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일본에서 잘 먹고 살기

딸기21 2012. 5. 10. 22:20

아주아주 드물게 올리는 딸기의 먹거리 포스팅.

(요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안 올리는 거라고 마구 추측하지들 마셈 ㅎㅎ)


아무래도 요즘의 식생활에 대해 보고(?)를 좀 해야할 듯 싶다. 왜냐? 

그동안 받아먹은&먹고있는&먹을예정인 것들이 잔뜩 있는지라...



일전에 페북에 올렸지만... 이건 게고가 보내준 먹거리들.

포장 미역은 집에 좀 있었지만 게고가 보낸 미역 보면서 '이거 맛있겠구나!' 했다. 신문지에 싸놓은 것 보고. 아마도 제대로 된 미역 아닐까 싶어서. 예측이 맞았다! 엄청 맛있었다. 그런데... 한 냄비 끓여먹었더니 없더라능. ㅠ.ㅠ 게고야 넘넘 잘 먹었어.

보내준 차 중에서는 우롱차랑 녹차랑 등등 몇가지 꺼내어 잘 우려내 마시고 있다.


(실은 요즘 이것저것 차를 우려내어 거의 하루에 두 주전자씩 마시고 있는 터라... 라고는 하지만, 집에 차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며칠전 교토 여행 갔다가 교토 근방 우지라는 곳에서 나는 유명한 우지차를 100g x 3 씩이나 사들고 돌아왔어여.... )



이건 울 인터팀원들이 보내준 건데, 오디 캔디는 다 먹어가고... ㅎㅎㅎ 


며칠 전에 치악산 무말림 꺼내어 무쳐봤다. 

요리;;라고 할만한 것은 잘 못하지만 반찬(기본 밑반찬 종류)는 무난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무말랭이 무침은 처음 만들어봤다. 평소에 무를 아주아주 좋아하지만(특히 생무를 좋아함) 무말랭이 무침은 이집저집 아무 밥집에서나 기본으로 깔려나오는 것이라고만 여겨왔다.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면서 새로운 걸 깨달았다. 그동안 무말랭이 무침을 무시했던 건, 설탕 양념에 떡칠된 것들만 먹어봤기 때문이라는 걸!

말랭이를 꺼내어 물에 몇분 담가놓으니, 살짝 매콤한 무향이 퍼지는 것 아닌가! 좀 덜 달게, 매실청이 없어 요리당 조금만 넣고 간장 고춧가루 참깨 기본양념을 했다. 너무 심심하다 싶어 마침 냉장고에 있던 볶은고추장을 좀 넣었더니 내 입맛엔 이 편이 훨씬 낫다. 



오늘 aeri 님으로부터 받은 먹을거리들. 이번엔 치악산 무잎말림이다!!! 희한한 우연이랄까 ㅎㅎ

표고야 뭐 워낙 좋아하니까 여기저기 찌개에 넣거나 전 부쳐 먹으면 되고. (제사지내는 모든 며느리들의 敵이라는 전을 나는 느무나도 좋아해서, 혼자서도 부쳐먹는다 ㅎㅎ)


4월 말에 엄마아빠가 도쿄에 놀러오셨다. 9일동안 한 집에 머물면서 알콩달콩 지냈다. 결혼한지 16년, 그 전부터도 독립해서 지냈고... 더욱이 아버지는 유목민형이시라 이렇게 아흐레 동안 붙어지낸 것은 태어나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하네다에 마중나갔을 때 캐리어가 무쟈게 무거워서(오빠네 캐리어 빌려오신 거라는데 넘 무거워서 내가 잡아끌다가 바퀴 깨졌다. 오빠 미안해... 책 많이 팔고 돈 많이 벌어서 코스모나이트 하나 사...) 뭐가 들었나 했더니, 흰쌀에 현미에 찹쌀에... 


한국에서 지낼 때에는 늘 울집에 오시면서도 장조림 정도 해다주시던 울엄마가, 일본 방사능 걱정된다고 별것들을 다 가져왔다. 씻어서 비닐에 넣어온 깻잎에 달래... 워낙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어찌나 기쁘던지. "생각해보면 너한테 정말 해준 게 하나도 없어서..."라는 레파토리(^^)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계란 잔뜩 넣은 장조림에, 대파까지 씻어서 넣어가지고 오셨다. 


또 하나, 시골(경남 창녕) 산에서 뜯은 쑥... 씻어서 데쳐서 덩어리덩어리 얼려가지고 오셨는데, 내가 캐리어에서 꺼내 냉장고에 넣어둔 것을 못 찾고 "공들여 데쳐서 집에 그냥 두고왔나보다"며 무쟈게 속상해하셨드래요... 냉장고에서 발견한 뒤 울아부지랑 나는 안도의 한숨... 저거 잊어버리고 왔으면 9일 내내 엄마가 한스러워 하셨을테니까... ㅎㅎ


그걸로 도착하신 날 쑥국 끓여먹고, 아침에 달래 무치고, 깻잎장아찌 만들었다. 엥, 그런데 달래는 오늘 다 해치웠고 깻잎장아찌도 어느새 조금밖에 안 남았네... 나으 반찬을 처음 드셔본 부모님이 맛있어하셔서 넘 좋았다능.

(인증샷 있냐고요? 엄써여... 하지만 거짓말 아님...)


