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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파티

딸기21 2012. 12. 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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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절친 고바야시 가족과 일주일 먼저 크리스마스 파티. 

울집에 모두 모였는데 식탁 의자가 3개 뿐이라 바닥에 놓고 엠티분위기 내며 먹고마시고 떠들고... 


예전에 저한테서 들었던 친구분들은 아시겠지만, 

아래 사진에서 맨 오른쪽 소라짱(남자애)은 어려서부터 각종 알러지, 

그 옆의 하나짱은 달걀과 땅콩 종류 알러지. 

맨 왼쪽, 너무너무 귀여운 카오리는 다행히도 알러지가 없다 하고. 


밀가루 달걀 땅콩 참기름 우유 계란 보리 등등 몽땅 피하려니 먹거리 준비하기가... 편했죠 머. 

대략 아무 것도 안 하고 사시미 -_- 사서 내놨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왠 생선회 ㅠ.ㅠ 


하지만 그래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애들 엄마인 다카코씨가 알러지 없는 쇠고기, 돼지고기 오븐구이 해왔고요. 

나중에 어른들 용으로 한국식 불고기 했더니 다들 잘 먹었습니다. 

밥은 소라짱 생각해서 잡곡 빼고 백미로만 지었고요. 

잡곡 없이 제 손으로 하얀 순쌀밥 지은 건 처음인 듯하네요. 


한국 가게에서 사온 김과 농협 총각김치도 정말 맛있다며 많이들 먹더군요. 

다카코씨네, 총각김치 하나 주문해주기로 했습니다. 



사케(일본술) 한 병 비우고, 캔맥주 18개 비우고 ㅎㅎ 그 사이 저는 계속해서 홍차에 녹차에... 


어른들도 놀자고 모인 거긴 하지만 그래도 애들 먼저 생각한 크리스마스 파티인데...

이 귀염둥이들은 케이크도 쿠키도 피자도 코코아도 먹지 못한다 생각하니 안쓰럽더군요. 


파티 끝나고 다카코씨와 저,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코알라마을의 구니코씨는 

울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바에 가서 한잔 더 했습니다. 

저는 원체 술을 안 마시니 와인 한 잔만, 구니코씨와 다카코씨는 맥주 또 잔뜩~ ㅎㅎ&

다카코씨는 여기서도 양배추앤초비볶음이랑 뭐 이것저것 자잘한 안주를 시켜먹었는데
우와 엄청 많이 먹네,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이해가 갑니다.
다카코씨 본인은 알러지 없거든요. 아이들 때문에 먹고싶은 거 늘 참다보니까,
이렇게 애들 없이 나왔을 때에 평소 먹고팠던 것 열심히 먹어둘 수밖에 없는 거죠.

8년 전 다카코씨가 둘째인 하나 임신했을 때, 저는 요니 데리고, 다카코씨는 소라 데리고,
같이 레스토랑 가서 스파게티 먹곤 했습니다. 소라의 알러지가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기 때문에 소라랑 놀려면 함께 있는 사람도 밀가루 달걀 보리 우유 기타등등 먹거나 만진 뒤에는 싹 씻고 와야 했어요.
다카코씨가 임신해서 스파게티를 먹고 싶어했는데 소라 때문에 힘드니까
둘이 같이 식당 가서 제가 먼저 후다닥 먹고 손 씻고 애들 봐주는 사이, 시간차로 다카코씨가 주문해 먹고... 



에고고... 울집 엉망진창 마루가 그대로 드러나네요. 
그나마 손님 온다고 엄청 치운건데... ㅋㅋ



소라는 알러지 때문에 급식을 하지 않는 불교 계통의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지금 3학년.
하나는 츠쿠바대학 부속 초등학교 1학년인데, 거기가 서울의 사대부초처럼 유명한 곳이라더군요.
오오타 구에 있는 자기 집에서 아침 6시반쯤 나와서 1학년 꼬맹이가 전철 한 번 갈아타고,
다시 지하철 갈아타고 왕복 2시간 넘게 그렇게 등하교를 한답니다...
기억력도 좋고 생존력(?)도 강하고...모로코도 알고 소말리아도 아는 똑똑하고 귀여운 하나짱.

막내 카오리는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데, 느무느무느무 귀엽습니다. 몸집이 엄청 쪼끄맣고 뼈도 가늘고...
일전에 다카코씨네 밤에 놀러갔다가 카오리가 요 위에 엎드려 자는 걸 봤는데 어찌나 깨물어주고 싶던지.
요니는 귀여운 애 보면 저한테 물어요. "엄마, 저 애가 귀여워요, 카오리짱이 귀여워요?"
카오리는 울집에서 귀여운 꼬맹이의 대명사랄까...

요니는 남자애들하고는 통 안 노는데(거칠다고 싫어해요) 8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소라하고는 잘 맞아요.
그 땐 정말 신기하게도, 둘 다 다른 아이들하고는 안 놀고 오로지 둘이서만 놀았더랬죠...
소라가 살짝 여성적이긴 해요. 학교에서도 보이쉬한 여자애들이 소라를 보호(?)해준다더군요. ㅋㅋㅋ


소라한테는 이쁜 프린트 되어있는 파우치, 하나짱은 복슬복슬 털 나있는 파우치,
카오리에겐 조그만 소꼽놀이 티세트 선물해줬습니다. 다카코씨한테는 장갑을 선물했고요.
요니 선물도 하나 사뒀는데 크리스마스 때 주려고 숨겨놨답니다.
오후에 잠깐 들렀던 코알라마을의 아사코씨에게는 향초를 드렸습니다. 구니코씨에게도 같은 걸로.
손님들은 저한테 바디샵 파우치를 선물해줬어요.
딸기 샤워젤, 딸기 바디버터, 딸기 바디스크럽, 요니에게도 딸기 핸드크림과 딸기 립밤...

세 아이 스케줄 때문에 다카코씨네가 보통 바쁜 게 아니어서
올해 도쿄에서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를 못했어요.
봄에 호숫가 한번, 여름에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나 한번, 우리가 다카코씨네 밤에 찾아가서 한번... 그 정도.
이번주 토요일에 그 집 이사하는 일이 있어서 애들은 울집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또 뭐 먹고 노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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