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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채소 고야

일본에서 늘 궁금했던 것, 고야.원래 오키나와 지역에서 많이 먹던 채소라고 한다. 애호박 크기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우툴두툴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며칠전 용기를 내어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나서도 다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어제 요리;;를 했다. 먼저 사진부터. 오키나와 미군기지 주변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처럼 깡통 음식(햄 종류)들과 두부와 계란과 숙주 등등을 볶아서 먹는 '고야 찬푸루'라는 음식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새우와 함께 볶았다. 아지님 말로는 일본 사람들은 주로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먹는다고 하는데, 고야 찬푸루의 출생을 보면 오키나와 섬이라는 특성상 돼지고기보다는 두부, 계란과 함께 볶는 게 원조인 것 같다. 나는 새우볶음에 고야..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Who Sings the Nation-state?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대담 | 산책자 | 2008년 07월 굉장히 어려우면서, 또한 재미있었다.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주디스 버틀러와 가야트리 스피박은 모두 여성이다. 버틀러는 젠더와 관련된 정치이론을 발전시켜온 사람이고, 스피박은 서발턴 문제에 천착해온 사람이다. 책은 '국가/민족국가/주권'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담을 싣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도, 서발턴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하지만 소수자의 감수성이 물씬 묻어난다. 여성, 원주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긴 자들, 팔레스타인의 난민들, 이 모든 소수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젠더 문제에 대해 정색하고 고민하거나 공부해 본 ..

딸기네 책방 2012.05.19

5. 로마로 들어온 이민족들

5. 4-6세기 이민족의 이주 로마 제국이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지면서 오늘날 동유럽과 서유럽을 가르는 '문화적 단층선'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지난번에 했는데요. 문화·역사적으로 본 ‘유럽’은 그레코-로마 전통, 기독교, 그리고 이른바 ‘야만인’이라 불렸던 ‘새로운 민족들’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형성됐습니다. 그 중 앞의 두 가지 요소들은 4세기가 시작될 무렵 이미 지중해의 로마 세계에 있었던 것들이고, 맨 마지막 요소는 4-9세기에 걸쳐 로마 제국의 영토 안으로 비(非) 로마계 민족들이 이주해 들어오면서 덧붙여졌습니다. 이 세 가지 문화적인(이럴 때엔 '사회적인' 혹은 '민족적인' 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요소가 없었다면 유럽의 동과 서를 가르는 선은 그저 지리적 구분선 정도로만 남았을지도..

[2012 태국] 그랜드 팰리스 '이보다 화려할 수는 없다'

평소 싼티, B급, 삼류 취향이기는 했지만 저도 제가 이렇게 화려한 걸 좋아하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방콕 도착한 첫날 싸롱을 안 가져가 1차 시도에 실패하고 사흘째 날 마침내 들어갈 수 있었던 그랜드 팰리스!!! 그런데 싸롱을 챙겨넣은 요니 가방을 또 다시 안 들고 제 가방만 들고간 탓에, 비싼 뚝뚝 타고 궁전 앞까지 갔다가 2차 시도에마저 실패하고 다시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가... 그러면서 더위에 지쳐;; 점심 때에야 다시 나와서 무려 3차 시도 끝에 들어갔습니다. 젠장.. 입장료가 1인당 400바트,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1만6000원 정도. 그런데 초등학생도 성인 요금 받더이다... 태국에서는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가 아니라 키가 120cm 넘느냐가 기준이더군요.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공식 ..

[2012 태국] 나무와 하나가 된 부처님

아유타야에서는 이 사원, 저 사원을 돌아다니며 유적 구경을 했습니다. 그 중에는 폐허가 되어 간신히 형태만 남은 것도 있고,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화려한 부처님 집도 있었습니다. 먼저, 화려한 쪽부터. 물론 아유타야에서 화려하다 해봤자 방콕의 그랜드 팰리스를 비롯한 금칠 쳐바른(부처님 죄송;;) 사원들처럼 번쩍거리지야 않지요. 하지만 왓 야이 짜이몽콘(Wat Yai Chaimongkon)은 아유타야의 세계문화유산 사원들 중에서 눈에 띄게 화려하고 큰 축에 속한답니다. 부처님들에게 노란 옷을 입혀놨어요. 동남아 소승불교 스님들이 흔히들 입고 다니는 옷 색깔이죠. 사프란 색이라 하나요. (여담이지만, 이태원 할랄 가게 아저씨한테 들은 바로는 사프란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향신료라고 해요) 저기에..

