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 멕시코, 카르텔, 할리스코

딸기21 2026. 3. 1. 11:14

지난 일요일(22일) 멕시코 당국, 마약범죄조직 우두머리 네메시오 오세게라(일명 엘 멘초)의 은신처를 찾아내 사살. 남부 할리스코주의 외딴 마을 타팔파에 연인과 함께 숨어있다가 국가방위대 특수부대에 사살됨.
당시 전쟁 방불케 하는 교전. 범죄조직 근거지에서 로켓발사기, 박격포탄까지 발견됐다고.
그러자 23일 멕시코 곳곳에서 당국에 맞선 범죄조직의 공격과 폭력사태. 60여명 사망. 국가방위대 최소 25명 숨졌고 나머지는 대부분 범죄조직원.
10여 개 주에서 범죄조직원들이 도로 막고 차량에 불 지름.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 방화도.

-올해 월드컵도 열리는데, 멕시코 치안 우려-
특히 범죄조직 우두머리 하나 제거하면 내분 벌어지고 일종의 세력 재편이 일어나면서 범죄조직들 간 폭력사태 늘어날 수 있음. 과거에도 그랬기 때문에 당국이 촉각.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주유소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영상이 퍼지고 상점 약탈 등 이번 사태를 틈탄 소동이 벌어질까봐 시민들 불안해하고 있다는데.
일요일 당일에는 항공사들이 일제히 항공편 취소하고 멕시코 항공사들 주가 하락. 하지만 아에로멕시코, 에어캐나다 등 이튿날부터 단계적으로 항공편 재개.
관광산업 타격 올까봐 당국은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고 강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월요일 새벽에 기자회견을 열고 작전 상세하게 설명. 지금은 상황이 대부분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불안이 가시지는 않은 상황.
당국은 할리스코 주에 병력 2000명 투입해 경비를 강화했고, 전국에서 범죄조직원 체포작전 중.

-멕시코는 멕시코시티와 31개 연방주로 구성돼 있는데 할리스코 주는 그 중 하나로 멕시코 남부, 태평양에 면해 있음. 인구가 830만명. 멕시코주, 멕시코시티에 이어 3번째로 많음. 주도인 과달라하라는 멕시코시티에 이은 2위 도시이고.
테킬라의 발상지가 할리스코 주.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할리스코 카르텔(할리스코신세대카르텔, JNGC)이 더 유명.

-사살된 엘 멘초는 1966년생, 미초아칸 주의 빈민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보카도 과수원에서 일했고, 초등학교 중퇴한 뒤 1980년대에 미국으로 불법 이주. 마약 밀매에 손대면서 여러번 추방됐다 미국 가고 다시 추방.
그러다 결국 1990년대 멕시코로 완전히 추방됐고 돌아와서 밀레니오 카르텔(=발렌시아 카르텔)이라는 범죄조직의 조직원이 됨. 조직 내분 틈타 할리스코 카르텔 만들어서 보스가 됨.
2012년에도 한차례 대대적인 체포작전, 하지만 조직원들 동원해 고속도로 막고 차량 수십대 불질러 바리케이드 삼아 추격을 피함.
2015년에는 측근들이 사살되자 연방경찰 공격을 명령, 최악 폭력사태를 일으킴. 몇 달에 걸친 당국의 작전은 수십 개 도시에서 차량과 주유소 방화, 도로 봉쇄로 번짐.

-2015년 4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엘 멘초를 외국 마약왕 지정법(Foreign Narcotics Kingpin Designation Act, 일명 “Kingpin Act”)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지정. 2018년 미국은 엘 멘초 정보 제공 현상금을 500만 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올림. 2024년 12월에는 다시 1500만 달러로 올림.
트럼프 2기 들어와서는 이른바 미국 내 ’펜타닐 사태‘와 맞물려 ’특별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Specially Designated Global Terrorist)’로 공식 분류.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마약조직들에게도 전략적인 지역이 있음.
1) 태평양 쪽 서부 해안 따라 남에서 북으로 미초아칸, 할리스코, 나야리트, 시날로아 주 등이 쭉 이어져 있는 해안 저지대(티에라 칼리엔테)
2) 미국과 인접한 북부 티후아나 혹은 후아레스 같은 국경 도시
3) 해안 휴양지로 유명한 칸쿤의 리비에라 마야, 그리고 멕시코시티 같은 경제 중심지들.
이런 곳들에서는 카르텔들도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조직들 판도는 계속 변화. 2000년대 중후반까지 시날로아, 후아레스, 골포(걸프)가 3대 카르텔. 2010년대부터 달라짐. 가장 큰 변화는 할리스코가 만들어진 것.
시날로아의 연계 조직 중에서 미초아칸 주를 근거지로 삼고 있던 밀레니오 카르텔에서 내분이 일어나면서 2010년 무렵 엘 멘초가 새 조직을 만들었고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

