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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최초의 인류

루시, 최초의 인류 The Beginnings of Humankind도널드 조핸슨. 진주현 해제, 이충호 옮김. 김영사. 미국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루시'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 이렇게만 적으면 너무 썰렁하다. 문제의 '루시'는,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존재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책을 읽고 있던 우리 딸도 "엄마가 읽던 책에 나온 '루시'가 여기에도 나왔어요!" 하면서 제 책을 들이밀 정도이니 말이다. 아파르 지역에서 나왔다 해서 '호모 아파렌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루시는 1974년 발굴됐다. 저자는 루시를 발굴하기까지의 과정, 루시의 발굴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고인류학..

도쿄 대공습과 커티스 르메이

1945년 3월 10일 새벽, 미군 B29 폭격기 340여대가 2400톤이 넘는 소이탄을 일본 도쿄에 떨어뜨렸습니다. 몇개월 뒤 히로시마·나가사키 핵폭탄 투하로 이어지는 미국의 일본 패퇴작전의 서막인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그 몇년 전부터 태평양전쟁을 벌여 아시아 거의 대부분 지역을 전쟁터로 만들었지만 정작 일본 ‘본토’의 국민들은 전쟁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 주요 전선에서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군국주의 정부의 선전이 사실이 아님을, 미국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적을 상대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 바로 이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이미 도쿄는 1923년의 간토 대지진으로 한차례 초토화된 뒤였습니다. 20여년 동안 도쿄를 재건하면서 일본 당국은 ..

공원의 모범, 도쿄 세타가야 공원

역시 지난해 가을의 풍경입니다. 도쿄 시내 세타가야(世田谷) 구에 있는 세타가야 공원에 갔습니다. 먼저 사진부터 보시죠. 왜 제가 '공원의 모범'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였는지. 공원 뒷문으로 들어섰습니다(앞문이라 해봤자 거대한 정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들 음식을 하고 있네요. 얼핏 보면, 무슨 난민촌(?) 같아 보입니다. 깔끔하게 단장된 '콘크리트 공원'들과는 영 다릅니다. 날이 조금 쌀쌀했습니다. 국물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싼 값에 팝니다. 이 공원의 놀이활동을 돕고 관리하는 시민단체에서 하는 겁니다. 여기도 난민촌;; 분위기... 여기저기 나무에 로프를 매달았습니다. 바닥엔 비닐을 깔아놓고, 거기에 물을 받아놨습니다. 이겁니다. 앞에 쓰여있는 일본어는 '스타트(start)'. 여기가 출발지점..

지난 가을, 카루이자와

지난해에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소소하게 여행도 다니고 했건만,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던지라... 예전 집에선 사진을 다 뽑아 액자에 걸어두고 앨범에 정리하는 일이 재미 중 하나였는데, 지난해에 어수선하게 지내느라 통 사진도 정리하지 못했다. 사진이라 해봤자, 아이폰 생긴 뒤로는 내 손에 디카를 들고다니는 일도 없고 해서 별로 찍지도 않았고. 그나마 아지님이 얻어온 삼성 디카에 몇장 담겨 있는 것을, 어제야 랩톱에 연결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건진, 카루이자와(軽井沢) 풍경 몇 장. 제법 추웠다. 지난해 10월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다이어리조차 어디에 틀어박혀있는지 모르는 형편이라 확인 불가능 -_-;;) 카루이자와가 유난히 추웠다. 나가노(長野) 현 키타사쿠(北佐久) 군에 있으니 도쿄보다 북..

