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제1야당 푸어타이당(Pheu Thai, '태국인들을 위하여')이 3일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었습니다. 이 당은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럭 친나왓(Yingluck Shinawatra)이 이끄는 당입니다.
총선에 승리함으로써 잉럭은 태국 최초의 여성총리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잉럭의 푸어타이 당은 500석 중 262석을 얻어서,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 민주당의 160석을 누르고 압승을 거뒀습니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부 쿠데타에 쫓겨난 뒤에 계속 국외를 떠돌고 있죠. 민주선거로 선출된 국가지도자를 군부가 쫓아내고, 왕실과 기득권층이 이를 뒤에서 밀어주는 구도였는데, 이번 선거는 “국민들은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한번 보여준 것 같습니다.
Yingluck Shinawatra, opposition Pheu Thai Party's candidate for prime minister,
gestures as she attends a press conference at party headquarters in Bangkok.
차기 총리가 될 잉럭 친나왓은 탁신의 막내 여동생으로, 올해 44세입니다. 치앙마이 대학 정치·행정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요. 하지만 학교 졸업 뒤엔 주로 탁신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한 것이 전부입니다. 정계에 입문한지는 불과 한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기업가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는군요.
Yingluck Shinawatra
- Born 21 June 1967Youngest of nine children; elder brother is former PM Thaksin Shinawatra
- Graduate in political science and business administration, master's degree, Kentucky State University
- Married to businessman Anusorn Amornchat; has one son
- Ex-president of Advanced Info Service (AIS), the country's largest mobile phone operator, before it was sold to Singapore's Temasek Holdings
- Currently president, SC Asset, a family business; she also manages the finances for Thaksin's Pheu Thai Party
- First woman to run for the country's highest political office
그랬더니 군부와 기득권층이 이른바 ‘옐로셔츠’로 알려진 반탁신 시위를 유도해 결국 탁신을 쫓아냈던 거거든요. 2008년 선거에서 다시 탁신 처남이자 측근인 솜차이 옹사왓이 승리해 총리가 됐는데, 또다시 반탁신계에 힘으로 밀려났고요. 이렇게 계속해서 국민들이 선출한 탁신 혹은 친탁신계 총리를 기득권층이 몰아내는 일이 반복돼왔던 거죠.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듯 국민들에게 인기도 별로 없고요. 지난해 봄 방콕 도심을 메운 친 탁신 ‘레드셔츠’ 시위대를 무력 진압해 90여명을 숨지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이번 잉럭 친나왓의 승리는 그 모든 과정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표로 표출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다시 기득권층이 자기네 편인 옐로셔츠 시위대를 움직여 혼돈 정국을 만들지, 혹은 군부가 또 나설지 알 수 없지요. 그렇게 되면 지난 수년간의 피비린내나는 정국이 반복될 거고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잉럭이 이끄는 야당이 압승을 거뒀는데 당장 무모하게 그런 전복을 시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잉럭은 “다른 4개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 태국이 맞닥뜨린 문제들을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향후 정국을 이끌 잉럭의 정치력이 큰 변수가 되겠군요. 지금 탁신은 유럽과 중동 등지를 떠돌고 있습니다. 총선 전 탁신은 “푸어타이당이 집권하면 연말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푸어타이당도 탁신 등의 사면복권을 약속했고요.
하지만 군부와 왕실, 기득권층이 워낙 탁신의 복귀나 귀국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어서 잉럭 차기 총리에겐 만만찮은 정치적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탁신은 여러 종류의 부패 혐의를 받고 기소된 상태입니다. 2008년 대법원 부정부패 공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고, 대법원은 궐석재판으로 탁신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탁신 귀국을 놓고 새 정부와 권력층 간 갈등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탁신 귀국을 계기로 몇달 뒤 다시 소요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Pheu Thai Party’s top list candidate Yingluck Shinawatra is surrounded by reporters as she makes her way to the party headquarters in Bangkok yesterday. PATTANAPONG HIRUNARD /방콕포스트
하지만 현 군 지도부는 탁신을 쫓아내고 친탁신 시위대를 군홧발로 짓밟은 장본인들입니다. 탁신의 동생이 이끌 차기 정부와 사이가 전격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태국 군부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18차례에 걸쳐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군부 측은 늘 자신들이 군사독재정권을 창출하려 한 게 아니라 불안한 정국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든 아니든 쿠데타를 자주 일으킨 건 분명한 사실이고요. 일각에선 푸어타이당과 군부 실세가 이미 총선 전 물밑 협상을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은 알 수 없지요.
탁신이 귀국해 정계에 복귀하려고 하면 군부가 다시 전면에 나서 반격하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태국 내 전문가들은 “선거결과에 모든 사람들이 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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