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 이란 배 나포한 인도

딸기21 2026. 2. 23. 02:17

인도 서부 항구도시 뭄바이, 아라비아해에 면해 있다.
인도가 이달 초 유조선 3척을 나포. 인도 해안 당국, 6일 X에 “의심스러운 활동을 포착해 뭄바이 서쪽 약 100해리 해상에서 선박 세 척을 나포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
그런데 미국이 공식 확인해줌. 미 국방부, 미군이 카리브해에서부터 추적해왔던 제재 대상 유조선이 인도양에서 나포됐다고 역시 X에 글을 올림.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작전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들에 격리조치 내렸는데 "해당 선박은 조치를 무시하고 도주했고, 카리브해에서 인도양까지 추적해 접근 후 나포했다"고 설명. 인도가 나서서 작전을 해준 것.

-그 배들은 이란과 관련된 제재 대상 선박들로 확인. 이란은 성명을 통해 해당 선박 및 화물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배 한 척은 운항 당시 이란 국기를 달고 있었고, 다른 배 한 척은 작년 초 이란에서 동아프리카 지부티로 연료유를 운송한 전력. 나머지 한 척은 주로 중국 인근 항로에서 운항해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데.
선적과 배 이름을 계속 변경하고 위치추적 데이터를 바꿔가면서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들, 이른바 ‘다크 플릿(dark fleet)’ 혹은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이번에 나포된 3척은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는 인도 국적자가 관리하는 30척 규모의 유조선단에 속한 배들”이라고.

-제재 대상 원유는 통상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거래됨. 이를 거래하는 게 그림자 선단.
그림자 선단은 공해상에서 만나서, 제재 대상이 아닌 선박으로 원유 같은 화물을 옮겨 싣는다. 이걸 선박 간 환적(Ship-To-Ship, STS)이라고 부름. 이 과정을 통해 원산지를 세탁한 뒤 다른 나라에 파는 것.
그동안 그걸로 장사해온 나라 중 하나가 인도. 이란과 러시아산 제재 대상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해 국내에서 사용하기도 하고, 일부는 정제한 뒤 ‘인도산’ 원유로 표기해 호주 등지로 재수출해왔다. 그 중에는 불법 거래돼온 원유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
사실상 인도 당국은 그런 불법 거래를 묵인해온 측면. 만약 인도 측이 이번 조치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단속을 하겠다고 하면 인도 정유업체들은 원유 공급선을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제재 대상이 아닌 원유를 사들이게 되면 이전처럼 큰 이윤을 기대하기 어렵겠지.

-인도가 이란과 선 긋고 나선 이유는
1차적인 명분은, 인도 근해가 불법 거래의 중간 기지로 활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 세 척의 유조선 나포 이후, 인도 해안경비대는 자국 해역에서 추가적인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아라비아해역에서 55척의 함정과 10~12대의 정찰기 동원, 대규모 24시간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했다고 밝힘.
하지만 미국 압박이 컸을 것. 선박 나포한 그날, 미국과 인도가 양자 무역협정 발표. 트럼프 정부가 인도에 관세 50% 물렸는데 이번 협정 통해서 18%로 인하. 그러고 바로 인도가 이란 관련 선박들 나포한 것. 그리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중단하기로 합의.
또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문제도 걸려 있음. 인도 해군은 동부 항구도시 비사카파트남에서 대규모 해군 훈련 중. 18일 관함식으로 시작해서 26일까지 이어지는 ‘밀란 훈련 2026(Exercise Milan-2026)’.
인도 위상과 해군 전력을 과시하는 자리. 세계 135개국에 초청장 발송. 해사 전문 매체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50여개국이 참석을 확정했다고 하는데, 함정이나 항공기를 파견이 확인된 나라는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남아공 등등.
여기 이란도 참가하겠다고 했음. 그런데 인도 정부가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미국 보잉사의 해상초계기 추가 도입 계획을 발표할 방침인데, 이란이 참가하면 미국과의 무기 거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선박을 나포하는 조치로 이란에 에둘러 눈치를 준 거라는 해석도.

-인도와 이란 관계
독립 인도와 이란은 1950년 3월 15일에 외교 관계를 수립. 하지만 냉전 시기에 인도와 이란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랐음. 당시엔 인도는 비동맹 국가이면서 미국보다는 소련과 오히려 더 친밀한 관계. 핵무기 개발하면서 미국과 결정적으로 관계가 어긋남. 반면에 1979년 이슬람 혁명 전까지 이란 팔레비 왕조는 미국과 밀착된 정권.
이란이 혁명 뒤 미국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인도와 일시적으로 가까워짐.
그런데 이란이 특히 카슈미르 문제에서 파키스탄 편을 들고,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인도는 이라크를 지지. 그래서 양국 관계 나빠짐.
1990년대에 판이 또 바뀜. 두 나라 모두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해 있는데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바라지 않았던 것. 그래서 인도와 이란 모두 아프간 내 반탈레반 세력(북부동맹) 지원.
탈레반 무너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2년 12월 인도와 이란은 국방 협력협정 체결.