읽은 책들, 그리고 요즘 생활

날이 화창하다. 집안에서 내다보기에는. 어제도 그랬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실제 기온은 쌀쌀하다. 서울보다야 도쿄가 따뜻하다지만, 바람이 많이 분다. 어제는 하루 종일 꼼양과 집안에만 있었다. 둘이 자전거 타고 나들이하는 것 외에는, 둘 다 집안에 콕 박혀서 지내는 지금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늘 가던 카페에도 책 읽으러 가지 않았고, 그 대신 '해품달'과 '하이킥 역습'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놀았다. 먹을거리는 계속 걱정이다. 며칠 동안 '물채소'라는 것을 많이 사다먹었다. 한자로 水菜라 써있는데 우리말 이름은 모르겠다. 한국에선 본 적이 없는, 아무런 맛도 향기도 없어 오히려 아무 음식에나 넣어 먹기 편한 채소다. 그리고 늘 그렇듯 두부, 오뎅, 꼼양이 '유두부'라고 부르는 살짝 튀긴 두부..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인식을 호도하는 잘못된 제목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 그들이 세계를 돕는 이유 카너 폴리 저/노시내 역 | 마티 | 원서 : The Thin Blue Line: How Humanitarianism Went to War (2008) 책을 처음 접할 때부터 제목이 좀 지나치다 생각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은 인도주의 구호기구 활동가로 일해온 저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 '인도적 지원' '인도주의 구호활동'의 실상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유엔난민기구 등에서 일했다는 저자는 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구호활동가'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을 생생히 전한다. 그 중에는 구호활동의 한계나 구호기구의 관료주의 문제, 구호기구의 예산 쓰임새, 구호기구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 기금을 ..

딸기네 책방 2012.03.06

'로마노프 가의 비극' 그리고 보리스 옐친

솔직히 저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 그러니까 '마지막 차르 일가의 비극'이라든가... 뭐 이렇게 극적인 요소를 한껏 강조한 이야기나 미스테리나 그런 따위를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 그리고 러시아 혁명이라는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로마노프 가의 비극' 같은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 생각합니다만...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러시아인들 혹은 유럽인들에게 마지막 황실 따위가 무엇이었기에'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정서' 상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리스 옐친의 사과연설이라는 지점에 이르자 결국 이 모든 것이 '정치적인 문제'였음이 확실해졌다고 할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죠. 다 아시다시피, 1917년 세계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혁명이 러시아에서 일어났습니다...

[홈스쿨링] 엄마와 딸, 도쿄 생활 시작하다

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서 용기를 내어 선택한 반년 동안의 홈스쿨링. 실은 뭐 엄청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겨우 6개월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려 했는데 상미언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어느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요니 홈스쿨링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소개하지 않겠느냐고. 별것도 아닌 것으로 유세떤다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요니와 엄마에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기간이 될 것 같아서 큰 부담 없이 적어볼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 삼아 간간히 올려두려고 합니다. 홈스쿨링을 결정하기까지... 아무래도 가장 큰 동력은, 요니가 6개월의 짧은 일본 체류기간 동안 도쿄의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었겠죠. 일본 생활에..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나일등 옮김. 후마니타스. 지난해 말부터 이것저것 일처리할 것들이 많아...라고 핑계를 대기엔, 이 책을 좀 오래 붙잡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일본 왔다갔다 할 때부터 손에 들고 다녔고, 서울 집에서는 바닥에 굴려두고 틈날 때마다 읽는다고 읽었는데... 548쪽에 이르는 얇지 않은 책이라 쳐도, 몇달에 걸쳐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미국 저술가들의 '저널리스틱한 글쓰기'와는 좀 다르다. 앨런 와이즈먼 같은 재미는 없지만, 좀 중구난방이기는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천착한다는 느낌이랄까. 책에는 미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오만가지 '가난하게 되어버린 이유'들이 백과사전처럼 펼쳐진다. 진보-보수(민주-공화)의 진영논리를 떠나 가난에..

딸기네 책방 2012.03.01

'아프리카의 뿔'에서 100년 동안 벌어진 일

소말리아 ‘해적들’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는 곳입니다. 아프리카 동부, 아라비아 반도 남단과 마주보고 있는 뿔처럼 튀어나온 지역을 가리키지요. 좀 더 동쪽으로 시야를 넓히면 인도양을 사이에 두고 인도 아대륙과 마주하고 있고요. 이 일대는 아프리카의 동부 해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예멘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많았습니다. 좀 더 북쪽에 있는 케냐나 탄자니아 같은 나라들도 인도, 이슬람권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지역이고요. 제가 너무나 가보고 싶어 하는 현재의 탄자니아 땅인 잔지바르 섬은 인도양 해양문화와 이슬람 문화, 아프리카 문화, 그리고 근대 식민지 시절에 이식된 유럽 문화가 중첩되어 다채로운 풍광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