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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 나오키, '일본, 미국, 영상'

일본, 영상, 미국사카이 나오키. 최정옥 옮김. 그린비 반짝이는 분석, 너저분한 일어 직역 번역. 일본식 한자어 그대로 나오고, 문장은 어수선. 하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 했던 책. 동아시아에 남아 있는 식민주의를 마디마디 곱씹어본다. 사카이 나오키의 책들을 주르르 보관함에 넣었다. 임지현과의 대담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아 패스. 언제 절판될 지 모르니, 조만간 주문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식민주의는 사람들 간에 차별을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관계는 개인의 태도나 심리를 규정하도록 작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식으로 인구를 양분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오늘날 식민지성이 이 정도까지 중요시되는 까닭은, 근대가 되어 신분에 의한 상하관계에서 해방되어 있었던 인간을, 우월감과 열등감을..

딸기네 책방 2015.05.26

박하사탕, 광주, 자위대

마침 5.18 무렵에 사카이 나오키의 을 읽게 됐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지만 책을 다시 펼치는 데에는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시일 뒤처진 '광주 이야기' 혹은 '광주를 이해하기'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꼭! 새겨들어야 할 분석이라는 점에서 옮겨둔다. 나는 영화 「박하사탕」을 보지 않았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철길에 선 어떤 남성의 얼굴, 절망한 표정만이 기억날 뿐이다. 일본 출신으로 미국에 사는 학자 사카이 나오키는 이 영화를 통해 광주를 곱씹고, 자신의 눈으로 광주를 바라본다. 나로서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민주주의라는 언어의 유래를 구하는 작업에 커다란 의의를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나였기에 광주를 방문한다는 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념과 그 실천의 본거..

딸기네 책방 2015.05.26

에티엔 발리바르, '우리, 유럽의 시민들?'

우리, 유럽의 시민들? -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재발명에티엔 발리바르. 진태원 옮김. 후마니타스 오래 전에 읽었는데, 정리해놓은 줄 알았더니 까묵고 스크랩도 안 해놨네. 갑작스럽게 필요가 생겨서 베껴놓음. 유럽은 모든 점에 있어서 다수적이다. 유럽은 항상 복수의 종교적, 문화적, 언어적, 정치적 소속들 사이의 긴장의 본고장이자 역사에 대한 복수의 독해 및 나머지 다른 세계와의 복수의 관계양상의 본고장이었다. 그것이 아메리카주의이든 오리엔탈리즘이든, '북유럽' 법체계의 소유적 개인주의이든 아니면 지중해 지역 가족 전통의 '부족주의'이든 간에 말이다. (26쪽) 유럽은 발칸의 상황을 자신의 가슴에 이식된 괴물로, 곧 저발전이나 공산주의의 병리적인 잔재로 인지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역사의 한 이미지나 효과로 인..

딸기네 책방 2015.05.26

시리아-이라크 전선 합쳐버린 IS, ‘수니 칼리프 국가’로 한발

지난해 6월 10일, 시리아 중부 도시 라카를 근거지로 삼고 활동하던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대도시 모술을 전격 장악했다. 그해 6월 29일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에 ‘이슬람 칼리프(수장) 국가’를 수립했으며, 자신들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칼리프에 올랐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1년도 못 되어, 시리아와 이라크 양쪽에서 IS가 수도 점령을 넘보는 상황이 됐다. IS가 주장한 ‘대(大) 수니 국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25일 시리아 국영TV 등을 인용해 IS가 유적도시 팔미라에서 지난 주말 400명 넘는 민간인들을 학살했으며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IS는 수도, 전력, 통신망을 끊어 팔미라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의 거점을 장악한 뒤 ..

칼 폴라니,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

칼 폴라니,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칼 폴라니. 홍기빈 옮김. 착한책가게 한동안 책만 펼치면 아마티아 센, 그 후 몇 년 동안은 베블런, 그 다음에는 폴라니. 너무 유행하는 거라 안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발에 걸리는 걸 안 읽으면 자꾸 넘어지니 책 챙긴 김에 읽었다. 별로 재미는 없고, 다른 책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기술, 경제 조직, 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개의 힘들이 순서대로 서로 엮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여러 발명품들의 출현이었고, 그 다음에는 인위적으로 시장을 조직하기 위한 운동이 나타났다. 맨 마지막으로 여기에 과학이 결합된 것은 거의 1세기가 지난 뒤의 일이지만 그 효과는 실로 폭발적이었다. 그 뒤에는 이 세 가지 모두에 가속도가 붙었다. -..

