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 비정부기구(NGO)들의 메가폰이 돼버렸다.”
이스라엘 언론에 미국 뉴욕타임스를 비난한 글이 실렸다. 잘 알려진 대로 뉴욕타임스를 창립하고 이끌어온 슐즈버거 집안은 유대계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의 잔혹행위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물론 이 신문의 이스라엘 비판에는 한계가 있고, 이스라엘이 만들어놓은 논리 ‘안에’ 머물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스라엘 우익들에겐 뉴욕타임스가 불만거리다. 예루살렘포스트 1월 26일 칼럼이 문제삼은 것은 ‘이스라엘이 폐쇄하고 있는 가자지구 국경없는의사회(MSF) 진료소’라는 뉴욕타임스 17일자 기사였다. 마치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단체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이 기사는 저널리즘을 가장해 거대 비정부기구의 프로파간다(정치 선전)을 되풀이할 뿐”이라고 칼럼은 주장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테러조직원을 직원으로 고용했고 제노사이드(종족말살)라는 거짓 낙인을 찍어 ‘이스라엘을 악마화’했는데 어째서 뉴욕타임스는 그들을 편드냐는 것이다.

칼럼 필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1980년대부터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 교수로 있는 제럴드 스타인버그다. 이스라엘 외교부와 국가안보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는 그는 2002년 ‘NGO모니터’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웹 사이트에 따르면 “비정부기구들과 그 후원자들,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사실에 기반한 연구와 독립적인 분석을 발표”하는 단체이며 “민주적 가치와 좋은 거버넌스를 증진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기관”으로서 2013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설명은 다르다. “NGO모니터는 예루살렘에 본부를 둔 우익 단체로서 친이스라엘 관점에서 국제기구 활동을 감시한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자금 출처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세무 자료를 통해 미국 유대인위원회와 여러 유대인 기금의 후원을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단체는 팔레스타인 탄압이 인종차별로 분류될까봐 미국 포드 재단이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지원한 것조차 비판했고, 평화단체 브첼렘(B’Tselem) 같은 이스라엘 내 시민단체들을 비난했다가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한 적도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내용을 이스라엘에 편향되게 편집하다가 걸려서 계정 활동을 차단당하기도 했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같은 이들이 이 단체 이사회 명단에 들어가 있다. 이런 단체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돕는 국제기구들을 비난하고, 각국의 기금들이 팔레스타인을 돕지 못하도록 압박한다. 이런 단체들의 ‘모니터링’은 이스라엘 정부가 구호기구들을 길들이고 활동을 막는 자료가 되곤 한다.

2023년 10월 전쟁이라는 이름의 학살작전을 시작한 뒤 이스라엘 정부는 국제기구와 언론의 감시를 막으려 온갖 수단을 동원해왔다. 가자지구 구호기구 직원들과 기자들은 공격과 살해를 당한 것은 물론이고, 외부 단체들은 못 들어가게 막았다. 최근에는 구호기구들에게 현지 직원 여권사본과 이력서, 아이들 이름까지 적어내게 했다. 이 새로운 ‘보안 및 투명성 규정’을 따르지 않는 단체들은 활동을 금지시켰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 국제구조위원회, 옥스팜, 국경없는의사회 등 37개 구호단체의 활동 허가가 취소됐다.
압박을 못 이긴 20여개 단체는 직원 정보를 내주는 데에 동의했다. 그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도 있었다. 병원을 비롯한 인프라가 몽땅 파괴된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을 살리려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자기네 스태프 15명을 포함해 가자지구 보건인력 17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비타협적인 것으로 유명했던 이 단체는 이스라엘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직원 안전을 위해” 정보를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옥스팜 같은 기구들은 압박에 맞서 버티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이 해칠까봐’ 직원 명단을 내주기로 했지만 옥스팜은 ‘이스라엘이 해칠까봐’ 명단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옥스팜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과 보호 의무에 어긋난다”고 했고 노르웨이난민위원회는 AFP에 “현지 직원 명단을 제출하는 것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1933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호소에 따라 설립된 유서 깊은 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RC)의 작년 5월 발표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이 시작된 2023년 10월 7일 이후 500명 넘는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숨졌다. 1997년 구호인력 사망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희생된 이들 중 5분의1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그들 대부분을 죽게 만든 것은 물론 이스라엘이다.
NGO모니터 같은 자칭 감시기구들은 구호단체를 옥죄기 위해 국제 여론전을 펼치는 이스라엘의 도구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유엔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엔워치(UN Watch)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고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와 협력하는 유엔의 공식 ‘협력 기구’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 중국과 쿠바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의 인권침해를 고발해온 인권 감시단체”를 표방하지만 유엔이 이스라엘에 불리한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는 친이스라엘 로비그룹이다.
캐나다 출신인 이 단체 사무국장 힐렐 노이어의 요즘 활동은 이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노이어는 1월 18일 ‘이슬람 정권에 맞서 봉기한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했으며 프랑스 정부를 향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EU 테러리스트 목록에 지정하도록 촉구했다. 22일에는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사무소 앞에서 연설하면서 “이란 상황을 다루는 특별 회의를 열도록 이사회를 압박하는 데 성공”했음을 강조했다. 이튿날 유엔 인권이사회 이란 특별회의에서 그는 발언자로 나서 이란의 ‘이슬람주의 폭정’과 국제사회의 침묵을 질타했다.
유엔워치 이사회 의장 린다 프룸은 캐나다 정치인으로 쿠바와 중국을 비판해왔고,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 명단에 올리려 애써왔다. 이사인 디에고 아리아는 베네수엘라 외교관 출신인데 얼마 전 미국이 잡아간 니콜라스 마두로를 국제무대에서 소리높여 비판해왔다. 이들의 세계관에서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그리고 팔레스타인이 한 묶음인 듯하다.
반면에 이스라엘 로비단체들 목록을 정리하는 기구들도 있다. 일례로 ‘NGO리포트’는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의 정권을 편들면서 인권단체인 척하는 기구들을 골라내 목록으로 정리한다. 최근 리스트에는 친이스라엘 단체들 이름이 쫙 올라왔다. 학살과 기아를 감추고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못된 정권들의 여론전 속에, 세계 시민들이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할 것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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