-할리스코는 카르텔들 중에서도 ‘극단적인 폭력성’으로 악명. 이 조직이 등장한 이후 할리스코 주에서는 살인, 실종, 집단 매장지 급증.
또다른 범죄조직 로스세타스는 2010년 시날로아에서 갈라져나온 조직인데 내분으로 싸우다가 이리저리 찢겨나가서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해짐. 할리스코는 한창 경쟁하던 시절 로스 제타스 카르텔과 싸우기 위한 ‘마타제타스’라는 내부 특수조직까지 만들어서 2011년 베라크루스에서 35명을 살해.
할리스코 카르텔과 관련된 내용 중에는 베라크루스 학살, 미초아칸 학살 등 ‘학살’이 많이 나옴.
호주경제평화연구소(IEP)의 국제 조직범죄 관련된 2025.5 보고서를 보면 멕시코에서 범죄조직이 관여된 사망사건 중에서 할리스코 비중이 압도적. 그 다음이 시날로아, 산타 로사 데 리마, 후아레스, 걸프 카르텔 순.


그런데 할리스코 관련된 자료에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 ‘public relations campaign’. 자기네가 다른 범죄조직들을 소탕해서 할리스코를 안전하게 해주겠다며 시민들 상대로 홍보. 코로나19 시기에는 전략적으로 과달라하라 등 전국에 구호품 전달, 로스세타스와 세력다툼 벌이던 베라크루스에서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나눠주고.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미국 마약단속국(DEA) 설명을 보면 할리스코는 40개국 이상에 연계망을 두고 마약 제조와 판매로 연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조직의 금융 부문인 ‘로스 쿠이니스(Los Cuinis)’를 통해 자금 세탁.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연계자, 중개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4.12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초국가적 범죄조직들의 진화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
과거의 카르텔들이 제한된 지리적 범위에서 단일 상품을 이동시켰다면, 지금의 초국가 범죄조직들은 지구적으로 여러 상품을 이동시킨다는 것.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할리스코 카르텔.

  • 중국 인도 튀르키예에서 마약 생산에 필요한 전구체를 조달해 마약을 만들어 미국에 공급하고
  • 이탈리아 범죄조직 은드랑게타와 협력해 유럽 내 코카인 유통망과 자금세탁을 확대하고
  • 콜롬비아·베네수엘라 범죄 집단과 연계해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의 불법 금 채굴을 통제하고
  •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 주요 항만 접근권을 확보하고
  • 중미와 멕시코를 통과하는 주요 인신 밀입국·인신매매 경로를 통제하고
  • 암호화폐 거래소와 중국계 자금세탁 네트워크 등을 통해 수익을 세탁하고…


-멕시코가 범죄조직이 판치는 나라가 된 이유는
1) 지리적 요인: 미국이라는, 최대의 마약 시장과 3000km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음.
1980년대 이후 콜롬비아산 코카인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미국이 카리브해를 단속하자 운송 루트가 멕시코로 이동. 1980~90년대 카르텔들의 조직화가 이뤄지고, 조직들은 지역별로 통제구역을 나눠 운송 네트워크를 만들었음. 이 시기 등장한 대표적 조직이 바로 시날로아 카르텔. 처음엔 암묵적으로 ‘구역’이 있었지만 수익성이 커지면서 조직 간 경쟁이 폭력적으로 변해감.
2) 정부의 부패와 취약성
제도혁명당이라는 단일 정당이 1929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71년간 장기 집권. 지방정부, 경찰, 검찰, 세관 등 위에서 아래까지 뿌리 깊은 부패 문제. 카르텔들은 경찰 매수, 정치인 협박, 선거 개입 등으로 세력 유지.
국가 통제가 약한 지역들에서는 지방권력과 결탁하거나 멋대로 통행료, 상업활동 비용 걷으면서 사실상 병행권력처럼 기능.
3) 빈곤과 경제적 유인
일부 농촌 지역과 국경도시에는 일자리가 부족. 교육 격차는 크고 사회안전망은 적고. 카르텔은 취약한 청년들에게 돈과 무기를 주고, 보호세력을 자처하면서 조직으로 흡수.

