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167

[노는 엄마, 노는 딸] 모로코 페스, 비오는 모스크와 태너리(가죽 염색장)

10월 29일, 계속 이어서 아타린 메데르사에 이어 우리가 들른 곳은 9세기에 지어진 뒤 계속 증축됐다는 카이라윈 모스크다. 몇번이나 언급했지만, 변방의 보수파인 모로코에서는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이 모스크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들의 룰을 존중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조치다. 순니 무슬림의 본원 격인 이집트의 그 유명한 알아즈하르조차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데, 대체 모로코의 사원들은 왜! 왜! 모스크는 다리 아픈 이들 잠시 들어가 쉬면서 고즈넉이 마음 다듬고 나오는 곳이 아니냐는 말이다... 아타린 메데르사 메디나를 돌다가 일본인 단체관광객을 안내하던 모로코인 가이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카사블랑카의 모스크가 정말 멋있단다. 그래서 “그건 새거라면서요”라고 해줬다. 카..

[노는 엄마, 노는 딸] 모로코의 옛 도시, 페스의 골목들

10월 26일 꿈같은 사하라의 구릉을 뒤에 남겨둔 채, 낙타를 타고 다시 2시간에 걸쳐 사하라를 나왔다. 사막 투어를 마치고 마라케시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 멀었다. 2박3일에 걸쳐 쉬엄쉬엄 구경하며 들어갔던 곳을 다시 나오려니, 승합차량 안에서 하루 종일 보내야했다. 저녁 무렵 아틀라스를 다시 넘을 때에는 비가 오고 몹시 쌀쌀했다. 산꼭대기 휴게소에서 설탕 듬뿍 넣은 민트티를 마시는데 그 맛이란! 술을 즐기지 않는 이곳 사람들이 “베르베르에겐 이것이 술이나 마찬가지”라며 ‘베르베르 위스키’라 부르던 그 민트티. 박하 잎을 그대로 넣어 우린 차에 설탕을 넣으니, 시원한 박하향과 단맛이 어우러져.... 뭐랄까.... 후레쉬민트 껌의 향기랄까. ㅎㅎ 그런데 찬 바람 속에 이걸 마시니 몸이 사르르 녹는 게, 그..

일본의 온천들(2) 하코네, 그리고 홋카이도 공포의 온천

1탄 쿠사츠에 이어, 중구난방으로 소개하는 일본 온천 이야기... 도쿄 근교에서 최고의 온천여행지로 꼽히는 하코네(箱根). 이즈하코네국립공원이라 묶여 있는 풍광 좋은 지역의 일부인데, 초입에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 즉 온천의 본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있다. 그 일대는 에 나오는 것 같은 온천 료칸들로 가득하다. 우리 가족은 그런 비싼 곳에는 안 묵어봤고... 도쿄에서 가깝기 때문에 당일 여행이 가능하므로, 대부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이번 추석 연휴에 들은 거지만, 하코네에서 인기 온천 랭킹 1위는 테노유, 2위는 하코네노유, 3위는 유노사토 오카다라고 한다. 전부 가봤다.... 나는야 하코네 마니아. ^^;; 그 중 3위이고 여러번 가본 유노사토 오카다(湯の里おかだ). 옆에 큰 온천호텔도 있지만 우..

일본의 온천들(1) 온천의 최고봉 쿠사츠

제목이 좀 거창하지만... 내가 뭐 일본의 그 많은 온천들 다 둘러본 것도 아니고. 좋다는 온천 찾아다니는 열성 관광객도 아니지만. 9년 전과 지난해, 각각 1년씩 2년간의 일본 생활을 통해 몇군데 둘러보긴 했다. 워낙 목욕탕을 좋아하며 추운 거 질색, 뜨신 물에 몸 담그고 세월아~네월아~ 하는 걸 즐기는 인간이라서. 그리하여 늘어놓는, '딸기가 다녀본 온천들에 대한 매우매우 주관적인 평가'.... 일본 최고의 온천은 단연 쿠사츠!!! 일본의 무수히 많은 온천 중에서도 매년 온천100선 중 1위를 차지하는 명성의 온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 시절 에도(요즘의 도쿄)까지 여기 물 가져다 썼다 함. 물 나르던 이들은 그 무슨 개고생이었을까마는... 암튼 쿠사츠는 쵝오다. 가파른 언덕길, 온천지대 중..

