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167

철학의 길과 청명한 산길, 어느 쪽이 좋을까?

저절로 철학자가 될 것만 같은, 고즈넉한 언덕배기 산책로. 청량한 공기에 고사목과 맑은 물, 호수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산길. 어느 쪽이 더 좋을까요? 5월에 두 곳을 여행했습니다. 아쉽게도 4월의 태국 여행조차 여행기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사진으로라도 뭉텅이씩 올려서 함께 감상하면 좋은데, 사실 여행기라는 게... 남의 여행기를 여간해서는 읽게 되지 않잖아요. :) 그래도 며칠 전 보고 온 산길 풍경이 너무 생생해서, 생각난 김에 5월의 여행지 두 곳의 사진을 한장씩 뽑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여러 친구들께서 '좋아요'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주셨더라고요. 먼저, 이 곳입니다. 이 곳은 교토 히가시야마의 '철학의 길(哲学の道)'입니다. 교토는 가로세로 십자로들이 크..

[2012 태국] 방콕의 스님들이 사는 곳

방콕 여행 네째 날. 아침에 모처럼 일찍부터 움직여보자 해서, 60바트 내고 뚝뚝이 타고 카오산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 대리석 사원에 갔습니다. 원래 이름은 왓 벤짜마보핏(Wat Benchamabophit)인데 대충 '대리석 사원(Marble Temple)'이라고 부릅니다. 1899년 출라롱꼰 왕 시절에 이탈리아 대리석을 수입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근처에 두싯(Dusit) 왕궁과 거기 딸린 전시관, 두싯 동물원 등이 몰려 있어요.... 음... '몰려'있다고 하기엔 드넓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대리석 사원은 두싯 왕궁 짓고 나서 거기 사는 왕실 일가를 위해 신축된 것이니, 큰 범주로 봐서 하나의 구역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리석 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부를 온통 대리석으로 마..

[2012 태국] 그랜드 팰리스 '이보다 화려할 수는 없다'

평소 싼티, B급, 삼류 취향이기는 했지만 저도 제가 이렇게 화려한 걸 좋아하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방콕 도착한 첫날 싸롱을 안 가져가 1차 시도에 실패하고 사흘째 날 마침내 들어갈 수 있었던 그랜드 팰리스!!! 그런데 싸롱을 챙겨넣은 요니 가방을 또 다시 안 들고 제 가방만 들고간 탓에, 비싼 뚝뚝 타고 궁전 앞까지 갔다가 2차 시도에마저 실패하고 다시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가... 그러면서 더위에 지쳐;; 점심 때에야 다시 나와서 무려 3차 시도 끝에 들어갔습니다. 젠장.. 입장료가 1인당 400바트,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1만6000원 정도. 그런데 초등학생도 성인 요금 받더이다... 태국에서는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가 아니라 키가 120cm 넘느냐가 기준이더군요.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공식 ..

[2012 태국] 나무와 하나가 된 부처님

아유타야에서는 이 사원, 저 사원을 돌아다니며 유적 구경을 했습니다. 그 중에는 폐허가 되어 간신히 형태만 남은 것도 있고,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화려한 부처님 집도 있었습니다. 먼저, 화려한 쪽부터. 물론 아유타야에서 화려하다 해봤자 방콕의 그랜드 팰리스를 비롯한 금칠 쳐바른(부처님 죄송;;) 사원들처럼 번쩍거리지야 않지요. 하지만 왓 야이 짜이몽콘(Wat Yai Chaimongkon)은 아유타야의 세계문화유산 사원들 중에서 눈에 띄게 화려하고 큰 축에 속한답니다. 부처님들에게 노란 옷을 입혀놨어요. 동남아 소승불교 스님들이 흔히들 입고 다니는 옷 색깔이죠. 사프란 색이라 하나요. (여담이지만, 이태원 할랄 가게 아저씨한테 들은 바로는 사프란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향신료라고 해요) 저기에..

[2012 태국] 아유타야, 부처님 발바닥을 보다

요니와 둘이서 방콕 여행 다녀왔어요, 지난 달에. 사진과 함께 글 올려야지 해놓고 게으름 피우다 보니 어느 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네요. 이것은 남들 일하고 공부할 때 신나게 놀고온 자들의 자랑질이자, 마흔 두 살 엄마와 열 한 살 딸이 함께 보낸 봄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기입니다. 출발은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밤 10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떠났습니다.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방콕 시간 일요일 아침 7시 쯤. 택시요금 바가지 옴팡 뒤집어쓰고 카오산 거리에 가까운 람부뜨리 빌리지 인(Rambuttri Village Inn)으로 갔습니다. 아고다를 통해 미리 예약해뒀고요(2008년 발리 여행할 때부터 호텔 예약에 아고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

