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상영된 '오마르'를 봤다. 영화 한 편을 보기가 내겐 왜 그렇게 힘겨운지. 시간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게 아니다. 나는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일'이 몹시 힘들고 부담스럽다. '진지한 영화'를 보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시각적 효과에 집중하고, 그 내용과 메시지를 곱씹는 일이 고되다. 영화보다 더 힘들고 무거운 현실이 넘쳐나는 판에... 라고 핑계를 대본다.
이 영화가 아랍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오마르'를 만났으니,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숙제'였던 것일까.
영화는 '장벽'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끝났다고 하지만 끝나지 않은)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 속에,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어딘가에 살고 있을 팔레스타인 청년 오마르는 밧줄 하나에 의지해 높은 분리장벽을 뛰어넘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내 떠올랐던 건 <오셀로>였다. 사랑, 질투, 불신, 비극. 친구가 친구를 믿지 못하게 되고, 동지가 동지를 믿지 못하게 되고, 조직이 대원을 믿지 못하게 되고, 동포가 동포를 믿지 못하게 되고, 연인이 연인을 믿지 못하게 되는, 치밀하고 잔인한 불신의 고리. 이스라엘은 '분리장벽'을 세우고, 옛 열강들이 식민지를 지배할 때처럼 '분할통치'를 하고, 피억압 민족의 가슴에 불신을 심고, 그들 사이를 낱낱이 가르고, 배신자로 만든다.
사람은 강하지만 약하고, 약하지만 강하다. 덫에 걸린 젊은이는 민족에 대한 배신을 강요당하고, 친구이자 동지를 잃고, 사랑을 잃는다. 그의 손에 쥐어진 총은 누구를 향할 것인가.
보는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은 액션스릴러물의 긴장감 따위와는 종류가 다르다. 팔레스타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조금이라도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낯익은, 그러나 너무나도 현실적인' 긴장감이다. 유일한 '여성 배역'인 나디아는 철저하게 수동적인 객체로 그려지지만, 그런 한계를 빼면 영화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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