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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하텅, 벤 프리먼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딸기21 2026. 2. 28. 21:49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The Trillion Dollar War Machine.
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백우진 옮김. 부키. 2/28


부키 정미진 선생님이 책을 보내주셔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미국 군수산업 얘기는 많이 들어왔던 것이고 익숙한 주제이지만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시대와 맞물려 요즘 다시 관심을 가져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아이젠하워의 군산복합체 경고로부터 시작해 미국 군수산업의 막강한 영향력이 이어져온 과정을 설명하는데, ’죽음의 상인들‘의 역사보다는 의회와 정부와 싱크탱크와 대학과 할리웃과 게임업계까지 광범위한 결탁관계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저자들은 군산복합체를 넘어서는 이 거대한 총체를 전쟁 기계라고 부른다. 온라인에서 일부 한국인들이 국방예산 1조달러인 미국을 ‘천조국‘이라 부르듯, 전쟁 기계는 미국 그 자체다.
책 내용에 대체로 동감. 또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면서도 주제가 명확하고 설명이 방대하게 흐르지 않아(=책이 짧아) 하루만에 읽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에는 흔한 ’전쟁광 미국‘ 종류의 책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달까. 미국을 ‘전쟁광 국가‘라고 정의해버리면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저어되는데(과거의 한국을 ‘미국 제국주의의 식민지’라고 퉁치면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것처럼) 이 책의 시각과 같은 의미에서의 전쟁 기계는 그 총체적 측면을 조망하게 해주는 듯. 다만 그 총체에 대한 하나하나의 설명들은 밀도가 높지는 않다. 오히려 팜플렛에 가깝다.
실리콘밸리의 빌런들 얘기는 요즘 많이 나오던데, 다른 것들을 좀 더 읽어보고 더 많이 생각을 해봐야할 듯.

읽으면서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아직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니 ‘앞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해야 되려나)은 미국이 아닌 한국이다.
어쩔 수 없이 전쟁 기계 미국의 부속품으로 기능해왔던 한국. 미국의 동맹으로서 미군 기지를 두고 미국 무기를 사들이는 한국. 지금까지는 그랬다. 앞으로는?
한쪽에서는, 저랬던 한국의 과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미라는 몬스터에게 영혼을 잠식 당해 러시아를 무작정 편드는 자들이 있다. 이들을 계속 걱정하는 건, 그들이 이 사회의 주류이자 권력이자 진보를 자처하고 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 방송에서 매일매일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바그다드까지 가서 이라크 공격 반대를 외치신 정치인이 “북극항로 이용하려면 러시아랑 친하게 지내자”며 열변을 토하고 계신 걸 어제도 봤다.
뭐라 떠들든 말든, 더 중요한 점은 이미 한국이 군사강국이자 주요 무기 수출국이 됐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미국 저자들이 던지는 군사주의 전쟁 기계에 대한 문제제기들은 미국을 향한 것이고, 이전 같았으면 미국 얘기다 생각하고 끄덕끄덕하면서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자꾸만 우리 안의 문제제기로 향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 같은 것이 고개를 든단 말이다.

