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진 부탄의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31) 국왕이 13일 결혼했습니다. 왕축 국왕은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했고요. 왕비는 항공기 조종사의 딸로 11살 연하인 제선 페마라는 여성입니다.
결혼식은 부탄의 옛 수도인 푸나카에 있는 17세기 요새에서 했는데요. 눈길을 끈 건, 왕실 결혼식이 아주 검소하게 치러졌다는 겁니다. 결혼식장에 자리가 부족하다면서 다른 나라 국가원수나 왕족은 한명도 부르지 않았고요. 장관들도 부부동반 대신 혼자서들 오라고 했답니다. 결혼식 일정을 발표한 건 지난 5월인데, 그 뒤로 국민들이 모두 들뜬 마음으로 왕실 결혼식을 고대했고, 예식을 보며 축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나라이고, 분명 부자 나라는 아닙니다. 면적은 3만8000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70만명에 불과합니다.
특히 이 나라가 '은둔의 나라'로 불린 것은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1인당 GDP는 구매력 기준 5500달러에 불과합니다. 국민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고요. 이렇다할 산업이 없어서 나라 전체적으로 석유소비도 거의 없습니다. 특이하게도 하루 석유소비량이 CIA 월드팩트북 통계상 1000배럴이네요. 거의 세계에서 가장 석유를 안 쓰는 나라로 봐야겠네요. 자동차도 잘 안 탄다는 얘기죠 ^^
전기소비도 아주 적고요. 천연가스는 수입도 소비도 안 합니다. 실제로 이 나라는 1960년대까지 도로도 별로 없었고, TV방송이 도입된 게 1999년입니다. 1970년대까지는 아예 외국 관광객들의 입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자가 아니라고 불행한 건 아니죠.
현 국왕의 아버지인 지그메 싱계 왕축 국왕이 재위 시절에 GDP, GNP 같은 것 말고 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GDP GNP 같은 개념의 문제점은 학자들도 많이 지적하죠. 그 나라 환경 파괴하고 삽질하고 에너지 펑펑 써댈수록 올라가는 게 그런 것들이니까요. 실제로 생산적이건 파괴적이건 고려않고 '경제활동'에 집어넣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언론들이 "부탄은 세계 행복지수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나라"라고 잘못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괄되게 나라들을 '행복 순위'로 매겨본 랭킹은 없고요 ^^ 아마도 GNH 제안이 와전되어 그런 얘기가 퍼진 것 같은데요. 전 국왕의 GNH 지수는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만, 별로 영향력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신선한 자극이긴 했습니다.
돈보다 행복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현 국왕입니다. 2008년 5대 국왕에 오른 왕추크는 사는 것도 궁궐이 아니라 작은 시골집에 살고 있고요. 신부인 페마하고 결혼 전부터 같이 농구를 하거나, 대신들을 불러 차를 마시면서 고민거리를 듣는 등의 모습을 많이 보여서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습니다. 몇해 전에는 왕실에서 나서서 민주화를 해버려서, 입헌군주국이 됐는데 선거를 치르자니 해본 경험이 없어서 우왕좌왕하기도 했죠. ^^
하긴, 울나라 대통령도 퇴임 뒤에 '공시지가 0원짜리' 집에서 살겠다고 했다니 뭐.
여담이지만, 저는 이 집이 한정식 '수양'이던 시절 가본 적 있습니다.
저 집이 0원이라고요?
내가 살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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