-현재 인도는 1차 에너지 수요의 40% 이상을 수입에 의존. 독립 100주년 맞는 2047년까지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삼고 있음. 자국산 원유 생산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해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 그리고 재생에너지 대규모 확대 등 전방위 전략을 추진 중.
인도의 에너지 수요에서 이란의 비중은 국제정세에 따라 변화. 2000년대 인도는 경제성장에 본격 시동.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 등 중동 원유가 인도 전체 원유수입의 3분의2를 차지.
하지만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자 수입을 대폭 줄임. 인도의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 비중은 2020년이 되면 거의 사라짐.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가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과 인도에 원유 덤핑 판매. 그래서 러시아가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 됨. 러시아산 비중이 2024~25년 35.8%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산됨.

-그 사이에 인도는 저가 원유만 확보한 게 아니라, 앞서 말했듯 상당량을 정제해 수출. 인도에는 러시아 제재가 큰 기회가 된 것.
당연히 미국은 발끈했고. 거기엔 지정학적 대결뿐 아니라, 미국의 기름장사 속내가 크게 작용.
미국외교협회(CFR) 17일 분석- 작년 8월 트럼프 정부가 인도 관세 대폭 올린 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줄이고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림.
그리고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쫓아낸 뒤,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자기가 나서서 팔겠다고 하고 있음, 미국 꺼라면서. 이란, 러시아산 원유 사지 말고 앞으로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사라고 인도를 압박하고 있음. 트럼프는 1월 31일, 인도가 “이란 대신(as opposed to Iran)”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렇다고 인도가 미국에 밀려 어쩔수 없이 이란, 러시아와 관계를 끊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음. 인도는 지금은 원유 수입하는 나라이지만, 장차 청정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려 함. 그러려면 미국, 유럽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함. 이미 인도 태양광 모듈 수출의 약 90%가 미국으로 간다고.

-카슈미르 문제, 그리고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스라엘 공식 방문(2017년)하는 등 이스라엘과 친하게 지내는 것 등으로 갈등과 화해가 반복돼왔음.
미국 때문만은 아니고.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도와 이란은 서로를 경쟁상대로 인식. 특히 이미 핵을 가진 인도는 이란 핵프로그램에 강력히 반대해왔지. 예를 들면 인도는 이란과 비교적 관계가 긴밀했던 2005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란 핵 개발에 반대. 당시 이란이 배신감을 표현했다고 함.
이번 선박 나포 뒤 파키스탄 언론인 타임스오브이슬라마바드, 16일 “트럼프 행정부에 환심 사기 위한 유조선 나포, 인도의 이란 배신”이라고 주장. 모디 정부가 전략적 자율성을 포기하고 미국 대리인 역할을 한다는 식으로 비꼼.
미국도 인도와 무역협정 맺고 관세 낮춰주면서 외교적 승리를 강조했지만 인도는 “우린 우리 에너지 안보를 위해 최선의 것을 한다”는 입장일 뿐.

-인도는 이란 핵프로그램에 반대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제재에 찬성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 트럼프 정부 1기 때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를 깨고 제재를 강화하자 당시 인도 외교장관은 “인도는 유엔 제재만 따른다, 어떤 나라의 일방적인 제재는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고.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에 미국의 제재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2019년 이후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떠들썩하게 동참을 표하기보다는 ‘조용한 철수’로 진행해옴. 중동 석유 수입은 국제정세에 따른 리스크가 크고, 또 아시아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강화되면서 이란과의 관계를 끊는다기보다 ‘얇게’ 만들면서 조정 중이라는 분석.
당장 1월 23일 이란 반정부 시위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인도는 반대표를 던짐.

점점 덩치가 커져가는 인도의 행보, 앞으로 더 주시해야할 듯.

*참고문헌
Examining Iran-India Relations within the... Maziar Mozaffari Falarti & et al. Vol. 15, No. 2, Issue. 40, Summer and Autumn 2025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india/indian-coastal-authorities-seize-3-us-sanctioned-oil-tankers-linked-to-iran/articleshow/128437223.cms#

https://www.wionews.com/photos/-most-wanted-in-us-how-india-captured-iranian-ghost-ships-smuggling-oil-through-arabian-sea-1771273351808/1771273351815

https://timesofislamabad.com/16-02-2026/indias-betrayal-of-iran-seizing-tankers-to-appease-trump-administration

https://maritime-executive.com/article/indian-tanker-seizures-threaten-market-shift-and-rift-with-iran

https://maritime-executive.com/article/massive-indian-hosted-international-fleet-review-will-be-a-diplomatic-test

https://www.cfr.org/articles/oil-energy-india-u-s-relations-and-the-russia-conundrum

https://m.thewire.in/article/diplomacy/the-crisis-in-iran-and-indias-western-strategic-exposure/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