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콩고민주공화국(DRC, 민주콩고)이 주요 광산들을 경비할 준군사조직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우선 2,500~3,000명의 경비대를 올해 말까지 투입하고, 2028년 말까지 2만 명 이상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1억 달러의 비용은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대기로 했다.
민주콩고는 세계 코발트의 70% 이상을 생산하며, 콜탄의 주요 공급국이다. 콜탄은 스마트폰과 항공기 엔진에 쓰이는 희귀 금속 탄탈럼이 포함된 광석을 가리킨다. 구리와 리튬 매장량도 많다. 하지만 오랫동안 불법 광물 밀매와 치안 불안에 시달려왔다. 특히 동부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싸워 수십만 명이 난민이 됐다. 그러다 작년 12월 르완다 측과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협상에 간여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도 자신의 치적이라며 늘 자랑해온 ‘평화 중재’ 목록에 덧붙였다. 트럼프의 말에는 과장이 없지 않지만, 협상의 과실을 미국이 가져간 것은 확실하다. 분쟁을 끝낼 기회를 맞은 민주콩고가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 협정은 전략적 자산 비축구역(SAR)을 설정해 양국이 우선적으로 공동 개발할 지역을 정했다. 곧이어 미국 기업 버투스미네랄스가 현지 채굴업체 체마프를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버투스는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과 전 해군장교가 이끄는 회사인데 직원이 8명뿐이다. 실적도 불투명하고 경험도 없다. 대왕고래의 냄새가 난다. 현지에서 광물가공공장을 운영한 적 있다며 사업을 따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세계 코발트 공급의 최대 5%를 생산할 수 있는 매장지를 개발할 권리를 확보했다. 뉴욕의 오리온 리소스파트너스라는 투자사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 계약에 18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언론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올 2월 체결된 90억달러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다. 오리온 컨소시엄이 스위스 광산 대기업 글렌코어가 갖고 있는 민주콩고 구리·코발트 광산 2곳의 지분 40%를 인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광산은 글렌코어가 계속 소유하고, 미국 측은 운영권과 자원 장기 구매권을 갖는다.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에 따라 미국 측은 생산물 가운데 일정량을 누구에게 팔지 지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민주콩고의 구리 광산, 코발트 광산의 70% 이상을 중국이 통제해왔고 코발트의 99%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이 계약이 확정되면 미국은 중국을 피해 공급선을 뚫는 셈이 된다.

미국은 중국을 따돌리고 ‘핵심광물 무역지대’라는 대체 공급망을 만들려 한다. 올 2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광물을 쟁여두기 위한 “프로젝트 볼트”를 만들었다. 120억달러의 재원을 확보해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구리 등 필수 광물을 비축한다는 것이다. 이틀 뒤 국무부는 첫 핵심광물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유럽연합 회원국들, 일본, 인도, 호주, 민주콩고 등 50개국 이상이 참석했다. 아프리카의 자원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본격화하자 핵심 자원을 둘러싼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민주콩고와의 협력은 이 구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민주콩고와 인근 잠비아 일대는 구리를 비롯한 자원이 많아 ‘코퍼(구리)벨트’라 불린다. 하지만 이들은 기술과 자본이 부족하다. 자원을 캐내도 제련하고 수출할 능력이 모자란다. 도로도 제대로 안 깔려 있고, 심지어 잠비아는 내륙 국가라 항구 자체가 없다. 민주콩고는 대서양에 닿은 지역이 있지만 내륙 광산에서 항구까지 보내는 것도 도로 사정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다.
그 빈틈을 중국이 메워왔다. 이미 수십년 간 아프리카 투자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 도맡다시피 했는데,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계획이 출범한 뒤 단순 채굴이 아니라 지구적인 공급망으로 가는 거대 프로젝트의 일부가 됐다. 자원 수송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중국은 지난해 11월 잠비아, 탄자니아와 14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코퍼벨트에서 인도양에 면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항구까지 연결되는 약 1900km의 타자라(TAZARA) 철도는 수송량이 연간 10만톤 밖에 안 된다. 그걸 240만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합작회사를 만들어 철도를 확장하고 30년 간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잠비아는 2020년 재정이 무너져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그간 중국에 진 빚이 57억 달러나 된다. 중국은 빚을 조금씩 줄여주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애당초 타자라 철도 자체가 1970년대 마오쩌둥 시기 중국의 자금과 기술로 지어진 것이었다.
