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의혹을 팝니다-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딸기21 2012. 8. 17. 14:14

의혹을 팝니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

에릭 M. 콘웨이, 나오미 오레스케스.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5/16



정말 재미있었던 책. 일군의 미국 과학자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농락하려 하는지를 탐사보도처럼 추적했다.


냉전 시대에는 군비확산을 부추기면서 국방부와 손잡고 이익을 챙기다가, 냉전이 끝나니 잠시 끈 떨어진 신세가 되었던 ‘어용 과학자’들. 그러나 거대 기업들과 우익 언론들은 늘 이런 자들을 필요로 하게 마련. 이 못된 과학자들, 더 이상 ‘과학자’라고 부를 이유도 없어진 이 과학계 유명 인사들은 미디어를 통해 얻은 이름값과 인맥을 동원해 냉전 뒤 한 차례 변신을 한다.


그들의 새로운 모습은 ‘담배는 위험하지 않다’며 죽음을 파는 담배회사들을 편드는 변호인이다. 하지만 힘들고 오랜 싸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담배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끝내 와버렸다. 그러자 이들은 다시 2차 변신을 시도한다. 이번에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것은 ‘기후변화’다.

환경론자들을 향해 ‘기후변화는 없다’며 공격을 가하는 그들.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은 이들의 농간을 통해 ‘괜히 살충제를 비난해서 오히려 제3세계 수많은 이들을 죽게 만든 대량 학살자’라는 말도 안 되는 오명을 쓴다.


이들에게 속는 사람이 있냐고? 많다! 불과 몇 년 전, 조지 W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던 시절에 미국에서 ‘기후변화 스핀(spin)’이라는 어려운 말이 유행을 했다. 기후변화에 관해 세계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갖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위원회(IPCC)에서 기후변화 총회를 했던 2007년 무렵이었다. 


기후변화 스핀론자(?)들이 주장하기로는, IPCC의 어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보이게 만들려고 자료를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즉 기후변화 스핀이란, ‘기후변화와 관련해 자료를 조작하는 나쁜 환경론자들의 수작’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부시 행정부는 옳다구나 하며 환호했고,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움직임을 어떻게든 방해하려는 자들 역시 박수를 쳤다.


이 책의 첫머리에 나온 과학자가 바로 그 때 비난을 받았던 IPCC의 환경학자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를 몰아붙인 과학자의 탈을 쓴 선동가들은 냉전시기 이후로 살길을 찾아 과학의 이름을 더럽혀온 저런 변신의 귀재들이었다. 


그들과 그 후예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지금도 우리를 속이고 눈과 귀를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과학의 탈을 쓰고 과학을 미신으로 만들며 이용해 먹는 자들. 그러니 눈 똑바로 뜨고 진실을 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