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서 굵직한 환경 뉴스들이 많다보니깐 기후.환경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유엔에서 가장 권위있는 환경 관련기구의, 가장 중요한 보고서 중 하나가 오늘 발표됐습니다. 마침 오늘 밤(9시에서 10시 사이) 라디오 리포트 ^^ 도 있고 하니깐 설명을 올려 놓을께요.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이 2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50년간의 기온 상승에는 인간의 책임이 90% 이상"임을 명시하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 IPCC는 어떤 기구이고, 보고서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1988년 만들어진 IPCC는 유엔의 기후·환경 관련 최고 권위기구입니다. 세계 각국 과학자들 수천명이 참여하고 있고요. 이번 보고서는 IPCC가 2001년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것인데요, IPCC는 1990년 이래 5~6년 간격으로 지금까지 3차례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올해 11월 총회에서 4차 종합보고서가 발표되는데, 이번에 발표된 것은 4차 보고서의 핵심인 과학적 근거 부분을 담은 첫 번째 편입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130개국 과학자 2500명이 모여 지난달 29일부터 문안을 조정하는 작업을 벌였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의 책임이 90% 이상 인간에게 있다고 명시한 것입니다. 6년전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반발 때문에 `인간 책임'을 66%로 표시했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1.8도에서 최대 6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극의 빙산도 2100년이 지나면 여름엔 사라질 것으로 보이고요. 기온이 3도 이상 올라가면 아시아에서 지금보다 1억명 더 많은 사람들이 식량난을 겪게 되고, 4도가 넘게 올라가면 세계인구 절반인 30억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겪게 됩니다. 한여름 극한 무더위, 즉 열파(熱波)와 집중호우도 잦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열대성 허리케인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폭풍우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금세기 내 해수면은 28~58cm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태평양 섬나라, 방글라데시, 네덜란드 등 저지대 침수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한 과학계 평가는.
많은 과학자들은 이번 보고서조차 기후변화의 실제 위협에 비해선 `약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뉴욕타임스 기사). 특히 지구상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 미치는 해수면 상승 문제에서는, 실제 심각성보다 오히려 경고가 완화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독일 포츠담 기후충격연구소의 스테판 람스토르프 박사는 AP 인터뷰에서 "해수면 높이의 경우 그동안의 예측 모델보다 실제 상승이 훨씬 빨랐었다"면서 "보고서에 제시된 것보다 더 빨리, 더 큰 재앙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최근 미국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지구온난화 정보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지난달 30일 미 하원에서는 정부개혁위원회의 기후변화 관련 첫 청문회가 열렸는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과학자들의 연구활동에 압력을 넣으면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감추고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의혹(Climate Spin)이 제기됐었죠. 과학자들이 부시행정부로부터 지구온난화를 입증하는 논문을 고치게 만드는 등의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주요한 압력은 논문에서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 같은 말들을 빼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 등 산업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미국 호주 등은 부정하고 있습니다. 부시행정부는 그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몇몇 환경단체들과 공명심 많은 과학자들이 제조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면서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하고 산업시설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풀어왔지요.
●보고서가 나온 걸 계기로 유럽 쪽이 미국을 맹공격을 했다지요.
이번 회의 개최국인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지금이라도 사인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라크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최소한이라도 의무를 지켜야 한다"면서 "교토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의 생산품에 대해선 유럽 차원에서 탄소세에 해당되는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U 의장국인 독일도 미국에 온실가스를 줄이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 이번 보고서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환경정책도 큰 영향을 받게 되겠군요.
IPCC는 올해 3차례 더 세부사항들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게 됩니다. 이번 것은 과학 연구결과 종합판이고요, 4월초엔 세부 항목별 취약분야 점검 보고서가 나오고 4월 말에는 각국에 권하는 정책제언들이 발표됩니다. 보고서 내용에 따라 각국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