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일본 채소 고야

딸기21 2012. 5. 20. 10:14

일본에서 늘 궁금했던 것, 고야.

원래 오키나와 지역에서 많이 먹던 채소라고 한다.
애호박 크기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우툴두툴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며칠전 용기를 내어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나서도 다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어제 요리;;를 했다.

먼저 사진부터.



오키나와 미군기지 주변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처럼 깡통 음식(햄 종류)들과 두부와 계란과 숙주 등등을 볶아서 먹는 '고야 찬푸루'라는 음식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새우와 함께 볶았다. 아지님 말로는 일본 사람들은 주로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먹는다고 하는데, 고야 찬푸루의 출생을 보면 오키나와 섬이라는 특성상 돼지고기보다는 두부, 계란과 함께 볶는 게 원조인 것 같다.
나는 새우볶음에 고야를 넣은 게 아니라, 순전히 '고야를 먹기 위해' 새우를 덤으로 넣어준 셈...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아래 접시.



맛은... 맛은...
아지님은 먹고, 나는 못 먹었다 -_- 고야 몇 조각 집어먹어보고 그만뒀다...
고야의 학명은 Momordica charantia 우리말로는 '여주'다. 그런데 일본에서 부르는 다른 이름은 니가우리, 즉 '쓴 오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카리브해 열대 지방에서 두루두루 자라고 변종도 많다는데 중국어로는 쿠과(苦瓜)이고, 일본어 한자표기도 '苦瓜'다. 영어로는 bitter melon, 베트남에서 부르는 muop dang 도 '쓴참외'라 한다. 즉, 이 채소는 쓰다!!!
요리법을 정확히 몰라, 수퍼마켓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속을 다 파내라는 가르침을 받아 그대로 했는데도... 먹어보니 넘 썼다. 이런 덴당.

이렇게 쓴 데, 고야가 건강에 아주 좋아서 '오키나와의 장수 비결은 고야'라고도 하고, 썰어 말려서 차로 우려내 마시기도 한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주를 잘라 말린 것을 판다고 하네... 내가 다시 이걸 사 먹을 일은 없겠지만서도... 또 이 쌉쌀한 고야가 은근 중독성이 있다나.


여담이지만, 오키나와는 일본과 합쳐진지 얼마 안 되고, 또한 정치적으로도 일본의 '내부 식민지'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어쩐지 오키나와, 하면 마이너리티적 감수성이 발동하야 한번도 가본 적 없는데도 왠지 편들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모리야마 료코라는 일본의 오래된 가수가 오키나와에서 할머니들을 앞에 앉혀놓고 무대도 없이 '자와와 자와와' 하는 노래를 부르는 걸 TV에서 본 적 있는데 그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국내에는 오키나와 대학 명예교수인 아라사키 모리테루의 <오키나와 현대사>가 나와 있고, 서승 교수가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 한국, 타이완, 오끼나와를 가다>란 이름의 여행기를 낸 바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정치사회학'이라는 이름으로 <기지의 섬 오키나와>, <경계의 섬 오키나와>라는 것도 출간돼 있던데 모두 읽어보고 싶다. 나는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같은 책을 통해 오키나와에 대해 접했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읽으면서 오키나와에 대한 이미지가 거의 굳어진 것 같다. 

고야 때문에 오키나와로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먹을 것 얘기로 돌아가서...


새우 조금 남은 거랑 냉동 해물모듬 넣어서, 오늘은 똠얌이나 해먹어야겠다... 태국여행 길에 인스턴트 똠얌을 사온 게 있는데, 향신료와 스프가 제대로 들어있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3봉지 사와서 하나 먹었고, 남은 것 중 하나를 뜯어 저녁에 먹어야겠다. 요니가 똠얌을 완전 사랑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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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와는 상관 없지만, 이번에도 먹을 것 이야기.



효주가 보내준 먹거리들.
울 팀원들과 오애리 선배와 효주가 모두 치악산 나물을 보내줘서, 갑자기 이 브랜드 매니아처럼 돼버렸다 ^^
고춧잎 뜯어서 절반 볶아뒀다가 어제 다 먹고, 취나물 뜯어 절반 삶아서 볶았다. 그런데... 취나물을 먹자니 이번엔 고사리가 먹고 싶네? 이것은... 비빔밥을 향해 달려가는 분위기...?
하지만 외국에 있는 주제에, 비빔밥처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꿈꾸면 안 되지...! 안 돼!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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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인가, 이런 짓도 했다.
일본에선 신문을 구독하면 세제니 티슈니 키친타올이니 하는 것들을 매달 가져다준다. 그리 하여... 세탁용 세제가 너무 많이 생겼다. 대개는 리필용이지만 플라스틱 병에 들어있는 것도 있고.



집앞 골목 모퉁이에 이렇게 꺼내놓고 들어왔다. 하필이면 이날 오후에 비가 와서 장사(?)에 큰 방해가 되었고, 승용차가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2개가 터지는 참사까지... 그리고 그릇도 깨졌는지 사라졌다... 하지만 정직한 고객님들이 9개 사가고, 450엔 정확히 들어와 있었답니당.
지난달 엄마 오셨을 때 세제 잔뜩 싸드렸는데, 아직도 많이 남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