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루아얄과 메르켈, 여성정치인이라고 다 같은가

딸기21 2007. 3. 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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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여류'라는 수식어는 요즘 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여류'와 어떻게 다른가. 표피적인 언어의 차이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 같은 집단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파월 같은 흑인과 바락 오바마 같은 흑인이 다른 것처럼. 파월,오바마와 '밑바닥 흑인'들 혹은 '보통의 흑인들'이 어떻게 다른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 후보가 독일을 방문, 앙겔라 메르켈(52) 총리를 만난다.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를 이끌고 있는 여성 정치인들의 만남에 유럽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루아얄과 메르켈


두 사람은 여성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정치 성향과 성격 등 모든 것이 정반대여서 이들이 보여주는 상반된 스타일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요즘 루아얄의 지지율은 20%를 넘긴 수준이어서, 과연 결선에 무사히 안착할수나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지만 아무튼 유럽인들 입장에선 (여기 한국에서 외신을 읽는 구경꾼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영국의 대처, 독일의 메르켈, 그 다음엔 '프랑스의 루아얄'이 될수 있을지, 더 나아가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이 될수 있을지가 가장 큰 볼거리인 셈이다.

대선을 한달 반 가량 남겨두고 집권 우파연합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루아얄은 5일 파리를 떠나 베를린에 도착했다. 지난해 레바논, 중국 방문 때 잇단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른뒤 몇달만의 외국 방문이다. 루아얄은 이날 베를린 거주 프랑스인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진데 이어 6일에는 메르켈 총리와 면담을 갖는다. 

루아얄은 이 만남에서 공전 중인 EU 헌법을 부활시키는 문제와 골칫거리로 전락한 유럽 공동 항공기 제조회사 에어버스 슬림화 방안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현재 EU 의장국 자리를 맡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올 상반기 내에 EU헌법을 다시 궤도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EU 헌법은 2005년 프랑스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채택되지 못한채 무산됐었다. 루아얄은 이번 만남에서 자신이 우파 후보에 비해 친(親) EU 입장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아얄은 스스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메르켈 총리에 비견되는 인물을 자처하며 `여성 정치인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 만남의 기회를 내어준 메르켈 총리가 루아얄과 그렇게 호흡을 맞춰줄지는 미지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두 사람의 정치성향이 워낙 달라 이번 만남에서 `의기투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둘은 우선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르다. 기독민주당의 메르켈 총리는 우파이고, 사회당의 루아얄은 좌파다. 메르켈 총리의 경제정책은 세금 인하와 규제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루아얄의 공약은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사회복지 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만남의 현안인 에어버스 경쟁력 강화 문제에서 메르켈 총리는 1만명 규모의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지만 루아얄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감원 계획을 전면 보류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독 출신의 메르켈 총리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루아얄은 프랑스 엘리트들의 산실인 파리 ENA(국립행정학교)를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미디어정치보다 내실을 중시하지만 `미디어 스타' 루아얄은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메르켈 총리는 실용주의자인 반면 루아얄은 이상주의자라는 평을 듣는다. 

메르켈 총리는 2번 결혼했으나 아이가 없고, 루아얄은 결혼 대신 사회당 당수 프랑수아 올랑드와 동거하며 네 자녀를 두고 있다. 메르켈은 성별보다 `현실적이고 강한 정치인'을 지향하지만 루아얄은 여성성과 `부드러운 정치'를 내세운다. 

루아얄은 베를린 방문에 맞춰 독일 언론 슈테른과 가진 인터뷰에서 "메르켈은 이미 페미니스트인데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같은 여성정치인임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메르켈총리 입장에선 이미 한차례 면담을 가졌던 프랑스의 중도우파 사르코지 쪽과 더 마음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은 메르켈이 먼저 만난 것도 루아얄이 아닌 사르코지다. 유럽 두 중심국가에 우파 짝꿍이 탄생할지, 좌우 여걸들이 휘어잡을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여자들이 정치하면 더 잘한다, 이것도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선 그럴싸한 여성 정치인 나오기가 참 힘들어서, 여태까지 국가원수 혹은 거기 최대한 가까운 자리에 간 것이 한명숙 총리 정도인데 별다른 평가를 할만큼 이 총리의 행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전직 개발독재자 따님이 개발독재 기업인보다 더 정치를 잘할 지 아닐 지도 알 수 없고...

그래도 어쨌든 힐러리와 메르켈, 루아얄이 G8이라든가, 힘센 나라 잘난 척하는 장소에서 폼 잡으며 악수하고 하는 모습 보면 재미도 있고 세상 바뀌었구나 하는 기분전환 거리도 되고, '그림'은 괜찮을 것 같다. 덜떨어진 부시 & 블레어 남자정치인들 느글느글한 미소보다는 야심만만 힐러리와 '이쁜 좌파' 루아얄 쪽이 낫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치도 남의 나라 것 보듯하면서 남의 나라 일에나 관심 갖는 '구경꾼'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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