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에서 살면서 거의 늘 집밥만 먹으니 '궁하면 통하는' 조리법만 발달한다.
필요한 거 없으면 옆엣것 넣는 식. 김치볶음밥을 깍두기로 만들고
(김치는 다 먹었고 깍두기는 왕창 남아 시어갈 적에)
총각김치로 김치찌개 끓이고.
김치 사먹으려면 보통 비싼 게 아니다. 그러니 배추김치는 아끼고, 또 아끼고...
서울에서는 잘도 버리던 김칫국물 등등 각종 찌꺼기스러운 것들을 모아 볶음밥에 쓰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어디선가 생긴 가쓰오 양념(밥에 뿌려먹기 위한 용도)으로 볶음밥을 만든다.
김치볶음밥이지만 김치는 거들 뿐...
이런 건 안 먹어요... 퍼온 거예요...
통 안 먹던 가지를 넣어 카레를 만들고, 불고기에 양파 대신 양배추.
양배추를 새우젓에 볶아 메인 디쉬??로도 해봤어여.
인도 커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요니와 함께 후타코타마가와의 인도음식점에 종종 가는데,
그렇다고 매주 한번씩 갈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카레 루를 사다가 집에서 해먹는다.
매운 카레 사다 끓이고, 잡곡 섞인 식빵을 버터 없이 구워 난 대신 먹는데,
좀 궁해보이긴 하지만 뭐 괜춘해여...
카레가 남으면 물 부어 국처럼 만든 뒤 쯔유 넣고 면 풀어 카레우동으로...
미역국은 이런 식으로 이어지고 이어져서 두부오뎅 들어간 미소국으로 변신,
김치찌개에는 라면 사리도 들어갔다가 오뎅도 둘어갔다가 떡볶이 떡도 들어갔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친환경 식단. ㅎㅎㅎ 거의 버리는 게 읎어요.
이런 짓도 안 해요...
얼마 전에는 국끓여 먹으려고 남겨뒀던 말린 시래기를 불리고 끓여서 나물 무쳐 먹었다.
시래기를 나물로 먹게 될 줄이야 -_-
사랑하는 님들이 보내주신 그 많던 나물은 누가 다 먹었냐고? 나물 귀신인 제가 다 먹었지요...
말린 나물 불려서 끓여서 볶아먹는 게 의외로 시간을 잡아먹지만,
그걸 귀찮아 하지 않는 저같은 사람도 있답니다...
울나라 음식에 맞지도 않고 에너지 엄청 잡아먹는 오븐, 서울 집에도 있고 일본 집에도 있지만 쓰지 않는다.
얼마 전에 리조또 한번 만들면서 '넌 아웃!' 했음. 한그릇 만드는 데 40분이 웬말이냐고.
그러다가 어제는 프라이팬으로 짝퉁 리조또를 만드는 데 성공.
첨엔 새송이를 올리브기름과 다진마늘로 볶고 있었다.
볶다 보니 밥 넣으면 될 것 같아, 볶아놓은 버섯에 밥 넣고 우유 붓고 소금후추 간해서 익혔다.
엥, 오븐 안 써도 되네?
이거 저 아니예요...
무 한 통 사면 절반도 못 먹고 버리곤 했는데, 귀찮지만 썰어서 모두 소금에 절여두면 되더라고.
절인 걸로 틈틈이 무쳐먹는다.
아, 이렇게 해서 우리 조상님들은 김치라는 걸 발명하신 거로구나...
커헉. 잘하면 이러다가 딸기 김치도 만들어 먹겠다!
양상치 사다놓고 조금씩 샐러드로 먹는데, 별다른 드레싱도 없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을 마치 리코타 치즈인 듯 -_- 얹고
블루베리 잼을 뿌려 리코타치즈 샐러드라 주문을 외우면서 먹으면 의외로 맛있다.;;
(실은 알게 모르게 그릇질도 좀 했다. 페북에서 벌써 딸기말 식구들에겐 자랑질 했지만...
밋밋하면서도 쓰임새 많은 로열크라운더비 큰 접시 하나,
민튼 꽃무늬 큰 접시 하나, 노리타케 꽃무늬 큰 접시 하나.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는 쿠리하라 하루미의 브랜드, 이쁜 흰 그릇 하나도 찍어놨다. 중고 2000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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