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뭄바이에서 또 테러

딸기21 2011. 7.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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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금융수도 뭄바이에서 어제 저녁 세 건의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17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다쳤습니다.
뭄바이 중심가 다다르와, 남쪽 뭄바데비 힌두사원 부근 자베리 시장, 오페라하우스 근방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졌습니다. 다다르에는 사람이 그리 붐비지 않았지만 나머지 두 곳은 인파가 몰리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일부 시민들은 하도 폭음이 커서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고요.
이 폭탄테러 직후 인도 내무부는 수도 뉴델리와 콜카타에 대해서도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오늘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보도를 보니, 테러범들이 질산암모늄을 이용한 폭발물질로 공격을 했다고 하네요.
질산암모늄은 상온에서는 고체이지만 기름과 합쳐지면 폭발을 일으키는 위험물질입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터에서 테러조직들이 사용하는 원격조종 폭발물은 아니었다고 경찰이 밝혔습니다.


누가 저지른 짓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범행 전 뭄바이 경찰 측에 어떤 경고나 조짐도 포착된 것이 없었고, 범행 하루가 지난 지금도 자기네들 공격이라 주장하는 측이 없습니다. 다만 인도 언론들은 범행이 일어난 날짜 등 매우 주변적인 정황을 가지고 과거 수차례 공격을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있을 뿐입니다.

공격이 일어난 어제는 13일. 무장테러조직인 인도무자헤딘(IM)과, 이들과 연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계 테러조직 라슈카르 이 토이바(LeT)는 이미 지난 몇년 동안 수차례 뭄바이 등지에서 테러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집단의 공격은 모두 13일이나 26일에 벌어졌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2008년에 테러공격이 빈발했었는데 5월 13일과 6월 26일 자이푸르, 아흐메다바드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고 9월 13일과 11월 26일에도 테러공격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푼 지역의 빵집에서 테러가 발생해 17명이 숨졌는데 그 날은 2월 13일이었습니다.

왜 13일, 26일에 테러가 일어나는 것인지, 인도 치안당국도 그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몇년에 걸쳐 그 두 날짜에 테러가 집중되니까 수사당국도 그 날들 전후해서 무장집단에 대한 감청을 강화하는 식으로 경계를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포착하지 못했다는 거죠.
공교롭게도 이달 26일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외무장관들끼리 만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라슈카르 이 토이바는 알카에다와도 연계된 조직입니다. 파키스탄 정부가 인도와의 화해에 나서는 걸 지지하지 않고 있고요.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경고성으로 저지른 짓일 수도 있다는 게 현지 언론들 분석입니다.

뭄바이에서 대형 테러가 일어난 게 한두번이 아닌데... 그렇다면 당국의 대응이 실패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정보전과 경계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 같습니다.
2008년 11월 라슈카르 이 토이바가 연루된 초대형 테러가 일어난 적 있죠. 그 때는 거의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총격전에다가 고급 호텔 등을 노린 동시다발 폭탄테러까지 겹쳐서 엄청난 유혈사태가 빚어졌는데요. 무려 166명이 숨졌더랬습니다. 그 뒤 인도-파키스탄 간 관계가 3년 가까이 냉각됐다가 요사이 조금 풀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당시 인도 당국이 테러조직원을 붙잡아 조사를 했고 파키스탄으로부터도 관련 정보들을 건네받았습니다. 그리고 테러 경계태세를 강화한다, 정보력을 키운다 하고 홍보를 했는데 또다시 뭄바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이 즉각 쏟아지고 있습니다.

 
Investigators arrive at the scene of the Opera House district in Mumbai /BBC
 
 

인도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도 테러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사회모순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1993년 이래로 인도 정부는 끊임없이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벌이고, 테러와의 전쟁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테러집단의 공격으로 숨진 사람이 700명이 넘습니다. 상황이 개선될 조짐도 안 보입니다. BBC방송 등은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과 이슬람 극단세력의 테러공격이 빈발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합니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폭력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1992년 12월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뭄바이 시내 바브리 이슬람사원을 아예 부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사실상 뭄바이는 종교갈등의 진원지가 됐습니다. 당시의 종교간 충돌로 숨진 사람이 900명 정도 됐었는데요.
1990년대 이후 바라티야 자나타라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이 한때 인도 정권을 장악했고, 인도 내 무슬림 차별이 많아졌습니다. 그것에 대한 반발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게 이슬람 무장집단의 테러공격입니다. 미국의 대테러전은 그 악순환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미국의 공격으로 아프간에서 쫓겨난 알카에다 계열 무장조직원들이 파키스탄으로 넘어오고,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테러조직들이 인도에서 공격을 자행하는 식입니다. 

Mumbai attacks /BBC

  • April 1993 - Serial bomb blasts kill 257 people and about 700 injured
  • 2003 - Four bomb attacks, including twin blasts on 25 August which killed 52 people
  • July 2006 - More than 180 people killed and hundreds wounded in seven orchestrated blasts on commuter trains
  • November 2008 - gunmen target six locations in Mumbai killing at least 165 people in a series of co-ordinated attacks

 

테러조직들이 뭄바이를 노리는 건, 인도의 경제수도이자 이미 글로벌 메가폴리스가 된 뭄바이를 공격하는 게 세상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것 말고도 뭄바이 자체의 모순들이 있습니다. 사실은 뭄바이가 아니라 ‘인도의 모순’이라 해야겠지만요.

BBC방송 인도특파원 
수틱 비스와스 어제 테러 뒤 뭄바이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영화배우들과 사업가들이 소유한 아름다운 저택들, 그리고 인도 최고 부자가 사는 인도에서 가장 비싼 건물 같은 것들이 바닷가에 즐비해 있다. 하지만 뭄바이는 안으로부터 먹혀들어가고 있는 남루하고 비통한 도시다.”

지금 뭄바이 인구가 2050만명인데요. 2015년까지는 2300만명으로 늘어날 걸로 예상됩니다. 인구 대부분은 슬럼에 삽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로 유명해진 다라비 슬럼은 세계 최대 빈민가 중 하나입니다. 노숙자만 수백만명에 이릅니다. 그러니 무법천지에다 치안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는 거죠. 사회에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은 많고요.
지난달에도 범죄에 대해 추적하던 유명 저널리스트가 총기 피살됐습니다. 수틱 비스와스는 “뭄바이는 1920년대 무법천지였던 시카고, 혹은 영화 ‘배트맨’의 무대인 범죄도시 ‘고담 시티’같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