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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들, 그리고 요즘 생활

날이 화창하다. 집안에서 내다보기에는. 어제도 그랬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실제 기온은 쌀쌀하다. 서울보다야 도쿄가 따뜻하다지만, 바람이 많이 분다. 어제는 하루 종일 꼼양과 집안에만 있었다. 둘이 자전거 타고 나들이하는 것 외에는, 둘 다 집안에 콕 박혀서 지내는 지금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늘 가던 카페에도 책 읽으러 가지 않았고, 그 대신 '해품달'과 '하이킥 역습'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놀았다. 먹을거리는 계속 걱정이다. 며칠 동안 '물채소'라는 것을 많이 사다먹었다. 한자로 水菜라 써있는데 우리말 이름은 모르겠다. 한국에선 본 적이 없는, 아무런 맛도 향기도 없어 오히려 아무 음식에나 넣어 먹기 편한 채소다. 그리고 늘 그렇듯 두부, 오뎅, 꼼양이 '유두부'라고 부르는 살짝 튀긴 두부..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인식을 호도하는 잘못된 제목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 그들이 세계를 돕는 이유 카너 폴리 저/노시내 역 | 마티 | 원서 : The Thin Blue Line: How Humanitarianism Went to War (2008) 책을 처음 접할 때부터 제목이 좀 지나치다 생각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은 인도주의 구호기구 활동가로 일해온 저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 '인도적 지원' '인도주의 구호활동'의 실상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유엔난민기구 등에서 일했다는 저자는 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구호활동가'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을 생생히 전한다. 그 중에는 구호활동의 한계나 구호기구의 관료주의 문제, 구호기구의 예산 쓰임새, 구호기구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 기금을 ..

딸기네 책방 2012.03.06

'로마노프 가의 비극' 그리고 보리스 옐친

솔직히 저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 그러니까 '마지막 차르 일가의 비극'이라든가... 뭐 이렇게 극적인 요소를 한껏 강조한 이야기나 미스테리나 그런 따위를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 그리고 러시아 혁명이라는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로마노프 가의 비극' 같은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 생각합니다만...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러시아인들 혹은 유럽인들에게 마지막 황실 따위가 무엇이었기에'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정서' 상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리스 옐친의 사과연설이라는 지점에 이르자 결국 이 모든 것이 '정치적인 문제'였음이 확실해졌다고 할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죠. 다 아시다시피, 1917년 세계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혁명이 러시아에서 일어났습니다...

[홈스쿨링] 엄마와 딸, 도쿄 생활 시작하다

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서 용기를 내어 선택한 반년 동안의 홈스쿨링. 실은 뭐 엄청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겨우 6개월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려 했는데 상미언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어느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요니 홈스쿨링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소개하지 않겠느냐고. 별것도 아닌 것으로 유세떤다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요니와 엄마에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기간이 될 것 같아서 큰 부담 없이 적어볼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 삼아 간간히 올려두려고 합니다. 홈스쿨링을 결정하기까지... 아무래도 가장 큰 동력은, 요니가 6개월의 짧은 일본 체류기간 동안 도쿄의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었겠죠. 일본 생활에..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나일등 옮김. 후마니타스. 지난해 말부터 이것저것 일처리할 것들이 많아...라고 핑계를 대기엔, 이 책을 좀 오래 붙잡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일본 왔다갔다 할 때부터 손에 들고 다녔고, 서울 집에서는 바닥에 굴려두고 틈날 때마다 읽는다고 읽었는데... 548쪽에 이르는 얇지 않은 책이라 쳐도, 몇달에 걸쳐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미국 저술가들의 '저널리스틱한 글쓰기'와는 좀 다르다. 앨런 와이즈먼 같은 재미는 없지만, 좀 중구난방이기는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천착한다는 느낌이랄까. 책에는 미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오만가지 '가난하게 되어버린 이유'들이 백과사전처럼 펼쳐진다. 진보-보수(민주-공화)의 진영논리를 떠나 가난에..