미국은 중국이 지배해온 아프리카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로비토(Lobito) 회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내륙 잠비아에서 민주콩고를 거쳐 인도양 앙골라까지 이어지는 로비토 대서양 철도(LAR) 건설에 5억5000만달러를 대기로 했다.

누가 이길까.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미국은 중국을 대신할, 믿을만한 파트너일까? 불과 1년 전 트럼프 행정부는 저개발국을 도와온 국제개발처(USAID)를 무력화했고, 민주콩고 동부 광산지대 주민들을 돕던 이 기관 직원들이 부랴부랴 짐을 싸야 했다. 트럼프 취임 뒤 석달 동안 대외원조를 재검토한다며 아프리카 지원액 20%를 줄였다.
미국이 뭐라 비난하든, 중국은 인프라 투자와 개발 원조를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을 추구하며 경험과 관계를 쌓아왔다. 일례로 2008년 중국과 민주콩고의 광물-인프라 교환협정은 중국이 광산을 개발하는 대가로 도로, 병원, 대학을 짓도록 했다. 이를 위해 민주콩고 국영 광산기업 제카민과 중국 기업들이 시코마인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중국 차관을 빌려 인프라를 건설했다. 현지 노동자를 고용하고, 현지 엔지니어를 훈련시키고, 현지 정치인들과 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은 수익이 실현되기까지 긴 시간을 감내한다. 닛케이아시아리뷰에 따르면 아프리카 광산에서 수익을 보기까지 평균 16년이 걸렸다 한다. 그것과 비교해 미국은 리스크 없이 광물을 당장 가져가는 것에 관심을 둔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한다.
물론 자원보유국들도 이제는 착취만 당하던 과거의 반식민지 상태 국가들이 아니다. 그들에게 미-중 경쟁은 나쁠 것이 없다. 케냐 언론 더익스체인지는 민주콩고가 “미국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더 좋은 조건에서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소개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가치사슬에서 자국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영광산기업 제카민은 광물을 외국 구매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올초 중국 기업이 갖고 있는 텐케 풍구루메 광산에서 나온 구리 10만 톤을 미국에 팔기로 결정했다.
당국은 지난해 말에는 코발트 수출을 4개월간 일시 중단해 가격을 60% 가까이 끌어올렸다. 올 3월에는 국제 로펌들과 함께 중국 합작회사 시코마인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2008년 협정에서 약속한대로 중국이 인프라를 잘 짓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 것이다. 조만간 중국이 민주콩고에 새 투자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원의 덫’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지만, 아프리카 자원보유국들이 이전보다 더 큰 협상력과 더 영리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중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아프리카 핵심 광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연합은 산업 발전보다는 디지털 및 녹색 전환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원자재 협력을 강조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프리카와의 광물 수급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핵심광물 많이 비축하려는 나라다. 아프리카 투자도 필수광물인 백금족, 크롬, 망간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의 아프리카 광물 투자는 일본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주관하면서 금융지원과 기술지원 등으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에서 이 기구가 희토류 매장지를 개발하고 있는데, 올 3월 도요타통상에 일부 지분을 넘겼다. 이 회사가 인도에서 희토류 정제, 가공 설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시켰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참고문헌
https://www.mining.com/web/us-firm-virtus-minerals-buys-congolese-cobalt-producer-chemaf/
https://www.orfonline.org/expert-speak/corridors-of-power-us-china-contest-for-africa-s-minerals
https://japannews.yomiuri.co.jp/business/economy/20260415-322352/
https://theexchange.africa/critical-minerals-glencore-orion/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new-resource-curse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1200000&bid=0001&list_no=11788&act=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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