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터만 남은 팔미라 신전, 위성사진으로 확인  

딸기21 2015. 9. 1. 22:11
728x90

결국 신전은 사라졌다. 30t 분량의 폭약이 터지면서, 2000년을 버텨온 신전은 돌더미가 되고 말았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달 말 폭파해버린 시리아 유적도시 팔미라의 ‘벨 신전’을 찍은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돌로 된 신전이 서 있던 자리는 흔적과 외곽의 벽만 남았다. IS의 무지막지한 유적 파괴로 ‘비옥한 초승달’이라 불리던 고대 문명의 유산들이 사라지고 있다.



유엔 직원들의 훈련기관인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는 지난 31일 “팔미라 벨 신전의 주 건축물과 주변의 기둥들이 파괴됐다”면서 파괴된 후의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 기구가 운영하는 유엔위성사진운영프로그램(UNOSAT) 책임자 에이나르 뵤르고는 BBC에 “불행하게도 우리가 얻은 이미지들은 신전의 주 건물이 다 부서졌음을 보여준다”며 “근처의 기둥들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앞서 현지 주민들이 벨 신전이 파괴됐다고 했을 때, 시리아 문화재·박물관국은 “신전 대부분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곽의 벽만 빼고 거의 다 사라져 터만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IS는 최근 팔미라의 바알샤민 신전을 폭파했고, 수십년간 유적을 지켜온 82세의 전 팔미라 박물관장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팔미라는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며, 벨 신전은 바알샤민보다도 규모가 더 컸다. 앞서 알자지라는 IS가 30t 넘는 폭약을 신전 곳곳에 설치한 뒤 폭파시켰다고 보도했다.


파괴되기 전의 벨 신전. /WIKIPEDIA


벨 신전은 고대 달의 신 아글리볼과 태양신 야르히볼에게 봉헌된 사원이다. 고대 셈족의 사원 자리에 서기 32년 무렵 로마의 신 주피터를 모시는 헬레니즘 양식의 신전이 세워졌다. 코린트식 기둥들이 205m에 걸쳐 늘어섰고, 포장된 안마당에 주 건물이 들어섰다. 사원을 설계한 ‘알렉산드라스’라는 건축가 이름과 설계도 등이 비문(碑文)으로 새겨져 있어 고대 건축 연구사료로도 가치가 높았다. 뒤에 비잔틴 제국 시기에는 기독교 교회로 쓰였다. 아랍 무슬림들은 12세기에 건물을 보수해 모스크로 썼다. 중·근동 스타일과 그레코-로만 양식이 결합된 사원은 이 일대에 나타나고 사라졌던 문명들이 겹겹이 쌓인 인류의 유산이었다.

 

IS는 지난 5월 팔미라를 장악했다. 4개의 기둥을 가진 석조 건축물들로 구성된 테트라필론과 원형극장 등은 아직 남아 있지만, 언제 폭탄과 불도저에 쓸려나갈 지 알 수 없다. IS는 지난 3월 이라크 북부 니느웨(니네베)주의 님루드에 있는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 제국의 성채와 2000년 전 파르티아 제국의 수도였던 하트라를 불도저로 밀었다. 하트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라크 정부는 1만개가 넘는 유적지들 중 20% 가량이 IS 점령지역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에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구시가지의 60%가 파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