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공룡들도 변해야 산다

딸기21 2007. 1. 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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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도 변해야 산다."

올해 국제사회 최대 화두는 `지구온난화'다. 온난화와 엘니뇨,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대책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됐지만 올들어서는 유독 `그린 어젠다(환경의제)'가 부각되는 느낌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는 24일 연두 국정연설에서 이례적으로 `휘발유 소비 20% 감축' 등 환경의제를 강조했다(바로 직전에 한국의 대통령은 부동산 쪼끔 올랐다면서 언론탓 남탓을 했다;;). 세계에서 힘깨나 쓴다는 자들의 모임인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최대 관심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다. 이같은 분위기는 환경문제를 상대적으로 경시해온 거대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환경의 적(敵)'으로 공격받아온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잇달아 친환경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는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에서 쓰러져가는 공룡으로 추락해버린 제너럴 모터스(GM)가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꿨다고 최근 보도했다. GM은 지난 14일 신형 하이브리드카인 체비볼트(Chevy Volt)를 공개했다. 이 차는 지난해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메이커 자리를 차지한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유럽이나 일본 경쟁사들에 비해 친환경 신기술 투자가 적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 에너지 회사들에 세금 혜택을 주어 `많이 쓰고 많이 태우는' 소비행태를 조장해온 탓이다. 그사이 하이브리드카는 실용화 단계에 이르러 자동차메이커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3대 자동차회사는 뒤늦게 지난주 연방정부에 `배터리개발 5개년계획'을 제출하고 5억달러(4700억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미 정부는 부시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따라 오는 2010년부터 자동차 연비 개선을 시작할 계획이다.

"부시가 바뀌면 기업들도 바뀌나"

미국의 한 과학자단체는 얼마전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5년까지 `지구온난화 현상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퍼뜨리기 위해 43개 단체에 16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해왔다고 폭로했다. 지구온난화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부시행정부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했다. 부시행정부는 지난해 고유가로 엑손모빌 등 에너지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겼을 때에도 이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지원을 해 비난을 받았었다.
부시대통령이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을 누그러뜨리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 해, 엑손모빌도 태도를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은 엑손모빌이 `반(反)환경' 싱크탱크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환경기술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우물을 파내고 환경을 훼손해온 것으로 지탄받던 코카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빌 아이스델 코카콜라 회장은 24일 WEF에 참석해 "코카콜라는 온실가스 방출량과 물 소비량을 줄여 `환경에 남기는 자국(environmental footprint)'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카콜라가 매년 물 사용량을 4%씩 줄이고 있으며,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협의해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온실가스 냉매를 사용하지 않는 냉각설비들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인도에서 수질오염과 살충제 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켜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부딪쳤었다.

문제는 `이니셔티브'

영국 기상청은 올해 엘니뇨와 지구온난화로 세계평균기온이 기상관측 사상 최고로 올라갈 것이라는 예보를 내놨었다. 미 국방부도 향후 20년내 기후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밀보고서를 만들었다 유출된 바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논란거리가 아니라, 누가 먼저 치고 나갈 것인가 하는 `이니셔티브'의 문제로 바뀌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탈(脫) 산업혁명'을 슬로건으로 내건 야심찬 환경정책을 발표했다. 부시대통령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은 교토의정서를 내세운 유럽측의 발빠른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싸움의 성격이 짙다. 국가간에도, 기업들 간에도 환경 주도권을 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외신들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에 밀려 미 부시행정부가 교토의정서에 동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경우 기업들이 느끼는 `환경 압력'이 더욱 커져 변신에 사활을 걸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 상원 전ㆍ현직 외교위원장들은 지난 16일 부시 행정부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 협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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