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해 초유의 무더위를 겪었다는데 일본은 여름 내내 쾌청. 일본 날씨에 '쾌청'이란 말은 정말 안 어울리지만 올해에는 정말 그렇습니다. 날씨가 증말 짱입니다... 거의 8월 내내 맑은 날, 따가운 햇볕, 너무너무 파랗고 맑은 초가을같은 하늘. 요니와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 모양에 감탄하곤 합니다. 요니는 자기가 '구름 관찰자'라고 하네요.
요사이 집에 콕 박혀있던 요니와 엄마. 외출하자고 했더니 요니가 "오늘은 구경보다는 좀 신나게 놀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요코하마에 갔습니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도쿄는 서울, 요코하마는 인천, 가와사키는 부천 정도랄까요. 우리 집은 도쿄의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어서 가와사키와 가깝고, 가와사키 지나서 요코하마와도 멀지 않습니다. 전철을 2번 갈아타야 하지만 도쿄에서 이 정도는 보통이죠.
요코하마에서 미나토미라이 선으로 갈아타고, 미나토미라이 역에서 내린 뒤 좀 걸어서 린코파크(임해공원)으로.
잔디밭이 시원~ 합니다. 바닷가 옆 잔디밭, 정말 좋죠. 바람 시원하고...
잔디밭 바로 옆에 돌을 깔아놓은 산책로가 있는데, 한쪽이 좀 낮아요. 바닷물이 들어와서 저렇게 되었네요.
저기서 살짝 발 담그고 아이들이 놀곤 합니다.
오늘은 해파리가 무지무지 많이 밀려왔어요...
이 곳에 놀러가본 게 처음이 아닌데, 해파리 이렇게 올라온 것 처음 봤습니다.
어릴 때 바닷가 놀러가면 동해안에 밀려온 해파리 잡아다가 땡볕 모래밭에 올려놓는 나쁜 짓을;; 했었는데...
태국 푸켓 놀러갔다가 코사무이에서 거대한 분홍 해파리에 쏘인 적이 있어서 그 뒤로 해파리를 살짝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족관에서 보면 느무느무 이쁜 해파리...
요니는 처음엔 해파리가 발에 닿을까봐 질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지도(?) 아래, 곧 해파리를 만질 수 있게 됐습니다.
먼저, 엄마의 시범. "잘 봐, 요니야. 해파리가 뒤집어져 있을 때, 모자 밑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살짝 들어올리는 거야."
요니도 해파리를 들어올리는 데 성공!
뿐만 아니라 요니는 금세 해파리와 몹시 친해져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해파리들을 부지런히 들어다가 바닷물에 넣어줬습니다. 해파리와 노는 게 정말 재미있고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발걸음을 돌리지 않으려 하더군요.
올해 요니는 여러 동물을 접하게 되네요. 엄마가 동물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런 기회를 어떻게든 많이 만들려고 애쓰는데, 요니도 늘 처음엔 겁을 내면서도 그런 걸 즐깁니다. 5월에 교토에서는 수족관에서 작은 상어를 만져봤고, 지난달에는 자연학습원에서 물고기를 만지고 놀았고.
7월에 홋카이도 갔을 때는 유스호스텔에서 키우던 양들과 재미있게 놀았죠. 안 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양털 사이에 다섯손가락을 푹~ 집어넣을 때의 그 폭신한 느낌을, 그러고 나면 손가락에 지독한 냄새가 밴다는 것을... 양을 만져보고 싶으면서도 겁을 내던 요니는 양들 먹이주면서 엄청 친해졌지요. 그 다음에 갔던 유스호스텔에서는 처음으로 사슴벌레 등딱지를 만져보는 데 성공. 이건 엄마도 처음 해본 것. ㅎㅎ
해파리들과 더 놀고 싶었지만 갈 길은 멀고... 바다를 두고 떠나와야만 하는...
메이지 말기에 지어진 붉은 벽돌 창고를 개조해 쇼핑몰과 식당가로 만든 아카렝가(赤レンガ)에 들러서 느무느무 맛있는 카레빵을 먹고, 요니 마음에 쏙 들었다는 가죽 운동화를 사고(엄마보다 발이 커요), 놀이공원인 코스모월드에서 플룸라이드를 타고(집에 돌아와서는 아빠한테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허풍을;;)...
새로 산 프린터로 오늘 찍은 사진들 뽑아 여행수첩에 정리해놓고.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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