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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런스 대로의 '흑인을 위한 변론'

클래런스 대로(Clarence Darrow. 1857-1938)는 미국의 변호사입니다. 다윈주의를 학교에서 가르친 남부의 교사 존 스콥스(John T. Scopes)와 엽기적 살인범 ‘레오폴드와 로엡’을 변호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존 스콥스는 테네시 주의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1925년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테네시 주는 ‘버틀러 법(Butler Act)’라는 법령을 통해 진화론 교육을 금하고 있었습니다. 테네시 주 대 스콥스 사건, 이른바 ‘스콥스 원숭이 사건(Scopes Monkey Trial)’은 미국에서 지금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진화론 교육 논쟁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인 재판이 됐습니다.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 스콥스가 살고 있던 테네시 주 데이튼의 작은 마을은 일약..

봄이 봄같지 않은 계절에 읽은 책들

(이것은 무려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사람. 딸기가 저렇게 알흠답게 앉아 책 읽을 리는 없고.. ㅎㅎ) 정리를 해야 하나... 일단 목록만. 3/13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3/13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대담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3/14 에드 디 앤절로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 3/14 조너선 스펜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3/16 라파엘 젤리히만 '히틀러, 집단애국의 탄생' 3/19 피터 싱어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3/21 히로세 다카시 '제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3/28 도널드 조핸슨 '루시, 최초의 인류' 3/29 호미 바바 엮음 '국민과 서사' 4/3 한스 울리히 벨러 '허구의 민족주의' 4/7 레슬리 질 '아메리카 ..

일란 파페, '팔레스타인 현대사'

팔레스타인 현대사 : 하나의 땅, 두 민족 A History of modern Palestine일란 파페 저 | 유강은 역 | 후마니타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가 팔레스타인의 현대사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팔레스타인'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지역과 동일시되는 곳 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만든 팔레스타인 '독립운동 세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포괄하는,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이라 불려왔던 지역'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중 어느 한 쪽을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 지역 '모든 가려진 사람들', '모든 빼앗긴 사람들'의 입과 눈이 되어 이 지역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시대적으로는 19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영국에 밀려나던 시기부터 시작해..

딸기네 책방 2012.04.09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최초의 3분 The First Three Minutes(1994)스티븐 와인버그. 신상진 옮김. 양문 책이 신간으로 회사에 갓 도착했을 때 그쪽 부서를 기웃거리며 주워온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나오기 전부터 다른 물리학 교양서들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몹시 궁금해하고 있었고, 잽싸게 집어오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더랬다. 그런데 아직까지 쟁여만 두고 있다가... 지금 확인해보니, 국내 발행된 것이 2005년이다. 그러니 쟁여두고 무려 7년을 열어보지 않았던 셈이 되네... 일단 펴든 뒤에는 죽죽 읽어나갔다. 책은 미국 핵물리학자인 와인버그가 1973년 하버드 대학 과학관 개관식에서 한 연설을 기초로, 빅뱅 이후 '첫 3분'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와 추측을 덧붙여 펴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브로노우스키, '과학과 인간의 미래'

과학과 인간의 미래 A Sense of the Future: Essays in Natural Philosophy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임경순 옮김. 김영사 얼마전 읽은 '루시, 최초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김영사에서 펴낸 '모던&클래식' 시리즈 중의 하나다. 그 시리즈의 '도도의 노래'나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오래된 책이다. 에세이 묶음집인데 처음 나온 것이 1977년. 국내에선 그 20년 뒤인 1997년 임경순 선생 번역으로 이미 한차례 출간됐다가 최근에 출판사와 포장이 바뀌어 다시 나왔다. 한글판에 적힌 저자 이름은 동유럽식의 '브로노프스키'에서 10여년 만에 영어식 '브로노우스키'로 바뀌었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오늘날의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이주한 과학자..