아이젠하워는 새롭게 등장한 이 전쟁 기계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에 깊이 분노했다. 특히 무기 계약 업체들이 주요 신문에 무기를 광고하는 사실에 크게 불쾌해했다. 1953년 미국신문편집인협회 모임에서 그는 〈평화의 기회A Chance for Peace〉(비공식 제목은 <철의 십자가Cross of Iron》)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들어지는 모든 총, 진수되는 모든 군함, 발사되는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리지만 먹지 못하는 자, 추위에 떨지만 입지 못하는 자로부터 도둑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비 확충에는 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땀과 과학자의 뛰어난 두뇌, 어린이의 희망도 소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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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젠하워는 “핵전략과 함께 비밀 작전을 선호”했고 “대표적인 결과가 이란과 과테말라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상대로 벌인 쿠데타였다”는 스토리…
(그래도 군산복합체 연설은 멋지긴 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중복된 전력일뿐 아니라 우발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매우 높다.
다수의 전문가는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외한 2대 핵전력 체계, 즉 전략폭격기와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으로만 구성된 핵전력을 보유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도 왜 워싱턴 주류 세력은 이 같은 파멸적 무기를 환영하고 있을까? 간단한 답은 일자리와 이익, 정치적 생존이다. 이러한 동기가 바로
'상원대륙간탄도미사일연합Senale ICBM Colition이 강력한 로비 활동을 벌이는 배경이다. 이 연합은 노스다코타주, 몬태나주, 와이오밍주, 유타 주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보유하거나 기존 유지•보수·신형 개발에 관여하는 주요 시설을 둔 주의 상원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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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켈리 의원은 자기 주의 무기 프로그램을 옹호하면서 '극초음속미사일'이라는 유행어를 정확히 짚었다. 음속보다 최소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비행하도록 설계된 이 무기는 현재 국방부와 해당 분야 기업들이 새로 집착하는 대상이다. 극초음속미사일을 빨리 개발하는 것은 중국과의 새로운 군비 경쟁을 떠받치는 한 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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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부터 F-35는 예산 초과와 성능 문제에 시달렸다. 이런 결과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복잡하고 상충하는 요구 사항들이 애초에 이 프로그램에 욱여넣어졌기 때문이다. F-35는 모든 이들에게 모든 것 이 되기를 요구받았다. 즉 공군에는 전투기/폭격기, 해군에는 항공모함 이착륙 전투기, 해병대에는 단거리 이륙 및 수직 착륙기가 되어야 했다. 오늘날 F-35는 요구된 임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군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많은 폭탄을 탑재하기에는 기체가 너무 가볍다. 공중전에서는 이전 세 대 전투기들보다 열세이다. 게다가 유지•보수가 너무 어려워 거의 절반의 시간을 격납고에서 정비 받으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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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의 연간 예산은 바이든 정부에서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매년 투자하기로 예정된 370억 달러의 20배가 훨씬 넘는다. 펜타곤은 해마다 F-35에만 질병통제예방센터 전체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130억 달러짜리 항공모함 1척은 환경보호청의 연간 예산보다 더 비싸다. 록히드 마틴은 2020년 연방정부 계약으로 750억 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국무부와 미국국제개발처 USAID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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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CDC EPA USAID 전부 무력화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그 자를 뽑았으니.
하지만 트럼프만 욕할 것도 아니다. 적어도 트럼프는 부시나 오바마나 푸틴처럼 학살을 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전투 병력 파병에는 점점 더 주저하게 되었음에도 군사기지에는 더욱 집착해왔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드론을 운용하려면 여러 주요 기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향후 중동, 남아시아,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전통적인 군사 력을 투입할 선택지를 펜타곤이 확보해두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직접 개입한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그 결과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외 정책과 군사 정책은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 전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게 되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두 번째 임기 초반에 오바마 대통령은 드론으로 누구를 제거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잠재적 목표의 사진과 간단한 약력을 담은 이른바 '야구 카드 baseball card'를 검토하는 '지명nonination' 절차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이 결정을 내리는 회의는 참석자들 사이에서 '테러 화요일 Terror Tuesdays'이라고 불렸다. 그는 자신이 '드론 대통령'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2011년 보좌관들에게 "알고 보니 난 사람 죽이는 데 꽤 소질이 있더군. 그게 내 강점일 줄은 몰랐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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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민간인이 사망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드론 공격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세웠”고 “에어 워즈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집권기 미군 드론 공격 건수는 급감했고 2022년에는 36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175쪽)고.
그 대신 바이든 임기 동안 가장 눈에 띄는 군사 행위는 동맹국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였는데, “실제로 방어 목적이 필요한 동맹국에만” 미국의 무기가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이 규정에 부합하는 나라는 우크라이나, 그렇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이라고 지적한다(380쪽). 미국 저자인데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것이 눈에 띔.

퍼거슨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군사 장비와 무기를 지역 경찰이 어떻게 갖출 수 있었을까? 한 가지 이유는 국방부가 잉여 물자를 헐값에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1033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국방부 계획 아래 미 국 전역 50개 주의 6500개 주·지방 법 집행 기관에 70억 달러가 넘는 장비가 공급되었다. 다른 공급원으로는 국토안보부의 보조금 프로그 램이 있고, 군사용 등급 장비와 기타 장비를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1122 프로그램도 있다.
경찰의 군사화는 이 세기의 끝없는 전쟁들에서 비롯된 대규모 중고 무기 비축 덕분에 가능해졌다. 국방부는 중고 무기를 국내 치안 기관들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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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헤리티지 재단은 방위산업계의 자금 지원을 거부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특정 방위 계약업체의 영향을 조금도 반영하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분석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킬 수 있었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외국 정부 자금 돈은 물론이고 방산업체 자금도 다른 어떤 싱크탱크보다 많이 받았다. 애틀랜틱 카운슬과 함께 국방 계약 업체 기부의 최상위 수혜 싱크탱크에는 신미국안보센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정기적으로 무기 체계와 국방부 예산에 대해 논평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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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헤리티지가 좋다는 것은 아니고…

이라크전 당시 뉴욕타임스의 “악명 높은 주디스 밀러의 사례”는 언론과 전쟁 기계의 밍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언급된다. “밀러는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아메드 찰라비Ahmed Chalabi가 하는 주장을 퍼뜨려, 의도적이든 아니든 전쟁으로 가는 길을 가능하게 만든 기자였다.”(287쪽)
밀러는 이른바 ‘리크 게이트‘의 피해자인 척하며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겠다”면서 언론자유 투사처럼 굴기도 했지. 참 나쁜 기자였는데 그 뒤에 어케 됐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제, 즉'접근 저널리즘 access joumalism'이 있었다. 고위급 소스들에 대한 접근을 잃을까봐 두려워 공식 발표를 지나치게 비판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 고위급 소스들이야말로 이라크 침공 이유에 관한 공적 논의를 지배했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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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데이는 《나이트리더》 팀이 옳은 보도를 할 수 있었던 다른 이유를 들었다. 그들은 이미 전쟁을 결심한 고위 관료들이나 정부 홍보 담당자들만이 아니라, 훨씬 더 회의적인 중간급 관료들과 군 관계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모든 주장에는 최소 2개의 출처를 요구하는 원칙을 지켰다. 주디스 밀러가 찰라비와 그 측근들의 허위, 왜곡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전에 따랐어야 했던 규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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