지난 가을, 카루이자와

지난해에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소소하게 여행도 다니고 했건만,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던지라... 예전 집에선 사진을 다 뽑아 액자에 걸어두고 앨범에 정리하는 일이 재미 중 하나였는데, 지난해에 어수선하게 지내느라 통 사진도 정리하지 못했다. 사진이라 해봤자, 아이폰 생긴 뒤로는 내 손에 디카를 들고다니는 일도 없고 해서 별로 찍지도 않았고. 그나마 아지님이 얻어온 삼성 디카에 몇장 담겨 있는 것을, 어제야 랩톱에 연결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건진, 카루이자와(軽井沢) 풍경 몇 장. 제법 추웠다. 지난해 10월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다이어리조차 어디에 틀어박혀있는지 모르는 형편이라 확인 불가능 -_-;;) 카루이자와가 유난히 추웠다. 나가노(長野) 현 키타사쿠(北佐久) 군에 있으니 도쿄보다 북..

[코트디부아르]아프리카의 귀여운(?) 동식물

흰개미집이랍니다. (개미랑 흰개미랑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둘은 달라요~~ 그러니까 저거는 흰.개.미.집입니다) 아프리카 사진들 중에 아직도 정리 못한 것이 몇 장 있어요. 남겨서 묶어둔, 동식물 사진! 어디를 가면 저는 (한국에선 관심도 없다가) 식물 이름, 동물 이름 같은 게 그렇게 궁금해요. 그래서 항상 현지 사람들에게 묻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듣는 경우는 많지는 않지요. 그래도 아프리카에선 망고와 바오밥, 이 정도는 구분을 해야겠죠. 저건 꽃같기도 하고 잎같기도 한 것이 신기해서 찍었어요. 코트디부아르의 그랑라우의 바닷가 마을에서 본 겁니다. 이름은 몰라요... 그랑라우 가는 길. 웃기죠? 시거 같기도 하고... 코코넛 나무 꼭대기의 이파리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저렇게 된답니다. 저의 출장길..

[코트디부아르]아비장

더 잊어버리기 전에, 아프리카 사진들 빨리빨리 정리를 해야겠네요. 아프리카, 하면 늘 못 살고 헐벗은 모습(물론 그런 모습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보게 되지요. 그렇다보니 아프리카 몇번 다녀온 뒤로 주변 사람들한테서 '거기도 ** 있어?' '거기 사람들도 **해?' 이런 질문들을 종종 받게 되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코트디부아르의 옛 수도였고 지금도 최대 도시인 아비장의 '근사한 모습'들을 모아봤습니다. 근사한 모습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평범한 모습'이라 할 수 있는 '바까(버스)' 구경부터. 이웃한 소도시 뱅제르빌 가는 길이었습니다. 바까를 타고 갔는데, 차량은 형편없지만(겉보기엔 멀쩡해보이죠? ㅎㅎ) 가격은 제법 비쌌습니다. 200세파, 우리 돈으로 500원 남짓 했어요 -_- 안에는..

[코트디부아르]그랑바쌈의 바닷가 마을

이 곳이 상아해안입니다. ^^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예전 프랑스인들이 잠시 수도로 삼았다던 그랑바쌈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 곳의 풍경입니다. 옛 식민지 풍의 건물들, 고즈넉한 바닷가. 제법 인상적인 곳이었지요. 살짝 서글프기도 하고요. 저기에 도자기 만들어 파는 곳이 있어요. 그랑바쌈 가기 전에 아비장에서 박윤준 대사 사모님을 만났는데, 그랑바쌈에 친구가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한국 출신 입양아로 프랑스에서 자라고 프랑스 사람과 결혼한 여자분인데,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랑바쌈에 와서 도자기 만들고 계시다고요. 그 분 만나러 가실 예정이라면서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저는 다른 일정들이 있어서... 먼저 그랑바쌈에 혼자 가게 되었어요. 도착해서 도자기 공장을 보고, 그럼 저 옆집이..

[코트디부아르]그랑라우,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 그랑라우 가는 길. 사진 질이 형편없네.. -_- 그랑라우의 호숫가에 도착했다. 바다가 있고, 그 바로 앞에 라군(석호)이 있다. 라군은 어느 지점에서인가 바닷물과 만난다. 일 없이 앉아있는 청년. 날씨는 너무 더웠다. 낚싯배, 허름한 집, 배 위의 궁둥이. 배를 타고, 바다와 호수가 만나는 곳에 섬처럼 덩그마니 놓인 마을을 찾아가기로 했다. 배 안에는 나와, 내 안내원으로 따라와 준 대사관 직원, 운전기사, 그리고 그랑라우 어느 마을의 촌장님. 말하자면 '특별대우'였다.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새마을운동을 하는 마을의 촌장님께서 주신 혜택이랄까. 우즈베키스탄의 히바에서처럼, 이 곳, 그랑라우의 호수-바닷가도 비현실적이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에 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