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보 '왜곡'. 참 편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 몇만명이 죽었고, 지금도 죽고 있다.
지구온난화. 아직도 '지구온난화로 빙산이 녹는다' 하면 '그럼 마실 물은 많아져 좋은 거 아냐' 하는 사람이 있다. 이라크 정보가 됐건, 기후 정보가 됐건, 어느 놈의 장난질 속에 한쪽에선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테러정보, 전쟁정보 축소·왜곡 논란에 이어 이번엔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보 왜곡' 의혹이 제기됐다. 의회 청문회에서는 이른바 `기후 왜곡(climate spin)' 논란이 불거져 나와 정계 핫이슈가 되고 있다고 AP, 로이터통신 등이 30일 보도했다.
이날 미 하원에서는 정부개혁위원회의 기후변화 관련 첫 청문회가 열렸다. 헨리 왝스먼(캘리포니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행정부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대해 압력을 넣으면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감추고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과학자들에게 집중적인 질문을 던졌다.
청문회에서 과학자단체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의 프랜치스카 그리포는 기후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과학자들이 실제 부시행정부로부터 지구온난화를 입증하는 논문을 고치게 만드는 등의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조사대상의 절반인 150명의 학자들이 총 435회에 걸쳐 부시행정부의 정치적 간섭을 받았다는 것. 주요한 압력은 논문에서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 같은 말들을 빼라는 것이었다고 그리포는 설명했다.
정부 기후자문위원으로 일하다 2년 전 "지구온난화 연구 결과를 축소 발표하라"는 압력을 받고 사임한 릭 필츠는 미국 석유협회 로비스트 출신인 필 쿠니 전 백악관 환경비서관이 과학자들에게 압력을 넣는 주도적인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쿠니는 비서관직을 사임한 뒤 석유회사 엑손모빌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기후학자 드루 신델도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미디어에 공개하지 말라는 위로부터의 압력을 받고 있다"며 NASA 상층부의 압력을 털어놨다.
부시행정부는 그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몇몇 환경단체들과 공명심 많은 과학자들이 제조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며 "온실가스 등 산업 요인 때문에 기후가 달라진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었다. 부시대통령은 집권 뒤 이같은 논리를 근거로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하고 산업시설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풀었다.
`기후 왜곡' 논란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뉴욕) 상원의원과 배럭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앞다퉈 부시행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하며 "의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등은 백악관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지구온난화를 부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엔 정부 쪽 관리들은 출석하지 않았으나 조사가 진행되면 `기후 스캔들'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AP는 내다봤다. 다음달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가 발표되면 기후변화와 환경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IPCC는 2001년 1차 보고서에서 미국의 압력에 밀려 "기후변화에서 인간의 책임은 60% 정도"라고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90%이상 인간 책임"임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온난화 막자’ 이런 아이디어도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곳곳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유럽에선 논란이 한창이고, 미국에선 정부와 기후학자들 간에 `연구 압력'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온난화 위기'는 지구촌 곳곳을 논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환경오염시키는 차들, 주차요금 더내!"
영국 런던 서쪽 리치먼드시는 오는 5월부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에 따라 주차요금을 차등 부과하기로 하고 새 주차요금 기준표를 30일 공개했다. 지금까지는 일률적으로 차 한대 당 연간 100파운드(약18만원) 가량의 주차료를 냈으나, 새 기준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차들은 주차료가 약 300파운드로 뛰어오른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들은 주차료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리치몬드 시민협의회의 서지 루리 의장은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 최대 이슈"라면서 "우리가 뭔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풀뿌리 환경단체들은 시의 결정을 지역환경운동의 큰 성과로 받아들이며 기뻐하고 있다. AP통신은 런던 시내 몇몇 지역을 비롯해 9개 지역 시민협의회가 비슷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동차 소유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시행 과정에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통신은 전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등 온실가스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같은 유럽에서도 자동차공업이 특히 강한 독일 등은 차량 배기가스 규제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같은날 "EU 차원의 차량 배기가스 규제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NFL, `경기장 앞 나무심기'
다음달 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돌핀스 스타디움에서는 시카고 베어스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간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전(수퍼볼)이 개최된다. 미국인들이 열광해마지않는 수퍼볼을 앞두고 스타디움 주변에서는 때아닌 나무심기 공사가 한창이다.
마이애미 시는 수퍼볼 당일 돌핀스 스타디움에 1200대의 차량이 들어찰 것이고, 5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었다. NFL은 수퍼볼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망그로브(바닷가에 자라는 관목의 일종)를 심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8월부터 플로리다 토종 망그로브 3000그루를 심기 시작했다. 이 나무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흡수능력이 뛰어나 대기오염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FL은 "이번 경기는 `이산화탄소 피해 없는(carbon-neutral) 대회'로 만들겠다"며 오는 5월까지 나무심기를 계속해 마이애미 주민들에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수퍼볼에서는 망그로브와 온실가스의 대결도 볼만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