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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국부론>

국부론애덤 스미스.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10/25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번역도 너무 좋다. 맨 뒤의 옮긴이 해제도 도움이 많이 됐다. 노동을 그토록 용이하게 하고 노동시간을 줄여준 모든 기계의 발명이 원래 분업 덕택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분업 결과, 모든 사람은 자연스레 무척 단순한 하나의 목표로 주의를 집중한다. 따라서 각각의 특정 노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기 일이 그런 개선을 허용하는 경우, 그 일을 더욱 쉽고 순조롭게 해낼 방법을 곧 찾아낸다.철학자나 사색가로 불리는 사람들도 몇 가지 발명을 해냈는데, 이들은 무엇도 하지 않고, 오로지 세상 사물을 관찰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가장 동떨어진 서로 다른 사물들의 힘을 결합할 수 있었다. 진보된 사회에서 철학이나 사색은 다른..

딸기네 책방 2025.10.25

[구정은의 '수상한 GPS'] 'AI 기술 독립' 꿈꾸는 유럽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꿈꾸고 있다.” 10월 14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되는 걸 걱정해서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얘기들이 유럽 언론에도 줄을 이었다. 그 핵심 무대로 첫손 꼽힌 곳은 네덜란드다. 유럽연합(EU)이 거액을 지원, 네덜란드 북동부 흐로닝언에 AI 연구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총 2억 유로가 투자되는데 네덜란드 정부와 EU가 각각 7000만 유로씩 내고 흐로닝언 시 등이 나머지 6000만 유로를 채운다. 내년에 전문지식센터를 만들고 2027년부터 슈퍼컴퓨터를 가동할 계획인데 앞으로 유럽 전역에 걸쳐 만들어질 비슷한 시설들과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유럽 스타트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

[구정은의 '현실지구'] 섬유산업 키우는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의 제조업 꿈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270km 떨어진 하와사.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대협곡, 아와사 호수 기슭에 자리잡은 인구 26만 명의 소도시다. 현지 토착민 시다마 부족 말로 ‘넓은 물’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주민들이 호수에서 물고기 잡으며 살아가는 작은 어촌이었는데,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이곳에 도시를 짓기로 결심했다. 1958년 호수를 따라 맨 먼저 황제의 별궁이 지어졌다. 당시 지방정부 지도자는 황제를 부추겨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주민 3000명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통보도 보상도 없이 집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주민들을 쫓아냈다. 제국은 1974년 붕괴됐고, ‘데르그’라 불리는 좌파 군벌 독재가 뒤를 이었다. 반군의 저항이 계속됐고, 소련의 지..

백승욱, <연결된 위기>

연결된 위기백승욱. 생각의힘. 1/12현재는 사회주의를 경험한 두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오히려 세계질서에 대한 위협적 존재가 되었으며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주의 운동은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저항과 불만이 분출되고 있음에도, 그 저항이 한 세기 전처럼 집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이고, 그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 상황으로만 전개되고 있다.'적의 적은 동지'라는 위험 한 선동만 분출하고 있다. 내가 앞서 출간한 책에서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이런 선동의 한 측면을 '앞선 세대의 게으른 습관적 반미주의'라고 부르며 비판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때 외부의 큰 힘을 빌려 '거대 악'을 제거하려는 사고는 사회주의나 국제주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위험한 분노의 표출일 따름이다..

딸기네 책방 2025.10.13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종의 기원찰스 다윈. 김관선 옮김. 한길사 10/8드디어 다 읽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다. 이러한 모든 결과는 생존경쟁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생존경쟁이 있기에 변이는 아무리 사소하고 발생 원인이 무엇이든 다른 생물이나 그들이 서식하는 자연과의 무한히 복잡한 관계 속에서 해당 개체에게 보존되고, 대개는 후손에게 물려질 것이다. 또한 후손은 그로 인해 생존을 위한 더 나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나는 이러한 원리를 약간의 변이라도 유용하다면 보존된다는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까닭은 인간들의 선택 작용인 인위선택과의 관계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끊임없이 작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힘이며 인간의 미미한 노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다. ..

