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한류 갈등? ’K 컬처’가 아시아와 함께 가려면

딸기21 2026. 2. 25. 15:57

-2024년 5월 3일 뉴진스님(윤성호)이 콸라룸푸르의 클럽에서 공연을 한 뒤에 말레이시아 청년불교협회(YBAM)가 공식 비판 성명을 냈다. 일부 언론은 “클럽 공연에서 머리를 민 디제이가 승복을 입고 관객을 열광시켰다”고 보도했다. 그해 석가탄신일에 뉴진스님은 한국 연등회에서도 공연을 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서울 공연이 불교 행사의 하나로 기획된, 불교를 대중화시킬 수 있는 퍼포먼스였던 반면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승복을 입고 춤판을 부추긴 클럽 쇼’로 받아들여졌다.

-2024년 10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APT.'를 공개 비판하며, 말레이시아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서구적 가치를 조장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사진을 게재하며 “이 노래 가사는 명백히 건강하지 못한 생활 방식을 조장한다”는 글을 올렸다.

-2023년 9월에는 마마무의 말레이시아 공연이 취소됐다. 마마무는 LGBTQ 커뮤니티를 지지하고 성별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점이 인기 요인 중 하나가 돼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이 콘서트 허가 신청을 거절함으로써 공연이 무산됐다. 이 또한 보수적 이슬람 가치관과 K-컬처의 문화 코드가 충돌한 사례였다.

-2018년 12월 인도네시아 방송위원회(KPI)는 온라인 쇼핑몰 ‘쇼피(Shopee)'의 광고와 블랙핑크가 출연한 '쇼피 창립기념일 세일 로드’ 프로그램을 방송한 11개 방송사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경고장은 여러 여성 출연진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방송윤리규정 및 프로그램 기준제에 명시된 품위 기준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방송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간 것은 국제 청원사이트에 '쇼피 BLACKPINK 광고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10만 명 이상이 서명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6월 한국 방송사 SBS의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 제작진이 ‘인도네시아 비하 논란’이 일자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가 된 부분은 등장인물이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한 에피소드였다. 극중 감독은 “숙소 컨디션도 엉망이고, 지들은 돔 경기장에서 연습하고 우리는 에어컨도 안 나오는 다 낡아빠진 경기장에서 연습하라고 하고”라고 발언한다.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이기자 인도네시아 홈 팬들이 야유를 보내는 장면도 등장했다. “개매너 아닌가요” “매너가 있으면 야유를 하겠냐” 등의 대화가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은 SBS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항의 댓글을 달고 사과를 요구했다.

-2023년 7월 블랙핑크는 '남중국해 영토분쟁 지도 표기' 논란 때문에 베트남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블랙핑크 투어 웹사이트에 올라간 이미지에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서 내세우는 ‘구단선’이 표시돼 있었다. 베트남 외교부는 “베트남에서 9단선을 사용한 제품이나 출판물을 홍보하고 사용하는 것은 베트남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팬들은 콘서트 관람을 취소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나 한국 소속사와는 관련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투어 주최사인 iME는 중국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연기획사로,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사용된 지도 이미지도 이 회사에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총체적이고 면밀한 관리와 대응이 필요함을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Hanoi Times)


-베트남에서는 종교적 이슈는 없지만 국가의 미디어 심의와 검열, 그리고 역사적·영토적 이슈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정치·역사적 코드가 충돌하면 여론이 빠르게 경직되는 양상을 보인다. 가족주의, 학력주의, 로맨스 코드가 들어가 있는 K-드라마는 이견 없이 수용되곤 하지만 ‘재벌 로맨스’ 등 빈부격차를 전제로 한 비현실적인 로맨스 등은 반감을 살 수 있다.
또 남성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의 손목을 잡아 이끄는 장면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반복되면서, 베트남과 태국 등지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가부장적 코드”로 받아들여졌다.

-태국 정부는 블랙핑크 리사 등 자국 국적의 K-팝 스타들을 소프트파워 전략에 동원하며 문화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세안과 K-컬처를 연계한 한-아세안 뮤직페스티벌 등 자국의 관광·문화산업에서 K-콘텐츠를 이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K-컬처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불거지기도 한다. 2023년 5월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값(최대 50만원대)이 논란이 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네시아에서 재난이 일어났을 때 K-팝 팬덤이 성금 모금 등으로 결집력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2025년 9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일부 시위 참여자들이 당국의 검열을 피해 소셜미디어에서 한글로 슬로건을 공유한 사실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정치인이 K-팝 팬덤을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려다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다. 2024년 대선 때 보수 정치인 쁘라보워 수비안토(현 대통령) 캠프가 블랙핑크 자카르타 공연 티켓을 경품으로 제공하면서 팬들의 캠페인 참여를 유도하려 했으나 오히려 K-팝 팬들의 반발이 더 컸다. K-팝 팬덤을 정치에 이용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아시아에서 K컬처는 단순한 외국 문화상품이 아니다. 문화 충돌이 벌어지고 현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부정기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점을 K-컬처에 대한 ‘피로감’ 혹은 ‘백래시’의 징후로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규범 측면에서 현지 사회들의 종교적 측면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종교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을 “현지 다수 주민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논란거리다. ‘한류 수출’을 위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억압, 여성 권리나 여성의 자기 표현에 대한 규제를 수긍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부터, 우리 안의 과도한 민족주의적 정서나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를 상대로 표출되는 우월감에서 벗어나야 하고 젠더, 계급 측면에서 인권과 평등 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중요하다.
여러 논문들을 보며 이제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K 컬처를 문화적 제국주의 맥락으로 해석하는 것을 봤다.  K컬처를 통해 우리도, 그들도 성장해야 하고 또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갈등(?)을 보면서 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