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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 쿠바도 ’연내 레짐 체인지’? 숨통 죄는 트럼프

딸기21 2026. 2. 13. 16:17

지난 8일 쿠바 항공당국은 항공기 급유 연료가 부족해서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 등 전국 9개 공항에서 항공유 공급을 못한다고 발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료공급 차단한 탓. 특히 미국 압박으로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에서 주로 공급받던 석유가 사실상 끊김. 일부 외국 항공사들은 항공편 중단시켰고 일부는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 경유해서 연료 공급받는 방안을 모색 중. 쿠바 당국은 급유 중단 조치가 3월 11일까지 계속될 거라는데, 그 뒤엔 나아질지 의문.

멕시코 압박한 트럼프

트럼프는 1월 말 쿠바에 석유를 내주는 국가에는 보복 관세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 멕시코에 대한 압박. 멕시코 정부는 그동안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생명선’ 역할을 해옴.
그러면서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와 관계 강화하려고 애써왔는데 쿠바에 대한 압박은 너무 심하다고 느끼는 듯. 9일 셰인바움 대통령은 오히려 쿠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트럼프 정책을 비판. 800톤이 넘는 인도주의 물자를 해군 함정에 싣고 쿠바로 운송하고 있다고. 쿠바로 가는 석유를 미국 압력 때문에 거의 끊다시피 했는데 쿠바 말려죽이기가 너무 심해지니까 석유 수송을 재개하기 위해 애써보겠다고. 멕시코가 말하는 ‘외교적 조치’는 결국 미국을 설득하는 건데, 가능할지…

 

Cuba’s President Miguel Díaz-Canel flutters a Venezuelan flag in support of Venezuelan leader Nicolás Maduro in Havana, Cuba, January 3, 2026. Adalberto Roque/AFP/Getty Images

 

쿠바는 과거에도 항공기 급유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음. 10여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유럽 항공기들은 쿠바 오가며 가까운 바하마에서 급유. 하지만 이렇게 쿠바 당국이 공식적으로 항공연료 공급 중단한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

특히 캐나다나 러시아에서 오는 장거리 노선에는 엄청난 타격. 쿠바 찾는 관광객 중 캐나다가 제일 많았음. 2024년 약 86만 명. 그런데 급유 문제로 에어캐나다가 운항 5월까지 중단한다고 9일 발표.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인데, 2024년 18만6000명, 캐나다보다는 훨씬 적음. 그리고 미국 14만 2450명, 독일과 스페인이 각기 6만명 대.

쿠바 경제 상황

쿠바 찾는 외국 관광객,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쿠바와 관계개선하면서 2018년 460만명 기록. 제일 좋았을 때에는 관광수입 연간 30억 달러 규모. 하지만 그 후 계속 줄어서 작년에는 190만명 방문에 수입 9억달러. 전력 사정이 안 좋으니까 계속 호텔 등 관광인프라 질도 나빠지고 수입도 줄어들고, 관광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침체되는 악순환. 쿠바의 수출액은 2024년 기준 10억달러 불과. 주로 담배와 광물을 중국과 스페인에 수출.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없고 관광 산업도 타격, 경제는 암울. 화폐 가치는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고.

[타임라인] 미국-쿠바 외교사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5일 2시간 동안 TV 연설을 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향후 며칠 안에 추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 9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장애 아동들 위한 휠체어 538대가 필요한데 미국 봉쇄 때문에 그것마저 못 들여온다고 보도.

6일 버스, 열차 운행 제한 들어갔고. 9일부터는 은행 영업시간을 줄이고 문화 행사들을 중단. 이번 주말 예정된 아바나 국제도서전도 취소됐고, 야구 시즌도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음. 길게는 하루에 10시간씩 정전되는 곳들도 있고 곳곳에서 대중교통 멈춰섰고.
1990년대 초반 소련 무너진 다음에, 소련 도움이 끊기면서 쿠바 엄청난 경제난. 어떤 이들은 지금 상황을 그 시절에 비유하고 있다고. 현재 쿠바의 석유 비축량이 15~20일 버틸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인도적 위기 우려

5일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쿠바의 인도주의 상황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힘. 유엔 총회가 30년 넘게 미국의 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해 왔다고 지적. 유엔 직원이 아바나에서 유엔뉴스와 인터뷰하다가 중간에 사무실 전기가 끊어졌을 정도.

이미 쿠바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 받았고 지금도 2018년 수준으로 회복 못함. 게다가 작년 10월에는 허리케인 멜리사에 강타 당함. 쿠바는 재난 대비 훈련을 잘 해왔기 때문에 사망자는 없었지만 당시 피해 주민이 220만명이나 됐음. 그래서 유엔이 지원에 나섰는데 미국이 재를 뿌리고 있음.

보편적 의료, 무상교육, 식량 배급 등 쿠바를 지탱해주던 안전망이 다 압박을 받는 중. 유엔 쿠바 상주조정관으로서 쿠바 내 23개 유엔기구와 프로그램들 총괄해온 프란시스코 피숑, “이 모든 상황은 미국의 금수조치라는 맥락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 (그래놓고 미국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겠다, 그러니까 협상 응하라” 요구. 쿠바 당국 목 믿으니 가톨릭 교회 통해서 600만 달러 어치 물품 풀겠다고;;)

미국이 지금 쿠바를 이렇게 압박하는 이유가 뭘까.