딸기네 책방 2012.03.01

'아프리카의 뿔'에서 100년 동안 벌어진 일

소말리아 ‘해적들’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는 곳입니다. 아프리카 동부, 아라비아 반도 남단과 마주보고 있는 뿔처럼 튀어나온 지역을 가리키지요. 좀 더 동쪽으로 시야를 넓히면 인도양을 사이에 두고 인도 아대륙과 마주하고 있고요. 이 일대는 아프리카의 동부 해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예멘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많았습니다. 좀 더 북쪽에 있는 케냐나 탄자니아 같은 나라들도 인도, 이슬람권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지역이고요. 제가 너무나 가보고 싶어 하는 현재의 탄자니아 땅인 잔지바르 섬은 인도양 해양문화와 이슬람 문화, 아프리카 문화, 그리고 근대 식민지 시절에 이식된 유럽 문화가 중첩되어 다채로운 풍광을 가진..

세계 라디오의 날

아시나요. 2월 13일은 ‘세계 라디오의 날’(THE WORLD RADIO DAY)이라는 것을. 유네스코는 13일 전 세계 라디오 방송 제작자들을 프랑스 파리 본부에 초청해 첫 번째 ‘세계 라디오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총회에서 교육, 표현의 자유, 공개 토론, 속보 전달 등의 매개체가 된 라디오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2월13일을 ‘세계 라디오의 날’로 지정했지요. 올해 행사에서는 라디오 방송 제작자들 간의 협력을 넓히고, 각국 정책 결정자들에게 ‘라디오를 통한 정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로 열렸다고 합니다. 유네스코의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라디오는 가장 넓은 청중에게 도달하는 대중매체”라며 “특히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계층도 이용 가능한 매체”라는 점을 강..

요니가 공부할 것들

올 1학기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와 홈스쿨링을 하기로 했다. 늘 꿈꾸던(엄마는 살짝, 요니는 강력하게;;) 홈스쿨링. 이미 엄마표 공부의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엄청난 어려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며칠 전 신문에 난 엄마표 영어학습의 조건에 대한 기사를 둘이 함께 읽어보면서 간이 체크를 해봤다. 핵심은 이거다. "엄마표 영어가 성공하려면 엄마가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여기에 상당한 수준의 정보력과 학습 관리 능력, 시간 투자 등이 필요하다. 자녀 역시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순응적이고 성실한 성향의 아이들이 성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니는 저기서 '순응적이고 성실한 성품'이라는 말에 feel 꽂혀서... 마구마구 애용하고 있다 -_- ) 암..

765 송전탑

밀양 농민 분신사망, 영남권 ‘탈핵운동’ 비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한 70대 농민의 분신이 영남권 탈핵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와 환경단체는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를 구성하고 핵발전 포기를 촉구했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 초고압(75만6000Ⅴ) 송전선로 건설이 분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낳았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오후 8시.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주민 이치우씨(74)가 몸에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오전 4시쯤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장비를 동원, 송전선로 공사를 강행했다. 몸싸움이 벌어졌으나 한전 측이 동원한 용역을 고령의 주민들은 당해낼 수 없었다. 이씨는 한전 측이 저녁 늦게까지 철수하지 않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이뤄..

간디의 '큰 재판'

영국은 1차 대전 기간 인도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인도방어규제법(Defence of India Regulations Act)이라는 것을 도입했습니다. 일종의 전시 비상계엄령 비슷한 억압적인 법률이었습니다. 당초 이 법은 한시적인 것이었고, 인도인들은 전쟁이 끝나면 영국 제국 안에서 어느 정도 독립성이 보장된 자치령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 3월 영국 당국은 롤랫 법(Rowlatt Act)을 만들어 인도방어규제법을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배신당한 인도인들과 영국의 학살 법률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 1869-1948), 훗날 세상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