딸기네 책방 2015.05.22

44, 트란실바니아를 둘러싼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갈등

44. 트란실바니아 문제 43회 올린 지 석달이 지났네요. 이럴 수가. (이건 제가 게으른 게 아니라 시간이 너무 빨리 가기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이리하여 이 동유럽 연재는, 정리해 올리는 저조차 매번 앞의 내용을 다시 읽어봐야 하는 건망증 유발 시리즈로 전락해버렸... 아무튼 다시 기억을 되새겨 보지요. 땅 빼앗기고 등 떼밀려 '민족국가' 된 헝가리 헝가리는 트리아농 조약으로 빼앗긴 ‘역사적인 영토’들을 빼앗겼고, 마자르 민족주의자들은 이 때문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그들은 베르사유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와 국제사회의 이슈로 만들어 조약 재협상에 들어가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또 국제연맹의 소수민족문제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했으며 국제사회를 압박하기 위해 여러 언론들에도 호소를 했습니다. 위..

팔미라마저... 갈수록 꼬이는 'IS와의 전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을 점령하고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다음달이면 1년이 된다. ‘IS와의 전쟁’ 1년이 다 되어가도록 국제사회는 참혹한 전쟁범죄와 유적파괴를 저지르는 이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고, 미국은 갈수록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고 있다. 2000년 古都, 돌더미 될까 IS는 지난 20일 시리아 유적도시 팔미라를 결국 손에 넣었다. 이라크 바그다드 길목 라마디를 장악한 지 닷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2000년 역사를 지닌 팔미라의 찬란한 인류 유산들은 이라크 북부의 유적들처럼 돌더미가 될 판이다. IS, 팔미라 점령 임박…세계유산 또 수난 위기 IS는 시리아 정부군과 일주일 가까이 일전일퇴의 교전을 계속한 끝에 결국 이 도시를 장악했다. 시내에 들어온 IS가 주민들에게 빵을 나..

노르웨이 여행(3)- ‘아르누보의 도시’ 올레순

노르웨이 남서부 올레순(Alesund)은 대서양에 면한 항구와 섬들로 이뤄진 인구 4만5000명의 작은 도시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원래 부르던 이름은 ‘카우팡’, 시장이라는 뜻이었다. 바닷가 시장 마을이 1838년 시로 격상되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올레순은 ‘아르누보(신예술)의 도시’로 통한다. 1905년 큰 화재가 일어나 목조주택 850여채가 불에 탄 뒤 당시 유행하던 아르누보 스타일로 도시가 재건축됐기 때문이다. 악슬라(어깨)라는 이름의 산 전망대에 올라가면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희고 노랗고 파란 집들이 모자이크돼 만들어내는 풍경은 왜 이 곳이 아르누보의 도시라 불리는 지 알수 있게 해준다. 현지 신문 다그블라뎃이 2007년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았던 곳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여행(2)- 그림같은 초가집, 첸달 호수와 빙하

예이랑에르를 뒤로한 채 산을 넘어 또 다른 협곡으로 향했다. 노르드피오르다. 1848m 높이의 스콜라 산이 먼 곳에서 온 손님을 반긴다. 해마다 여름이면 해수면 높이부터 이 산에 뛰어올라가는 경기가 열린다고 했다. 피오르가 끝나는 곳에 7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 로엔이 있다. 로엔의 명물은 피오르와 거의 맞닿을 듯 가까이 있는 셴달 호수다. 물이 유난히 푸르다. 물속 미네랄 성분이 햇살을 머금고 에메랄드그린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람선의 선장은 “1890년대부터 증기선 관광이 성행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호숫가 언덕엔 브렝 폭포가 떨어지고, 역시 지붕에 풀밭을 얹은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림 같다’는 것이 바로 이런 풍경이겠구나 싶었다. 호수가 끝나는 곳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송어요리를 팔았..

노르웨이 여행(1)- 신이 그린 풍경화, 예이랑에르 피오르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아직 날씨는 변덕스러웠고 바람은 쌀쌀했지만 해는 밤 10시가 넘도록 지지 않았다. 평화롭고 느렸다. 어디든 깨끗하고 소박했다. 노르웨이 남서부, 오슬로에서 40분간 비행기를 타고 크리스티안순에 도착했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피오르(fjord) 순례에 나섰다. 64번 지방도로, 아틀란테하브스베이엔(Atlanterhavsveien·대서양길)이라 불리는 8.3㎞의 길은 스키점프대처럼 치솟은 다리로 섬과 섬을 잇고 있었다. 바다 위를 달리고 시골길을 지나 바닷가 소도시 몰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예이랑에르(Geiranger),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피오르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페리를 타고, 다시 자동차로 달리고, 또 페리를 타고, 눈 덮인 산봉우리 밑 해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