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세계체제 III. THE MODERN WORLD-SYSTEM III (제2판). 이매뉴얼 월러스틴. 김인중 외 옮김. 까치. 2/21

사회과학자라면 누구나 전환점을 정하고 싶어한다. 전환점이 선택되면 그것으로 우리 모두가 움직일 근간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것을 전환점으로 삼느냐에 따라서 현상 분석을 명확히 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오도할 수도 있다. 이 저술 작업 전체는 "장기 16세기"를 자본주의 세계경제"로서 "근대세계체제"가 형성된 시점으로 보는 관점에 서있다.
우리의 주장은 체제로서의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가 흔히 말하듯이 프롤레타리아 임금노동자나 시장을 위한 생산, 혹은 공장제 생산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그 현상들은 모두 장기적인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여타 많은 다른 체제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자본주의 체제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는 그것이 끝없는 자본 축적의 추진력에 의거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 논리에 따라서 움직이는 이들에게는 중기적 차원에서 보상을 해주지만 다른 논리들에 따라서 움직이기를 고집하는 이들에게는 (물질적으로) 징벌을 가하는 메커니즘들이 체제 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같은 체제가 유지되려면 몇 가지가 필수적이다.
우선, 기축적 노동 분업이 존재해야 한다. 기업가들로 하여금 그 체제 내에서 성공적으로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효력(힘)의 정도가 서로 다른 의사주권 국가들로 구성된 국가간체제가 추가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독점적 이윤 창출 기업들의 항구적인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주기적 메커니즘들이 또한 필요하다. 그 결과로 그 체제의 특권적 중심들의 매우 느리지만 끊임없는 지리적 재배치가 생겨난다.
이 모든 것이 근대세계체제에서 발생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자신의 내적 논리에 따라서 하나의 체제로서 그 경계를 팽창해갔다. 그 팽창은 이 책이 다루는 기간(1730-1840) 동안 가장 장대하게 이루어졌다.
-ii-iii
이 입장을 반박하는 주장의 형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역, 커뮤니케이션, 문화, 정복 같은) 다양한 종류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지구에서의 점진적 팽창, 다천년 과정의 한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 중심성의 오랜 지속에 대한 최근 주장들은 이 주장의 한 변이다.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다루어지면 자본주의 개념은 대부분 논의에서 빠져나가버린다.
또는 어떤 이는, 계급투쟁으로 서로 연루된 산업 부르주아지와 토지를 가지지 못한 산업 노동자들의 출현이 결정적인 규정적 특징이며, 이것은 단지 이 시기의 일부 국가들(아마도 오직 영국)에서만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는 국가간체제와 중심- 주변부의 교환의 존재가 논의에서 빠져나가버린다.
-iv
지금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문제는 어느 한 시점에서 세계경제의 외곽지대에 놓여 있었던 지역권이 나중의 어느 시점에서는 바로 그 세계경제의 주변부에 속하게 되는 과정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 이행을 "병합(incorporation)” 시기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은 한 "지역권"에서 나타난 세 개의 연속적인 시기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외곽지대에 있는 시기, 세계경
제에 병합되는 시기, 그리고 주변부화되는 시기.
병합은 본질적으로, 한 지리적 장소의 몇몇 중요한 생산과정들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노동분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상품연쇄에 필수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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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의 생산과정이 세계경제의 가변적인 시장조건에 일정하게 대응해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그 대응능력은 부분적으로 의사결정 단위의 규모와 함수관계에 있는 것이 분명한 듯하다. 크면 클수록 그 단위는, 그 단위 자체와 자신의 자본 축적 전망에 영향을 미치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둘째, 그 결정들은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요소들인 기계, 원료, 자본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노동 을 확보할 수 있는 (또는 그 요소들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음에 틀림없다. 셋째, 생산과정의 통제자들은 적절한 권력과 권위를 갖춘 정치제도가 그러한 대응을 허용하고 부추기며 보조해줄 때 시장조건에 대응하기가 더 수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대응들은 적당한 안전보장책과 적절한 유통장치라는 제도적 하부구조를 필요로 한다.
-199
(무엇이 사치품인가와 관련해)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현실적인 것으로 규정하면 그 결과 그것은 현실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사치품 수출에 대한 정의를 좀더 분석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된 품목들을,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처분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사회적 가치 척도들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두 개의 분리된 역사체제들 간의 교역을 다루 는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사치품"과 "외곽지대"라는 개념은 서로 맞물려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러한 사치품들을 사치품으로 만드는가? 아민은 무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보았다. 그는 "원거리 무역" 상품의 “희소성"을 다음과 같 은 사실과 연결시킨다. 즉 원거리 무역은 "서로가 상대의 생산비용을 모르는" 상품의 교환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무지가 결정적 요인이라 면, 우리는 그러한 사치품 무역이 어떤 식으로 자체 소멸될 수 있는지를 즉각 알 수 있다. 무역이 확대됨에 따라서 무지의 토대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우리를 그 다음의 두번째 결정적 요인으로 이끈다. 칼 폴라니가 (다호메에 대해) 제기했던 그것은 바로 무역항이라는 개념인데, 우리는 그것을 "무지"를 보호하는 정치적 기제로 재개념화할 수 있다. 그것은 제도적 분리였을 뿐만 아니라 공간적 분리이기도 했다.
-201-202
사하라 교역-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사바나 자체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두 개의 중심적 현상들로 특징지어졌다: 주요 이슬람 개혁주의와 팽창주의적 국가건설 운 동들, 특히 우스만 단 포디오(1754-1817), 알 하지 우마르(1794/97-1864), 사모리(1830?-1900)의 운동들의 눈부신 팽창과 마찬가지로 노예제 현상의 눈부신 팽창이 그것이다.
이슬람 운동들의 경우, 의심할 바 없이 유럽의 팽창이 제기한 위협에 대한 인식과 당시의 3대 이슬람 정치체인 무굴 제국, 사파비 왕조, 오스만 제국의 쇠퇴와 연관된 것이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대서양 노예무역이 야기한 내지의 계속된 혼란이 분명히 이러한 불안감에 계속 그 기반을 제공했다.
-257-258
대체로 말해서 정치가치고 대담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혁신적 인물은 드물다. 대부분의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문제의 초점은 선견지명이 아니다. 구조적 변화는 스스로 알아서 느리지만 결정적으로 태도와 정책을 변화시킨다.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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