-멕시코 정부의 대응
2006년 이후의 ‘마약과의 전쟁’- 당시 집권한 펠리페 칼데론 정권, 군을 동원한 소탕작전. 문제는 이 전략이 카르텔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지도자 체포 → 조직 분열 → 중소 조직 증가 → 통제 불가능한 폭력 확산을 불렀다는 것.
또 하나, 미국의 무기가 유입되면서 마약조직들의 군사화가 가속됨. 멕시코 총기의 70%는 미국에서 흘러간 것. ‘마약은 북으로, 총은 남으로’라고들 표현.
사회 전체의 불안은 오히려 더 커졌고 인권 문제도 심각해지자 2018~2024년 재임한 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AMLO) 정부는 군사화 전략 대신에 대신에 카르텔 대응을 민간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국가방위대(Guardia Nacional)를 창설. 하지만 범죄와 살인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정치폭력, 언론인들 피살 계속됨.
암로는 이렇게 되자 군의 역할을 다시 확대. 2023년 7월에는 밀수 단속을 명분으로 멕시코시티 최대 공항의 운영권을 해군에 넘기기도.

-현 셰인바움 대통령은 국가방위대를 강화하고, 경찰 늘리고, 청년들 위한 예산 증액하겠다고 했었음.
일단 엘 멘초 사살에 대해 시민 여론은 지지가 압도적(엘우니베르살 보도).
하지만 이번 작전을 벌인 것은 아마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마약 소탕 압력과 관련있다는 분석. 올해 미국 정부는 USMCA(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게 되는데 트럼프가 늘 멕시코를 비난하는 근거가 이민자 문제, 그리고 마약 문제.
그래서 멕시코도 성과를 보여주려 한 건데 엘 멘초 사살 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멕시코는 카르텔과 마약에 대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라고 적음.

-할리스코를 없앨 수 있을까
양대 카르텔인 할리스코와 시날로아는 코카인에 몰두하다가 더 쉽게 생산, 거래할 수 있는 합성 마약쪽으로 방향을 트는 적응력을 보여왔고 지금은 합성 마약을 의약품으로 위장한 위조 의약품 시장 쪽, 전략 광물(리튬·코발트·희토류)의 불법 거래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두머리가 사라진 뒤 할리스코가 조각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초국가적 범죄조직들에 대해서 세계의 초국가적 협력이 없으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음.

참고문헌

https://www.eluniversal.com.mx/mundo/aguacate-pesca-y-hasta-mercurio-cjng-impacta-a-las-economias-rurales-de-mexico-y-america-latina/

https://www.reuters.com/world/americas/least-25-soldiers-died-after-raid-mexicos-most-wanted-cartel-leader-2026-02-23/

https://www.eluniversal.com.mx/nacion/tras-abatimiento-de-el-mencho-se-registraron-62-personas-fallecidas-70-detenidos-y-restablecimiento-del-orden-en-el-pais-harfuch/?utm_source=chatgpt.com

https://www.eluniversal.com.mx/estados/bloqueos-carreteros-y-quema-de-vehiculos-en-diferentes-estados-reportan-cierres-y-afectaciones-a-la-circulacion/?utm_source=chatgpt.com

https://en.wikipedia.org/wiki/Jalisco_New_Generation_Cartel

https://www.dea.gov/cartels

https://www.cfr.org/global-conflict-tracker/conflict/criminal-violence-mexico

https://www.milenio.com/policia/narcotrafico/quienes-son-lideres-podrian-quedar-frente-cjng-tras-muerte-mencho?utm_source=chatgpt.com

https://www.start.umd.edu/tracking-cartels-infographic-series-major-cartel-operational-zones-mexico

https://www.visionofhumanity.org/mexicos-organised-criminal-landscape-2025/

https://www.iiss.org/publications/armed-conflict-survey/2024/the-expansion-and-diversification-of-mexican-cartels-dynamic-new-actors-and-markets/

https://www.eluniversal.com.mx/nacion/mayoria-califica-como-positivo-abatimiento-de-el-mencho-revela-encuesta-es-el-parteaguas-de-sheinbaum-de-las-he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