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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니와 함께 한 월요일

요니와 함께 한 월요일...은 사실 말이 안 된다. 왜냐? 우린 계속 함께 있으니까... 홈스쿨링하는 자들의 즐거움이랄까... 하지만 오늘은 요니와 제법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냈다. (여담이지만 요니와 엄마 사이에 '파란만장'은 유행어 같은 말이다. 라는 음모로 가득찬 막장 고전소설을 요니가 읽은 뒤로 이 말을 애용하고 있기 때문...) 아침에 요니는 수학 문제집도 풀고, 영어로 된 책도 한 권 읽었다. 그리고 엄마와 요니는 점심 먹고 자전거 타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쌈지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날씨는 느무 좋았다. 바람이 셌지만 덕분에 세탁기 두 번 돌려 오후에 외출하기 전까지 모두 말려 걷어두었고... 오늘은 온타케산의 늘 가던 카페 대신 좀 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었..

그들이 온 이후

지난 토요일에 딸과 함께 도쿄 우에노의 국립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 다녀왔다. 잉카 문명의 여러 면모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잉카 유물도 구경시켜주는 전시회였다.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열리는 '무슨무슨 문명 전시회'와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일본의 전시 수준은 그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일본인 학자의 해설 동영상은 물론이고 3D입체 영상까지 있어서 초등학교 5학년 딸도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전시회의 부제는 '마추피추(우리식 표기는 마추픽추) 발견 100년'이었고, 전시품 중에는 유골(두개골)과 미라도 있었다. 그런데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황제 아타우알파의 처형 장면을 담은 1분여 짜리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스페인 침략자들의 잔인한 원주민 학살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는 점이었다. ..

딸기네 책방 2012.05.22

추억의 ABE 목록- 원제/작가/재출간

인터넷에서 퍼다 모으고, 제가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원래의 ABE는 해적판(당시엔 저작권 개념도 없었지만)에다가 일어책 중역 의혹이 짙은 것들도 많아서, 책 이름 저자 이름이 좀 엉망입니다... 책이야 더할나위 없는 것들이었지만 ㅎㅎ ABE 1 : 나의 학교 나의 선생 (조반니 모스카, 허인 역) 추억의 학교 / 조반니 모스카 / 김효정 (옮긴이) / 우리교육 Ricordi di Scuola / Giovanni Mosca ABE 2 : 조그만 물고기 (에릭 크리스챤 호가드, 박순녀 역) The Little Fishes / Erik Christian Haugaard ABE 3 : 형님 (제임스 콜리어, 이가형 역) My Brother Sam Is Dead / James Lincoln Collier ABE ..

[2012 태국] 방콕의 스님들이 사는 곳

방콕 여행 네째 날. 아침에 모처럼 일찍부터 움직여보자 해서, 60바트 내고 뚝뚝이 타고 카오산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 대리석 사원에 갔습니다. 원래 이름은 왓 벤짜마보핏(Wat Benchamabophit)인데 대충 '대리석 사원(Marble Temple)'이라고 부릅니다. 1899년 출라롱꼰 왕 시절에 이탈리아 대리석을 수입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근처에 두싯(Dusit) 왕궁과 거기 딸린 전시관, 두싯 동물원 등이 몰려 있어요.... 음... '몰려'있다고 하기엔 드넓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대리석 사원은 두싯 왕궁 짓고 나서 거기 사는 왕실 일가를 위해 신축된 것이니, 큰 범주로 봐서 하나의 구역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리석 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부를 온통 대리석으로 마..

일본 채소 고야

일본에서 늘 궁금했던 것, 고야.원래 오키나와 지역에서 많이 먹던 채소라고 한다. 애호박 크기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우툴두툴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며칠전 용기를 내어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나서도 다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어제 요리;;를 했다. 먼저 사진부터. 오키나와 미군기지 주변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처럼 깡통 음식(햄 종류)들과 두부와 계란과 숙주 등등을 볶아서 먹는 '고야 찬푸루'라는 음식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새우와 함께 볶았다. 아지님 말로는 일본 사람들은 주로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먹는다고 하는데, 고야 찬푸루의 출생을 보면 오키나와 섬이라는 특성상 돼지고기보다는 두부, 계란과 함께 볶는 게 원조인 것 같다. 나는 새우볶음에 고야..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Who Sings the Nation-state?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대담 | 산책자 | 2008년 07월 굉장히 어려우면서, 또한 재미있었다.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주디스 버틀러와 가야트리 스피박은 모두 여성이다. 버틀러는 젠더와 관련된 정치이론을 발전시켜온 사람이고, 스피박은 서발턴 문제에 천착해온 사람이다. 책은 '국가/민족국가/주권'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담을 싣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도, 서발턴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하지만 소수자의 감수성이 물씬 묻어난다. 여성, 원주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긴 자들, 팔레스타인의 난민들, 이 모든 소수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젠더 문제에 대해 정색하고 고민하거나 공부해 본 ..