그 외에는 대략 오뎅국, 미역국, 미소국 사이를 오가고 있음. 일본 수퍼마켓에는 내가 좋아하는 오뎅, 그 중에서도 변종 오뎅들이 많아 좋다. 요니와 내가 요즘 꽂힌 것은 유부뎅. 진짜 이름은 아니고... 요니가 붙인 이름. 유부+두부+오뎅이다. 두부 성분 듬뿍 들어가있는 어묵이라 이해하심 되겠슴. 

여기 꽂혀서 실험정신 돋았던 주부 딸기, 허연 스펀지 같은 것이 있기에 그것도 사서 오뎅국에 넣었다가 엄청나게 부풀어올라 냄비를 가득 채우는 바람에 허걱했음. 그러다가 정작 먹을 때에는 김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더니 입안에서 아무 맛도 느낌도 없이 스르르 녹아 사라지더이다. 참나...


요니 우동 끓여주다 보니 다꾸앙이 없었다. 생각난 김에 오늘 오후에는 홋카이도산 양파와 중국산 마늘을 사다가 장아찌 담갔다.  

 



어제 오뎅국 끓이면서 살짝 넣은 채소는 물채소. 이거 뭐냐면, 울나라에선 본 적이 없다... 이름이 물채소(水菜)다. 일본말로는 '미즈나'인데, 교토 쪽이 원산지라 '교나'라 부르기도 한단다. 샐러드에도 넣고 전골에도 넣고 한다는데, 한번 사서 먹어보니 씹는 느낌이 아삭하고 대략 별 맛이 없어서(욕이 아니라 칭찬임) 국에 넣기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후쿠시마에서 가까운 이바라키 산이다 엉엉엉. 


(이건 사진 없어서 위키에서 퍼왔음)


사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먹거리 안전, 식품위생, 건강보양식 등에 별반 관심 없었다. 밥 한번 같이 먹어보면 아시겠지만... 입맛이 짧지 않고 아주 길~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방사능이 몹시 신경쓰인다. 가장 큰 이유는 요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절친인 다카코씨는 그냥 먹는댄다. 그집 아이들이야 워낙 알러지 문제가 있어서 어려서부터 음식에는 각별한 편이지만, 방사능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되도록이면 서쪽에서 난 것을 사지만 계속 신경쓰는 것도 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우리동네 수퍼마켓 '서미트'의 채소 중에는 홋카이도나 칸사이 지역 것도 있지만 미즈나나 대파처럼 자주 먹고 오래 보관하기 힘든 것들은 대개 도쿄 근교의 이바라키, 치바, 도치기 산이다. 일전에 만난 한 한국주부(여기서 만난 유일한 한국인 주부이기도 했다)는 방사성 물질 전수조사하는 여기 생협의 식품을 사서 먹는다고 했다. 우리는 여기 식료품을 일부 사먹지만, 남을 통해 한국 농협김치를 얼마전 대량 주문해 받았고 어제는 한국쌀도 주문했다. 

일본인들은 아마도 대략 다카코씨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 한국사람들만 유난 떠는 것일까? 곰곰 생각해봤다. 서울에서도 별로 신경 안 쓰던 식품안전, 왜 이렇게 내가 민감해하고 있을까.
첫째, 방사능은 일반적인 위험과는 종류가 다르다는 것. 두번째, 나는 외국인이라는 것. 

첫번째에 대해서는 패스하고... 두번째 '외국인'이라는 점을 곱씹어보다가 '건강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 혹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건강' 같은 차원을 넘어선 인식의 차이에 생각이 미쳤다. 일종의 '체념의 논리' 아닐까? 저들은 '어차피 여기서 살아야 하는' 사람인 것이고, 나는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차이 말이다. 

종류는 다르지만, 이라크에서의 일이다. 2003년 전쟁 직전(정확히 일주일 전이었다) 유수프 신부님을 만났을 때 "두렵지 않으시냐"고 여쭤봤다. 신부님은 "어디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라고 하셨다. 이라크 사람들 반응은 대부분 그랬다. 어쩔 수 없으니, 떠날 수도 없으니, 두려워도 어쩌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때 외국인인 나는 속으로 은근 두려우면서도 며칠만에 떠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자체가 미안했다.

이라크인들을 체념하게 만든 것은 외부의 공격이다. 반면 일본인들을 위협하는 것은 내부의 문제다. 일본인들의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일본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 일본의 지질학적 조건, 일본의 사회체제, 일본의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들이다
(그로 인해 일본인들이 제일 고생 많지만 덩달아 우리도 방사능에 신경쓰며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자기네들이 사고친 것은 1년여 지나니 싹 잊은듯 굴면서 북한 위험만 엄청 부풀리는 꼬라지 하고는... 하기사 우리가 남말할 처지냐마는).

아무튼 문제의 근원이 내부에 있다보니, 체념의 논리가 곧 '자기방어'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핵발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는커녕, 주변에 민폐를 끼친 것을 미안해하기는커녕, 생활의 기본인 먹거리 안전을 놓고서 자기들끼리 '우리가 남이가'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주변 관광 가주기, 후쿠시마 등 방사능 피해지역 특산품 팔아주기 등등. 


어, 쓰다보니 갑자기 화가 나버렸다. 


생각난 김에, 교토 여행 중의 한컷. 교토대학 문앞에 붙어있던 반핵 현수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