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구정은의 '현실지구'

[구정은의 '현실지구'] 아프간에서 이란까지, 죽음을 기록하는 사람들

딸기21 2026. 3. 14. 15:33

집단 대 집단이 무력으로 싸우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우리는 ‘전쟁’이라고 부른다. ‘전쟁도 정치의 연장’이라던 클라우제비츠의 시대는 2차 대전을 끝으로 종말을 고했고, 침략 전쟁은 모두 불법이 됐다. 유엔 헌장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간다.

몇 명이 죽어야 ‘전쟁’일까. 이번 세기 들어와 첫번째 대규모 전쟁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몇 명이 목숨을 잃었을까. 이라크 전쟁에서는? 시리아 내전에서는? 이란에서 억압 통치에 항의하다가 숨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전쟁에서 죽은 사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지붕에 포탄이 떨어져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지만, 전쟁 때문에 병원이 부숴져서, 꼭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해서, 식량이 모자라 건강이 나빠져서 죽는 이들도 있다. 직접적인 죽음과 간접적인 죽음 사이의 구분선은 대체로 무의미하다.
 

People gather at the site of a US-Israel strike on a police station in Tehran [Majid Khahi/ISNA/Reuters]


바디카운트. 미군에는 ‘시신을 세지 않는다(doesn't count bodies)’라는 금언이 있다. 베트남전 때 세계의 지탄을 받으면서 생겨난 암묵적인 규칙인데, 미국은 적국의 피해를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2003년 당시 미군 중부사령관 토미 프랭크스도 아프간 바그람 기지에서 기자들이 사상자 수를 묻자 “시체를 세지 않는다는 걸 당신들도 알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죽음을 센다. 미국 브라운대학 왓슨연구소의 ‘전쟁비용 프로젝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테러작전이 진행된 아프간, 이라크, 시리아, 예멘, 파키스탄에서 2023년까지 94만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43만2000명은 민간인이었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통계치를 내놓는다. 인프라와 보건시스템이 무너져 피해를 본 간접 사망자는 360만~3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국제기구와 연구기관들은 질병 통계, 경제 상황, 영양공급 상황 같은 자료들을 통해 인과관계를 좇아 사망자 수를 어림한다. 의료저널 랜싯도 전쟁의 후유증이 보건의료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통계들이 실리는 주된 통로 중 하나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분쟁데이터프로그램은 1989년 이래 세계 분쟁 사망자를 집계한다.

연구자들에 앞서, 사망자 수를 세고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캐주얼티스(iCasualties.org)는 마이클 화이트라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2003년 5월에 만든 웹사이트다. 원래 명칭은 ‘이라크 연합군 사상자 카운트’로, 이라크전 사상자를 추적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아프간전까지 합산해 사상자를 세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 발표와 중부사령부 자료, 영국 국방부 발표 등을 중심으로 이라크 다국적군과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사상자를 집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범위를 넓혔다. 미군과 계약한 업체들 즉 민간군사회사 직원들, 이라크 보안군의 피해와 함께 2005년 3월부터는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통계도 포함시켰다. 아프간, 이라크 전쟁의 인명 피해를 말할 때 많이 인용되는 사이트다.

‘이라크 바디카운트’는 전쟁이 시작된 뒤 숨져간 민간인들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프로젝트다. 연합군과 반군의 군사 작전, 종파 간 폭력, 치안 붕괴 뒤 일어난 범죄 폭력 등 전쟁과 관련된 폭력 피해자 수를 폭넓게 기록한다. 2019년 2월까지 민간인 사망자 수는 18만~21만명으로 집계됐다.

군인들의 죽음은 각국 정부가 집계하지만 민간인들의 죽음은 꼼꼼히 기록되기 힘들다. 이 프로젝트는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사망자를 센다. 주로 서구 언론을 참고한다는 초반의 지적을 받아들여 알자지라, 알아라비야 등 아랍권 언론 보도도 두루 집계에 포함시켰다. 프로젝트 공동 창립자인 존 슬로보다는 음악치료로 유명한 영국 심리학자다. 또 다른 창립자 하미트 다르다간은 ‘세상의 모든 사상자(Every Casualty Worldwide)’라는 단체에서 일하며 여러 분쟁의 죽음들을 기록하는 ‘사상자 기록 네트워크(CRN)를 운영하고 있다. 