딸기네 책방 2012.05.19

5. 로마로 들어온 이민족들

5. 4-6세기 이민족의 이주 로마 제국이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지면서 오늘날 동유럽과 서유럽을 가르는 '문화적 단층선'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지난번에 했는데요. 문화·역사적으로 본 ‘유럽’은 그레코-로마 전통, 기독교, 그리고 이른바 ‘야만인’이라 불렸던 ‘새로운 민족들’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형성됐습니다. 그 중 앞의 두 가지 요소들은 4세기가 시작될 무렵 이미 지중해의 로마 세계에 있었던 것들이고, 맨 마지막 요소는 4-9세기에 걸쳐 로마 제국의 영토 안으로 비(非) 로마계 민족들이 이주해 들어오면서 덧붙여졌습니다. 이 세 가지 문화적인(이럴 때엔 '사회적인' 혹은 '민족적인' 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요소가 없었다면 유럽의 동과 서를 가르는 선은 그저 지리적 구분선 정도로만 남았을지도..

[2012 태국] 그랜드 팰리스 '이보다 화려할 수는 없다'

평소 싼티, B급, 삼류 취향이기는 했지만 저도 제가 이렇게 화려한 걸 좋아하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방콕 도착한 첫날 싸롱을 안 가져가 1차 시도에 실패하고 사흘째 날 마침내 들어갈 수 있었던 그랜드 팰리스!!! 그런데 싸롱을 챙겨넣은 요니 가방을 또 다시 안 들고 제 가방만 들고간 탓에, 비싼 뚝뚝 타고 궁전 앞까지 갔다가 2차 시도에마저 실패하고 다시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가... 그러면서 더위에 지쳐;; 점심 때에야 다시 나와서 무려 3차 시도 끝에 들어갔습니다. 젠장.. 입장료가 1인당 400바트,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1만6000원 정도. 그런데 초등학생도 성인 요금 받더이다... 태국에서는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가 아니라 키가 120cm 넘느냐가 기준이더군요.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공식 ..

[2012 태국] 나무와 하나가 된 부처님

아유타야에서는 이 사원, 저 사원을 돌아다니며 유적 구경을 했습니다. 그 중에는 폐허가 되어 간신히 형태만 남은 것도 있고,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화려한 부처님 집도 있었습니다. 먼저, 화려한 쪽부터. 물론 아유타야에서 화려하다 해봤자 방콕의 그랜드 팰리스를 비롯한 금칠 쳐바른(부처님 죄송;;) 사원들처럼 번쩍거리지야 않지요. 하지만 왓 야이 짜이몽콘(Wat Yai Chaimongkon)은 아유타야의 세계문화유산 사원들 중에서 눈에 띄게 화려하고 큰 축에 속한답니다. 부처님들에게 노란 옷을 입혀놨어요. 동남아 소승불교 스님들이 흔히들 입고 다니는 옷 색깔이죠. 사프란 색이라 하나요. (여담이지만, 이태원 할랄 가게 아저씨한테 들은 바로는 사프란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향신료라고 해요) 저기에..

[2012 태국] 아유타야, 부처님 발바닥을 보다

요니와 둘이서 방콕 여행 다녀왔어요, 지난 달에. 사진과 함께 글 올려야지 해놓고 게으름 피우다 보니 어느 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네요. 이것은 남들 일하고 공부할 때 신나게 놀고온 자들의 자랑질이자, 마흔 두 살 엄마와 열 한 살 딸이 함께 보낸 봄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기입니다. 출발은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밤 10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떠났습니다.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방콕 시간 일요일 아침 7시 쯤. 택시요금 바가지 옴팡 뒤집어쓰고 카오산 거리에 가까운 람부뜨리 빌리지 인(Rambuttri Village Inn)으로 갔습니다. 아고다를 통해 미리 예약해뒀고요(2008년 발리 여행할 때부터 호텔 예약에 아고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