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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엄마와 딸, 도쿄 생활 시작하다

딸기21 2012. 3. 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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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서 용기를 내어 선택한 반년 동안의 홈스쿨링.

실은 뭐 엄청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겨우 6개월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려 했는데 상미언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어느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요니 홈스쿨링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소개하지 않겠느냐고. 별것도 아닌 것으로 유세떤다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요니와 엄마에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기간이 될 것 같아서 큰 부담 없이 적어볼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 삼아 간간히 올려두려고 합니다.

홈스쿨링을 결정하기까지... 아무래도 가장 큰 동력은, 요니가 6개월의 짧은 일본 체류기간 동안 도쿄의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었겠죠. 일본 생활에서 학교 적응해야 하는 부담, 돌아가서 5학년 2학기 들어가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요니는 사교육 대신 '엄마표 공부' 하는 데에 익숙한 아이라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한 학기 홈스쿨링을 결정하는 것이 사실 그리 엄청 고민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모녀의 낙관이 합쳐진 결정이었달까요.

그렇다고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닙니다. 요니와 오랫동안 - 거의 지난 1년 동안 얘기해서 정한 것이죠. 일단 결정된 뒤에는 요니를 위한 커리큘럼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고, 이거야 뭐 어려울 것 없는 일이고. 책 사들이는 걸 좋아하는 엄마, 책 쟁여두는 걸 좋아하는 아이... 어쩜 우리한테 맞는 생활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니는 엄마보다 더 책을 밝히는 것 같아요. 읽을 거리가 마땅히 없는 상황을 몹시 싫어하는 듯하네요. 요새는 '황금나침반'에 빠져 있는데... 1부만 가져오고 2부 만단검과 3부 호박색 망원경은 짐으로 부쳤습니다. 그거 언제 오는지 눈 빠지게 기다리는 모양새... 그래서 일본 집에 있는 나니아 시리즈로 우선 때우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 온지 일주일. 일단 출발은 좋았습니다. 짐이 오지 않아, 일본 집에 예전에 가져다 둔 영어 CD 듣고 수학 문제집 한권 들고온 것 풀면서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1시 정도까지 엄마와 마루 테이블에 마주앉아 공부. 주로 요니는 공부하고, 엄마는 잔소리하고 간식 주면서 공부 시키고. 그러면서 엄마도 틈틈이 책 읽고, 게임하고 놀고.



'참고서' 따위는 몰랐던 요니, 혼자서 공부하려니 아무래도 교과서 풀이를 해놓은 참고서가 필요하네요. 그래서 준비한 '우공비'. ('완자'도 사놓았습니다 ㅎㅎㅎ 나중에 이것도 시켜야지)

말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요니는 요즘 아이들에 비해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 엄마의 초등 4~5학년 시절과 비교해서도 공부를 안 하는 편이었습니다! 요니엄마가 무쟈게 존경하는 4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요니의 경우 홈스쿨링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수학 문제집은 반드시 2권 이상 시키라고 하셨습니다...

암튼 둘이 공부하니 좋습니다. 요니는 학교를 쉬고 엄마는 직장을 쉬니, 하루종일 부비부비!!!

그러다가도 또 뜬금없는 요니는 "갑자기, 저에게 엄마가 있다는 게 신기해졌어요. 저랑 엄마랑 안 닮았거든요. 생김새가 안 닮았어요." - 수학공부 하다말고... 딴짓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나봅니다..

날씨가 좋을 때면 둘이 같이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가 전철역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에 가서 둘이 같이 책 읽거나 공부하기. 울집에서 3량짜리 꼬마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온타케산(御嶽山) 역 앞에 있는 산마르코라는 커피숍이 우리의 단골 가게입니다. 거기는 2층이 있고... 자리도 넉넉하고... 시설도 좋고... 완전 도서관 모드입니다. 사람들 모두 책이나 공부할 거리 들고 앉아서 독서하고, 공부하고... 학생들도 많고. 그래서 우리도 이미 지난해 일본 들락거릴 때부터 거기를 아지트로 삼았습니다. 200엔(3000원)짜리 브랜드 커피 한 잔 시키고 3시간씩 앉아 버틸 수 있는 곳... 음화홧.

요니가 서울에 있을 때부터 카페에 가서 엄마랑 마주앉아 책 읽는 것을 무지 좋아했습니다. 아파트 앞 '라바차' 카페가 우리의 아지트였지요. 도쿄에 와서도 카페에서 책읽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네요ㅎㅎㅎ

분위기 있는 곳 좋아하는 울 딸네미...

그리고 집에 와서, 다시 영어 CD 듣고. 매직트리하우스에는 word book 이 딸려있어서, 거기 나와 있는 단어와 예문 조금씩 베껴써보고. 나름 '영어공부' 비슷한 것을 하고 있습니당. ^^

**

음... 이렇게만 써 놓으면 너무 모범적인 것 같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요니는 하루 2시간씩 유튜브로 톰과 제리를 보고 있습니다. 벌써 두어달 전부터 재미들려서... 지금껏 아마도 1000편은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본에 온 뒤엔 TV도 안 보고 하니, 밤만 되면 저걸 끼고 삽니다. 랩톱 들고 올라가서, 자기 전에 둘이 자리에 누워 1시간씩 톰과제리를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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