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미얀마(버마) 민주화의 그늘, 종족-종교 갈등

딸기21 2013. 4. 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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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맞닿은 미얀마(버마) 북부 카친주는 소수민족인 카친족의 주요 거주지역이다. 대부분 불교도인 버마족과 달리 이들은 기독교 침례교파다. 과거 영국 점령통치 시절 기독교도가 됐다. 교회와 학교에서 카친족 청소년들은 버마어가 아닌 카친어를 쓴다.


2011년 6월 이곳에서는 중앙정부에 맞선 봉기가 일어났다. 정부군의 진압으로 일단 봉기는 잦아들었지만 반군인 카친독립군에 지원하는 카친족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 또다른 소수민족인 이웃의 와족과 연대해 내전을 하자는 강경파들도 있다. 카친독립군은 4000명이지만 와족 군대는 2만명에 이른다. 소수민족들이 정말로 뭉쳐 봉기한다면 민주화와 경제개발에 나선 버마 정부에 큰 위협이 되지않을 수 없다.



메익틸라는 주민 30%가 무슬림이다. 지난달 20일 불교도들이 이 곳의 무슬림 주민들을 공격해 40여명이 숨졌다. 충돌은 작은 금은방에서 시작됐다. 불교도 부부가 금붙이를 가게에 팔려다 가격 시비가 붙었다. 상술이 뛰어난 무슬림들은 이 지역 상업과 운송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달 말 수도 네이피도 북쪽에 있는 중부 만달레이 지역의 소도시 메익틸라에서 무슬림 소년 20명 이상이 납치된 뒤 끔찍하게 살해됐다.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활동가로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한 윈테인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내 앞에서 소년들이 살해됐다”며 “그런데 경찰은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불교도들은 무슬림 가게들을 부수고 조직적으로 약탈했다. ‘이슬람 혐오’를 대놓고 주장해온 유명 승려 아신 위라투 같은 사람들이 종교 간 적대에 기름을 부었다. 아신은 “무슬림들을 그냥 두면 버마가 아프가니스탄이나 인도네시아처럼 될 것”이라며 파괴를 선동했다.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민주적 선거로 집권한’ 테인셰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지만 민주화와 함께 버마에서는 민족·종교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재작년 카친족의 무장봉기는 정부와의 휴전협정을 17년 만에 깬 것이었다. 

 

버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건국영웅인 아웅산 장군은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연방정부를 구상하고 샨족, 친족, 카친족 등과 협정을 맺었다. 소수민족에게 광범한 자치를 허용하되 군대는 통합운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웅산은 독립 직후인 1947년 암살됐다. 


1962년 집권한 네윈 장군의 군사독재정권은 소수민족의 자치 요구와 종교간 균열을 폭압으로 억눌렀다. 기독교 성경을 금서로 만들고 무슬림 마을에 불교 사원과 파고다(탑)를 지었다. 군부는 소수집단을 억압하고 ‘버마화’를 강요했다. 지금도 불교도가 아닌 이들은 관리가 될 수 없으며 군대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특히 동부지역에 살던 로힝야족은 대부분이 무슬림인데, 버마 당국의 탄압 때문에 20만명 이상이 탈출하여 방글라데시 등으로 넘어갔다. 1991년 정부군은 로힝야족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인 바 있다. 


무슬림들을 아예 버마인이 아닌 불법이주자로 규정해 주변국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친족 기독교도들도 비슷한 처지다. 이런 이유로 종교를 속이는 사람들도 많다. 미 국무부는 2010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버마의 무슬림 인구가 실제론 6~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웅산의 딸인 수지가 오랜 연금에서 풀려나 정치를 재개하고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의 균열은 더 커지고 있다. 카친족은 예전부터 상당부분 자치를 해왔으나 이제는 독립을 요구한다. 정부로부터 최소한 ‘완전한 자치’라도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종교 분쟁은 버마 최대도시인 양곤에까지 옮겨갔다. 

 

테인셰인 정부는 정치범 수백명을 풀어주는 등 버마족 민주화운동에 유화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나 불교도들의 무슬림 공격은 사실상 방치했다. 로힝야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카친족 봉기를 강경진압해 난민 7만명을 새로 만들었다. 


수지 여사가 집권한들 ‘버마족 정권’의 연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갈등을 일거에 잠재우기는 힘들다. 버마 온라인매체 이라와디는 6일 “혼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면서 공포에 질린 소수집단의 소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마에서 활동했던 국제앰네스티의 프랭크 자누지는 이라와디 인터뷰에서 “군부가 혼란을 빌미로 다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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