조너선 스펜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To Change China : Western Advisers in China (1969)조너선 스펜스. 김우영 옮김. 이산 조너선 스펜스다. 중국에 딱히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조너선 스펜스의 책을 나오는족족 모조리 읽고자 결심한 터라...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것은 무조건 사두고 보자는 심리도 있거니와) 이 책도 보이자마자 재빨리 업어왔다. 스펜스의 책이 굴러다니고 있는데 아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니, 복 받았다!!! 무려 1969년에 나온 책이다. 허나 스펜스의 책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국내에 출판된 그의 책 중에서 이산에서 나오지 않은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한 권 빼고. '현대 중국을 찾아서' 2권은 정통 역사서에 가깝지만 그 나머지 책..

딸기네 책방 2012.04.03

루시, 최초의 인류

루시, 최초의 인류 The Beginnings of Humankind도널드 조핸슨. 진주현 해제, 이충호 옮김. 김영사. 미국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루시'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 이렇게만 적으면 너무 썰렁하다. 문제의 '루시'는,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존재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책을 읽고 있던 우리 딸도 "엄마가 읽던 책에 나온 '루시'가 여기에도 나왔어요!" 하면서 제 책을 들이밀 정도이니 말이다. 아파르 지역에서 나왔다 해서 '호모 아파렌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루시는 1974년 발굴됐다. 저자는 루시를 발굴하기까지의 과정, 루시의 발굴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고인류학..

도쿄 대공습과 커티스 르메이

1945년 3월 10일 새벽, 미군 B29 폭격기 340여대가 2400톤이 넘는 소이탄을 일본 도쿄에 떨어뜨렸습니다. 몇개월 뒤 히로시마·나가사키 핵폭탄 투하로 이어지는 미국의 일본 패퇴작전의 서막인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그 몇년 전부터 태평양전쟁을 벌여 아시아 거의 대부분 지역을 전쟁터로 만들었지만 정작 일본 ‘본토’의 국민들은 전쟁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 주요 전선에서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군국주의 정부의 선전이 사실이 아님을, 미국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적을 상대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 바로 이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이미 도쿄는 1923년의 간토 대지진으로 한차례 초토화된 뒤였습니다. 20여년 동안 도쿄를 재건하면서 일본 당국은 ..

공원의 모범, 도쿄 세타가야 공원

역시 지난해 가을의 풍경입니다. 도쿄 시내 세타가야(世田谷) 구에 있는 세타가야 공원에 갔습니다. 먼저 사진부터 보시죠. 왜 제가 '공원의 모범'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였는지. 공원 뒷문으로 들어섰습니다(앞문이라 해봤자 거대한 정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들 음식을 하고 있네요. 얼핏 보면, 무슨 난민촌(?) 같아 보입니다. 깔끔하게 단장된 '콘크리트 공원'들과는 영 다릅니다. 날이 조금 쌀쌀했습니다. 국물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싼 값에 팝니다. 이 공원의 놀이활동을 돕고 관리하는 시민단체에서 하는 겁니다. 여기도 난민촌;; 분위기... 여기저기 나무에 로프를 매달았습니다. 바닥엔 비닐을 깔아놓고, 거기에 물을 받아놨습니다. 이겁니다. 앞에 쓰여있는 일본어는 '스타트(start)'. 여기가 출발지점..

지난 가을, 카루이자와

지난해에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소소하게 여행도 다니고 했건만,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던지라... 예전 집에선 사진을 다 뽑아 액자에 걸어두고 앨범에 정리하는 일이 재미 중 하나였는데, 지난해에 어수선하게 지내느라 통 사진도 정리하지 못했다. 사진이라 해봤자, 아이폰 생긴 뒤로는 내 손에 디카를 들고다니는 일도 없고 해서 별로 찍지도 않았고. 그나마 아지님이 얻어온 삼성 디카에 몇장 담겨 있는 것을, 어제야 랩톱에 연결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건진, 카루이자와(軽井沢) 풍경 몇 장. 제법 추웠다. 지난해 10월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다이어리조차 어디에 틀어박혀있는지 모르는 형편이라 확인 불가능 -_-;;) 카루이자와가 유난히 추웠다. 나가노(長野) 현 키타사쿠(北佐久) 군에 있으니 도쿄보다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