언론들은 영안실 기록과 의료진 증언, 이라크 정부 관계자나 경찰 발표, 목격자의 말 등을 인용해 민간인들의 죽음을 전하고, 이라크바디카운트는 그런 기사를 중심으로 집계를 했다. 그러나 ‘보도되지 않은 죽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이트 통계가 실제보다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스스로도 “기록과 보도의 공백 때문에 많은 민간인의 죽음을 포함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한계를 인정한다.

시리아 내전에서 희생된 민간인 수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기록했다. 2006년 5월에 시리아 내 인권침해를 기록하기 위해 영국에서 만들어진 사이트인데 내전이 시작되면서 사망자 집계 사이트로 변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시위에서 시작됐지만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세력이 판치며 아수라장이 됐다. 인권관측소는 분쟁에 가담한 모든 세력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민간인들의 죽음을 집계했다. 운영자 라미 압둘라흐만은 시리아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세 번이나 투옥됐고, 영국으로 망명한 뒤 줄곧 영국에서 살고 있다.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내전 기간 그는 시리아 내의 연락망과 통화해, 시리아 내 200여명의 활동가들이 모은 정보를 취합하고 보도를 종합하고 검증하며 사이트를 업데이트했다. 어떤 정치 단체와도 연결돼 있지 않으면서 누가 어떤 상황에서 살해됐는지를 꼼꼼히 기록해 공신력 있는 사이트로 인정받았다. 반면 운영자가 시리아의 옛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에 반대하는 사람이었음을 지적하면서, ‘반군의 폭력’은 상대적으로 덜 다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3월까지 시리아에서 내전으로 사망한 사람은 50만명이 넘고, 그중 16만명이 민간인이었다. 세계 전역에서 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모니터링하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2011~2021년 시리아 내전에서 30만~58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한다. 

2011년 6월 만들어진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는 역시 영국에 사는 시리아인 파델 압둘가니가 만들었다.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사망자를 집계할뿐 아니라 휴먼라이츠워치나 국제앰네스티, 하인리히뵐 재단 등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시리아 인권상황을 보고서로 낸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으로 13만명 가까운 이들이 아사드 독재정권의 비밀감옥에 갇혔고 1만4000명이 고문으로 사망했다. 

이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들은 이란 정부가 주로 알리지만, 이란 정부의 프로파간다에 맞지 않는 죽음들은 가려진다. 올초 일어난 전국 시위 때 당국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사망자를 놓고서는 여러 수치들이 오간다. 인권활동가뉴스(HRANA)는 2월 15일 기준으로 7000여명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이란인터내셔널은 1월 25일 이미 숨진 이들이 3만65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외국 언론들이 많이 인용한 이란인터내셔널은 런던에 기반을 둔 페르시아어 매체다. 웹사이트, 위성텔레비전, 라디오 등으로 뉴스를 내보내며 영어판도 운영한다. 2017년 5월에 설립됐으니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이란 내 시위와 성소수자 권리, 여성 문제, 인권 침해와 정치 상황 등을 고루 전해 주목받아왔다. 가디언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매체에 돈을 댔다고 보도했지만, 이란인터내셔널 측은 어떤 정부와도 엮여있지 않고 보도는 독립돼 있다며 부인했다. 외국에서 운영되지만 이란 안에서도 독립 미디어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히잡 시위’ 때에는 이란 정보부가 이 매체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올초 시위 때에 내부 편집위원회가 “새로 입수한 기밀 문서, 현장 보고서, 의료진, 목격자 및 희생자 가족의 증언을 검토해 사망자 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란 신정체제의 폭압성에 세계가 분노했던 것도 잠시 뿐, 이번엔 이란을 비난하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인들을 죽이고 있다. 이번의 죽음들은 언제까지 세어야 할까.
 
참고문헌
https://costsofwar.watson.brown.edu/papers/how-death-outlives-war
http://icasualties.org/
https://www.nytimes.com/2003/04/02/world/nation-war-casualties-us-military-has-no-count-iraqi-dead-fighting.html
https://www.iraqbodycount.org/
https://www.bbc.com/news/world-middle-east-15896636
https://snhr.org/
https://www.en-hrana.org/day-50-of-the-protests-intensification-of-security-prosecutions-and-uncertainty-regarding-the-status-of-detainees/
https://www.iranintl.com/en/202601255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