트럼프 정부는 작년 12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는 ‘우리 뒷마당’ 선언.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이미 무너뜨렸고 다음은 쿠바라는 뜻인 것 같음.  지난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에게 협상을 제안한다, 너무 늦기 전에.” 라고 했고,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에 쿠바로는 “기름도 돈도 못 간다”고 올림.

지난달 2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쿠바 내부에서 정권 축출을 도울 인사를 찾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이라는 버팀목이 없어진 지금이 쿠바 정부가 가장 쇠약한 때이며 쿠바 경제가 붕괴에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고. 확실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가 무르익고 있으니 연내에 쿠바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서 쿠바를 배신할 자들을 물색하고 있다는 것.

[라운드업] 피그만에서 관타나모까지, 미국과 쿠바의 굴곡진 역사

경제 압박을 넘어 이참에 쿠바도 ‘레짐 체인지‘ 해버리겠다? ‘트럼프가 쿠바를 어디까지 몰아붙일까’라는 채텀하우스 분석을 보니, 트럼프는 쿠바 정부에 협상을 제안했고 양국이 대화 중이라고 했지만 실상 쿠바는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정치범 풀어주고 선거를 받아들여서 권력을 위협받을 것인지, 아니면 버틸 것인지. 버티다간 혼란이나 인도적 위기, 대규모 난민 탈출 같은 상황도 올 수 있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쿠바 공산당 정부가 물러서도록 하기 위해서 미국이 쿠바에 내놓을 수 있는 협상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뭐가 있을까?
1992년의 쿠바 민주주의법, 1996년의 쿠바 자유·민주 연대법 등 쿠바 금수조치를 미국은 법으로 규정해놨음. 그래서 트럼프가 쿠바에 당근을 주겠다, 해도 마음대로 못함. 예를 들면 1996년 법(일명 ‘Liberty Act’)은 의회가 금수조치를 풀기 위해서는 카스트로 가문의 완전 퇴진, 정치범 석방, 결사·표현의 자유 회복, 다당제 선거로 가는 믿을만한 조치 등이 쿠바에서 실현돼야 한다고 규정. 카스트로는 이미 퇴진했지만 나머지는 쿠바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

President Bill Clinton signs the Helms-Burton bill. Denis Paquin/AP Photo


물론 트럼프는 미국 법들을 종종 무시해왔음. 윽박질러 두 손 들게 한 뒤 제재 완화한다 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듯. 하지만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개입에서는 의회의 견제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해도, 쿠바 문제에서는 금수조치를 지지하는 공화당 세력의 반발을 살 수도 있음. 미국 내 쿠바계 커뮤니티는 쿠바 공산정권에 적대적인데 공화당에 정치적 영향력 큼. 또 하나, 쿠바는 베네수엘라가 아님. 석유나 광물 자원이 없다. 그러니까 일단 협상 이야기를 던진 거 아닌가 싶기도. 그러다가 안 되면 힘을 쓰겠지만.

쿠바 내 동향

혼란과 부패로 얼룩진 베네수엘라 정부와 달리, 쿠바는 1959년 혁명 이래로 공산당 체제. 관광과 금융서비스 등 경제의 핵심 분야는 대형 지주회사를 통해 통제하는데 그런 회사들을 혁명무력부(FAR)가 쥐고 있는 구조. 내부에 핵심 지지기반이 있는 셈.

하지만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권력을 얼마나 장악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2018년 카스트로 형제의 후계자가 됐는데 1960년생, 즉 혁명세대가 아닌 당 관료 출신. 라울의 아들인 알레한드로(Alejandro Castro)가 내무부에서 실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미국 압박이 심해지자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단결을 강조. 하지만 중립적이라는 평을 듣는 온라인 매체 아바나타임스 기사는 다름.
합승 택시 안에서 젊은 남성이 라울 아들 비판하고 쿠바 정권 ‘독재’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유튜브 영상 크게 틀어놔도 아무도 말 안 하더라, 카스트로주의 비판하는 노래를 누가 크게 틀었더니 따라 부르는 이들이 있더라, 정치경찰 정보원이던 사람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하더라…즉 반정부 감정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그걸 이제는 사람들이 숨기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시민들이 현 체제를 뒤집어 엎을 지는 의문. 공산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미 나라를 떠났고, 대안 세력이나 야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철로 된 심장’ 피델 카스트로가 남긴 말들

결국 믿을 곳은 중국 뿐?

11일 그란마는 “제국이 쿠바를 질식시키려 하는 상황 속에서, 세계 각국은 최고 수준에서 쿠바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 멕시코의 인도적 물품 제공, 브라질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쿠바 국민과 연대한다고 한 것, 교황 레오 14세가 미국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 것, 개도국 그룹인 G77이나 비동맹운동 그룹이 미국 비판한 것 등을 거론.

현재로선 중국이 쿠바의 버팀목이 될 가능성. 중국은 지난달 쿠바에 쌀 6만 톤과 8천만 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 왕이 외교부장이 며칠 전 쿠바 외교장관을 만나서 “중국이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발언.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10일 미국을 비판했고 11일에는 쿠바를 “가능한 최선의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힘. 다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쿠바와의 양자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함.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 저지르는 러시아도 쿠바에는 원유와 연료 화물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