[2012 태국] 아유타야, 부처님 발바닥을 보다

요니와 둘이서 방콕 여행 다녀왔어요, 지난 달에. 사진과 함께 글 올려야지 해놓고 게으름 피우다 보니 어느 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네요. 이것은 남들 일하고 공부할 때 신나게 놀고온 자들의 자랑질이자, 마흔 두 살 엄마와 열 한 살 딸이 함께 보낸 봄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기입니다. 출발은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밤 10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떠났습니다.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방콕 시간 일요일 아침 7시 쯤. 택시요금 바가지 옴팡 뒤집어쓰고 카오산 거리에 가까운 람부뜨리 빌리지 인(Rambuttri Village Inn)으로 갔습니다. 아고다를 통해 미리 예약해뒀고요(2008년 발리 여행할 때부터 호텔 예약에 아고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

베나지르 부토의 삶과 죽음

베나지르 부토(Benazir Bhutto. 1953-2007)는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 역사상 첫 여성 지도자였습니다. 부토의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Zulfikar Ali Bhutto. 1928-1979)는 1971-1973년 파키스탄의 대통령을 지냈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1973년부터 1977년까지는 총리를 역임했습니다. 부토는 인도의 간디-네루 집안이나 미국의 케네디 가(家)와 같은 정치명문가 출신 여성정치인인 셈입니다. 그러나 민족주의자로 파키스탄의 중흥을 꿈꿨던 줄피카르는 1977년 모하메드 지아 울 하크(Mohammad Zia-ul-Haq. 1924-1988) 장군의 군사쿠데타로 실각했고, 부토 가문의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줄피카르는 군부정권에 체포됐으며 ‘정치적 암살을 명령했다’는 날조된..

사육과 육식- 내용도 번역도 엉망인 책

사육과 육식 : 사육동물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리처드 W.불리엣 저 | 임옥희 역 | 알마 딱 내 취향 아닐까 생각했는데... 영 내용이 엄떠여. 상업적 대량사육시대(저자는 이걸 '후기사육시대'라고 마치 대단한 시대구분이나 되듯이 '후기' 붙여 이름지었다)가 되면서 동물의 생식과 도축 같은 원초적이고 피튀기는 장면을 사람들 눈 앞에서 사라진 뒤로, 오히려 사람들은 폭력이나 폭력적 섹스에 탐닉하게 되었다? 그런데 상식선에서의 추론 정도- 즉 저자의 '상상'에 머물 뿐, 근거 자료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가이자 작가라고 한다. 문제의식은 재미있으나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지, 그 사회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포르노를 많이 봐서..

딸기네 책방 2012.05.13

라나지트 구하, '역사 없는 사람들'

역사 없는 사람들 : 헤겔 역사철학 비판 History at the Limit of World-History (2003)라나지트 구하 | 이광수 역 | 삼천리 | 2011년 11월 부제가 '헤겔 역사철학 비판'이다. 헤겔, 역사철학. 너무 무겁다. 무지하고 가벼운 나로서는 다가가기 참 힘들다. 표지도 무겁다. 하지만 '역사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역사 없는 사람들. 키스 휘틀럼이 에서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던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노린 '역사 지우기', 옛 유럽 식민주의자들과 미국 백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역사 지우기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200쪽 남짓한 많지 않은 분량. 요즘 '민족주의'를 화두로 삼은 책을 여러 권 이어서 읽고 있던 차였기에 망설임 없이 꺼내 들었다. 재미있었다. 호미 바바..

딸기네 책방 2012.05.12

일본에서 잘 먹고 살기

아주아주 드물게 올리는 딸기의 먹거리 포스팅.(요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안 올리는 거라고 마구 추측하지들 마셈 ㅎㅎ) 아무래도 요즘의 식생활에 대해 보고(?)를 좀 해야할 듯 싶다. 왜냐? 그동안 받아먹은&먹고있는&먹을예정인 것들이 잔뜩 있는지라... 일전에 페북에 올렸지만... 이건 게고가 보내준 먹거리들.포장 미역은 집에 좀 있었지만 게고가 보낸 미역 보면서 '이거 맛있겠구나!' 했다. 신문지에 싸놓은 것 보고. 아마도 제대로 된 미역 아닐까 싶어서. 예측이 맞았다! 엄청 맛있었다. 그런데... 한 냄비 끓여먹었더니 없더라능. ㅠ.ㅠ 게고야 넘넘 잘 먹었어.보내준 차 중에서는 우롱차랑 녹차랑 등등 몇가지 꺼내어 잘 우려내 마시고 있다. (실은 요즘 이것저것 차를 우려내어 거의 하루에 두 주전자씩 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