딸기네 책방 2025.10.08

[구정은의 ‘수상한 GPS‘] 우크라이나에 매인 발트해, 갈수록 불안해진다

발트해가 요즘 뜨겁다. 러시아 MiG-31 요격기 3대가 9월 19일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 12분간 머물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최고사령부(SHAPE)는 에스토니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F-3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각자 신속 대응 항공기를 띄웠다. 올들어 러시아 군용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에 들어간 게 네 번이다. 특히 19일에는 전투기 3대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에스토니아는 격앙됐다. 21일에는 독일과 스웨덴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에 떴다. 중립지역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정찰기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것이다.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2대와 독일 유로파이터 전투기 2대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IL-20 정찰기를 감시하고 촬영했다. 25일에는 헝가리가 그리펜 전투기를 띄워서..

[라운드업] 투쟁과 좌절과 희망, 쿠르드의 역사

쿠르드는 누구인가 - 인구, 국가별 거주 현황 쿠르드는 중동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란계 민족집단이다. 주로 튀르키예 남동부, 이란 북서부, 이라크 북부, 시리아 북동부에 걸쳐 거주하고 있으며 쿠르드 인구가 많은 이들 지역을 통틀어 ‘쿠르디스탄(Kurdistan)’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쿠르드연구소는 전체 쿠르드 인구를 4,000만~4,5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쿠르드 인구는 대부분 쿠르디스탄에 집중돼 있지만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에도 상당한 규모의 쿠르드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존재한다.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이 붕괴된 후 오스만 영토는 유럽 열강들과 현대 튀르키예 공화국, 이라크와 시리아 등 역내 신생 국가들, 그리고 이란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로 나뉘었다. 그 결과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창비주간논평] 나치가 되어가는 이스라엘,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할까

시리아 내전이 한창일 때, 지금은 쫓겨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지역을 봉쇄했다. 전쟁 중에 정부군이 구호차량 드나드는 것조차 막으니, 고립된 마을에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아직 돌도 안 지난 것으로 보이는 아기의 사진이 용케 외신을 타고 전송됐다. 바짝 말라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소말리아나 수단, 사하라 사막지대 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영양실조나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리아 상황은 극단적이었다. 지구상에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먹을 것을 내주려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력을 내세운 집단이 막고 있어서 굶는 사람들. 21세기의 굶주림은 대체로 그런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2021년 유엔이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기근’이라 했던 마..

[2025.9] 항저우 여행

중국 동남부. 저장성의 성도. 인구 1,200만 명.항저우만 상류와 첸탕강 하구에 위치.면적이 16,000 제곱킬로미터. 강원도 면적.경제 중심도시. 작년 1인당 GDP 25,700$. 서호가 있는 물의 고장.서호 문화 경관, 대운하, 양저우 도시 유적지 등 세 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있다.호수, 습지 구경을 많이 했고 모기에 엄청나게 물렸다 ㅠㅠ 역사가 긴 도시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이 도시를 만들었음. 당시 이름 천탕.10세기 오월국(923–997)과 12-13세기 남송(1138–1276)의 수도. 송나라는 카이펑 수도였다가 여진족 금나라에 밀려 남쪽으로 옮겼다. 무협지에 천탕강과 ‘임안’이라는 도시가 나오던데 그게 항저우의 옛 이름이다.13-14세기 이탈리아 탐험가 겸 선교사 포르..

[구정은의 ‘수상한 GPS‘] 공습 받은 카타르, 중동의 기류는?

2025년 9월 9~10일 밤 사이,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했다. 최소 6명이 숨졌으며 사망자 중에는 카타르 장교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 타격, 즉 암살 공격이었다. 카타르는 “주권 침해·공격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항의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직접 지목해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아랍, 이슬람, 그리고 국제 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 무하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은 카타르로 날아가 타밈 국왕을 포옹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사우디, UAE와 카타르는 사이가 나빠 단교까지 했는데 이제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