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요니와 함께 한 월요일

딸기21 2012. 5. 28. 23:14

요니와 함께 한 월요일...은 사실 말이 안 된다. 

왜냐? 우린 계속 함께 있으니까... 홈스쿨링하는 자들의 즐거움이랄까...


하지만 오늘은 요니와 제법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냈다.

(여담이지만 요니와 엄마 사이에 '파란만장'은 유행어 같은 말이다. 

'파란만장 화진이네 가족 이야기'라는 음모로 가득찬 막장 고전소설을 요니가 읽은 뒤로 이 말을 애용하고 있기 때문...)


아침에 요니는 수학 문제집도 풀고, 영어로 된 책도 한 권 읽었다.

그리고 엄마와 요니는 점심 먹고 자전거 타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쌈지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날씨는 느무 좋았다. 바람이 셌지만 덕분에 세탁기 두 번 돌려 오후에 외출하기 전까지 모두 말려 걷어두었고...

오늘은 온타케산의 늘 가던 카페 대신 좀 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었다... 

얼마전 심어놓은 꽃(지금은 피지 않아 풀 상태)이 아침까지만 해도 그냥저냥 괜찮았는데 햇볕에 말라가고 있길래 물도 주었다.


그런데 공원에 가보니 벤치에 새똥이 묻어있었고, 등받이도 없었다. 거미랑 벌레들이 넘 많았다. 우뛰...

요니는 치도리초(온타케산에서 꼬마전철 2.5정거장 거리)에 있는 그림책 전문 책방 겸 찻집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자전거 돌려 가는 길에, 근처 놀이터가 보여... 혹시 벤치 괜찮나 싶어 가봤더니 여기도 새똥이... 이쉐이들... 

우리만큼이나 쓸쓸하게 놀고 있던 올레가라는 여자분과 니카라는 꼬마 여자아이와 인사 트고, 

명함 받고, 쿠가하라 어딘가의 수영장에서 다음달 쯤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린 다시 가던 길로 고고.


한참 달려서 도착해보니 찻집 겸 책방 노는 날.. ㅠ.ㅠ 

그냥 과자 사들고 집으로 가자꾸나 하고 다시 집쪽으로 달렸다. 세븐일레븐에서 과자랑 빵이랑 사가지고 집에 가는데, 하늘에 먹구름 잔뜩.. 마침내 우박같은 거대한 빗방울이 철푸덕 철푸덕 오는 것 아닌가. 꽃에 물 준 나는 머야머야...

이 죽일노무 날씨... 암튼 변덕하고는.


집에 와서 과자랑 빵이랑 다 먹고 요니에게 책 꺼내라고 했다. 

요니는 자전거 바구니에서 과자만 들고 오고, 가방은 그냥 놓고 들어왔단다.

얇은 마 한겹으로 된 천가방... ㅠ.ㅠ 책 다 젖은 것 보고 열받은 엄마는 #^*$#*^((%# 이렇게 되었다.

화내던 엄마는 요니에게 물었다. 너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요니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다만 뒷처리를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엄마는 요니가 늦되는 아이일 수 있으니, 요니가 이런 실수를 자주 한다 해도 당분간은 좀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러고는... 가장자리가 물에 불어버린 책 사이에 티슈를 끼우고 열심히 뒤처리를 했다... ㅠ.ㅠ


우리집이면 좋겠지만... 울동네 남의 집.


요니가 그린 미래의 요니 집.


그리고 둘이는 다시 희희낙락하면서 놀았는데... 

아무래도 좀 당한 듯한 느낌이 든다... 요니한테 엄마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자기는 늘 당해와서 괜찮단다.

그래도 어차피 엄마는 자기한테 해줄 것 다 해주지 않냐며... 

한마디로, '엄마가 화내봤자 어차피 엄마는 나한테 다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챙길 것은 하나도 못 챙기면서 이런 얘기는 참으로 똑똑하고 논리정연하게 잘도 하는 녀석... 

실제로 요니 말대로 된 것이, 오후에 요니는 포유류에 대한 책을 보고 공책에 정리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읽던 걸 마저 읽겠다며 마룻바닥에 붙어서 안 일어났다.


표고버섯을 불려 버섯전을 부친 뒤 요니와 둘이 그걸로 저녁을 때우고

저녁 산보 겸 쇼핑을 하기 위해 다시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한 정거장 거리의 온타케산에 다시 가서 백엔샵으로 들어갔다.

말이 좋아 100엔(약 1500원)... 흙흙, 신나게 쇼핑;;하다보니 950엔 어치나 샀어여~

렌지에 넣을 수 있는 실리콘 그릇덮개, 달궈진 프라이팬에도 쓸 수 있는 나뭇잎 모양의 손바닥만한 실리콘 뒤집개, 

찬장 속 접시들을 2층으로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미니 선반, 물에 넣어 만드는(아직 정확한 방법은 모르겠음) 풍선 제조액...


그리고 비눗방울. 

우리 모녀처럼 비눗방울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거야...

서울 살 때는 아파트 상가 로비에서 신나게 동영상 찍으며 비눗방울 놀이.

쪼마난 오피스텔 살 때엔 욕조도 없는 코딱지만한 화장실에 의자 끌고가 앉아 비눗방울 퐁퐁퐁.

지금껏 쓴 비눗방울이 손가락 높이 쪼마난 통(사본 사람만 알아여~)으로 스무 통은 된다 -_-

 

오늘은 바람 부는 캄캄한 늦저녁에 집 대문 앞에서 30분 정도 비눗방울을 무쟈게 날려주고.


집에 들어와서는 장차 짓고 싶은 집을 그려보는 '설계 놀이'를 했다. 

엄마는 현실적인;; 평면도를 그린 데 반해 요니는 훨씬 입체적으로 잘 그렸다 ^^


이제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저택에 사는 기분은 바로 이런 것) 소설책을 읽다가 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