선거를 생략했다. 이 섬은 원래 타히티계 주민들이 거주하던 곳이었으나 1767년 서양인들에게 존재가 ..

장자일기/ 사람과 미꾸라지

사람과 미꾸라지 23. 자네에게 묻겠네. 사람이 습지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고 반신불수가 되겠지. 미꾸라지도 그럴까? 사람이 나무 위에서 산다면 겁이 나서 떨 수밖에 없을 것일세. 원숭이도 그럴까? 이 셋 중에서 어느 쪽이 거처(居處)에 대해 바르게 안 것일까? 사람은 고기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올빼미는 쥐를 좋다고 먹지.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맛을 바르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원숭이는 비슷한 원숭이와 짝을 맺고, 순록은 사슴과 사귀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놀지 않는가. 모장(毛嬙)이나 여희(麗姬)는 남자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보자마자 물 속 깊이 들어가 숨고, 새는 보자마자 높이 날아가버리고, 사슴은 보자마자 급히 도망가 버린다. 이 넷 중에서 어느..

석탄으로 나는 비행기

삽으로 석탄을 퍼붓는 일꾼들,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질주하는 기관차. 이젠 영화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근대의 풍경'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석탄을 연료로 기차도 아닌 비행기를 움직이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탄 비행기'가 등장하게 된 것. 물론 비행기에 들어가는 것은 석탄 자체가 아닌, 첨단기술로 뽑아낸 `석탄 기름'이다. 석유 고갈 위기를 맞아 석탄을 기름으로 만드는 액화기술이 에너지위기의 활로로 각광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 공군은 최근 B52 폭격기에 석탄에서 뽑아낸 기름을 넣어 움직이게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탄광 지대가 많은 미 북부 몬태나주(州)는 지난 10월 10억 달러를 들여 석탄액화 산업단지를 만들기로 하고 광업회사 아치콜(Ar..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 1, 2 サウスバウンド오쿠다 히데오 (지은이) | 양윤옥 (옮긴이) | 은행나무 | 2006-07-15 이런 풍의 소설, 몇 권 보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식상하지 않고 재미있다. 남쪽으로 튀어! 웬 남쪽? 왜 튀어? 이유는 여러 가지. 고릴라 같은 아빠, 한때 ‘오차노미즈(명문 사립여대)의 잔다르크’였다는 엄마. 애어른 같은 소학생 아들 눈에 저런 부모는 참으로 세상살기 힘든 타입의 인간들이다. 거기다가 나이차이 많이 나는 누나의 정체는 또 뭐란 말인가. 어떤 나라 운동권들은 늙기도 전에 권력 잡아 폼 다 잡으면서도 자기들만 옳은 줄 안다. 그런데 도덕적 카리스마라는 것이, 아무한테서나 나오는 게 아니다. 물정 모르고 철도 없이 순수한 사람, 세상 지저분한 꼴에 말없이 뒤돌아서는 대신 ..

딸기네 책방 2006.12.16

블레어의 굴욕

영국 사상 최연소 총리, 노동당 최다 임기 총리, 3연속 승리를 이끈 최초의 노동당 당수. 영국 정치사에서 여러 신기록을 갖고 있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번엔 다소 치욕적인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현직 총리로서 경찰 수사를 받은 최초의 인물'이 된 것. BBC방송,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이 기업인들에게 돈을 받고 상원의원 자리를 팔았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블레어 총리가 14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경찰관 2명의 조사를 받았다. 변호사는 대동하지 않았으며, 총리 혼자서 조사에 응했다고 총리실 측은 밝혔다. 경찰은 주로 지난해 작위 수여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노동당 지도부와 총리가 어떤 협의과정을 거쳤는지에 대..

부시맨의 힘겨운 승리

`부시맨(bushmen)'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남부의 산(San) 부족이 개발 바람 속에 터전을 잃고 떠돌다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보츠와나 로바체 고등법원은 13일 칼라하리 사막에 살다 쫓겨난 산족에게 `고향에서 자기들 방식대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AP,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산족이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에 거주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의 강제 이주정책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또 "정부가 산족에게 사냥허가조차 내주지 않은 것은 굶어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산족의 전통적 생활방식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원주민 권리 이례적 인정 이번 판결은 원주민들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던 아프리카에서 예외적인 것으로, 절멸 위기에 처한 소수 토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