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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스튜어트, '생명의 수학'

딸기21 2015. 11. 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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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어떤 출판사 편집자와 수다를 떨다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책도 재미있을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 경우, 잘 이해하지 못하는 책도 충분히 재미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 중 대부분에는 아마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구절, 내가 모르는 지식들이 들어있었을 터이지만 그런 건 책의 재미를 느끼는 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세세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게는 재미있게 다가오는 어떤 포인트랄까, 그런 게 있으면 언제나 재미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이언 스튜어트의 <생명의 수학>(안지민 옮김. 사이언스북스)을 읽었다. 많이 재미있었다. 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수학은 생물학에 필요하다'. 예전에는 수학이 물리학하고만 관계가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생물학에서도 수학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생물학이 '혁명'을 겪고 있는 지금은 수학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저자는 '당연하게도' 수학자다. 영국의 수학자 겸 과학저술가인데 책을 정말 재미있게 썼다니깐요. 특히 내가 좋아라 하는 영국식 유머... ㅎㅎㅎ 


저자는 수학을 통해 생물학의 역사를 훑는다. 황금율 등등 수비학(數秘學) 같은 얘기에서 출발해 꽃잎의 수, 이파리가 나는 각도 따위를 설명하며 슬그머니 수학과 생물학이 합쳐진 세계로 들어간다. 멘델의 유전법칙, 린네의 분류와 '생명의 나뭇가지', 진화와 유전자 등등 생물학의 역사를 풀어놓으면서 위상수학과 복잡계 이론, 심지어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수학적 추론까지 줄줄이 펼쳐 보인다.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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