[노는 엄마, 노는 딸] 모로코 사하라 투어의 꽃, 메르주가

10월 25일, 메르주가에서 밤을 보내다 알 바브 알 사하라, ‘사막의 문’을 지나 진짜 사하라로! 리싸니에서 물 한병씩 사서 차에 싣고 다시 한참을 달린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량한 땅, 해가 기울 무렵 메르주가의 입구로 통하는 곳에 도착했다. 모로코 사하라 투어의 꽃은 메르주가 Merzouga 부근에 있는 에르그 체비 Erg Chebbi.다. 사진에서나 보는 사하라의 붉은 모래 언덕들이 늘어서 있는 곳. 머리수건 두르고, 물병이 떨어지지 않도록 낙타의 등에 설치된 안장(이라기보다는 의자) 밑에 잘 끼워 넣고, 배낭에서 물건 흘리지 않게끔 정돈을 하고 낙타에 오른다. 이미 이틀 전 자고라에서의 경험이 있기에 요니도 엄마와 떨어져 자신 있게 '자기만의 낙타'에 오른다. 메르주가 가기 전에 들른 다데스 협..

[노는 엄마, 노는 딸] 마라케시를 떠나 드디어 사하라!

10월 23일, 드디어 사하라로! 아침 7시20분에 제마 엘 프나 광장의 카페프랑스 앞으로. 이곳저곳 여행사와 계약한 손님들이 모여든다. 방콕에서와 똑같다. 어디서 계약했든 손님들은 승합차 기사님들 지시에 따라 이합집산. 나와 요니는 잽싸게 기사님 옆 앞자리로 올라탔다. 3박 4일간의 여행경비는 둘이 합해 1950디르함. 아침저녁 식사는 포함, 점심식사와 물값 등은 포함돼 있지 않음. 각종 입장료 중에는 포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마라케시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차가 많이 막혔다. 도시 외곽에서는 양과 말과 당나귀와 차들이 한데 뒤섞여 아수라장. 근처에 양 시장이 서는 모양이었다. 이런 광경, 우리에겐 사라져버린 근대와 전근대가 혼재해 있는 풍경을 보면 어쩐지 묘하게 즐거워진다. 뭐랄까, ..

[노는 엄마, 노는 딸] 마법의 도시, 마라케시의 골목들

10월 22일 월요일, 둘째 날의 마라케시 아침은 어제 챙겨 넣은 빵과 슬그머니 훔쳐온 우유;;로 호텔 옥상에서 냠냠. 점심은 엊저녁부터 단골(우리 맘대로 ㅎㅎ)된 식당에서. 따진(tagine)이라는 음식. 고기와 올리브, 노랗게 사프란 물들인 감자, 토마토나 레몬, 가지와 콩 따위를 넣고 장독 뚜껑 같은 질그릇에 익혀 내온다. 정말 맛있다! 모로코가 스페인보다 열 배는 좋다며 즐거워한 요니. 골목골목 구경하다가 모로코 특산이라는 아르간 로션 하나 사고, 제마 엘 프나에 있는 카페 드 프랑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려고 했으나... 유럽 관광객들 같은 '느긋한 포스'가 통 나지 않는다. 나는야 마음 급하고 엉덩이 가벼운 한국 여행자. 우편엽서를 붙이려고 우체국에 갔는데 줄이 길어서 포기. 여기도 온통 웨..

[노는 엄마, 노는 딸] 지브롤터를 건너 모로코로!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그라나다의 호스탈에서 체크아웃. 스페인 온 이후 처음으로 택시를 타고(7.5유로) 버스 터미널로. 버스타고 다시 알헤시라스 Algeciras로. 이베리아반도의 남단, 북아프리카와 마주보고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당초 계획은 ‘모로코로 건너간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어찌어찌 항구를 찾아간다, 다행히 표가 있으면 배를 타고 모로코로 건너간다, 탕헤르의 항구에 내려 기차역으로 찾아간다, 다행히 표가 있으면, 금상첨화로 야간열차의 침대칸 표가 있으면 기차에서 자면서 남쪽 마라케시로 이동한다는, 구체적이고도 막연하고 아무 준비 없는 계획 아닌 목표뿐이었다. 그런데 일정이 이상할 정도로 착착 진행되어, 어느 새 우리는 탕헤르의 기차역에서 야간열차를 기다리고 있..

[노는 엄마, 노는 딸] 그라나다, 생각보다 별로였던 알함브라

10월 18일 목요일, 그라나다로. 역시나 아침부터 바쁜 하루. 호스탈에서 나와 배낭 매고 짐 끌고(배낭을 캐리어로 만들어주는 휴대용 간이 바퀴손잡이 정말 유용했음) 터미널로. 커피 한 잔, 주스와 식빵으로 아침 때우고 고속버스 타고 그라나다로 이동. 하마터면 목적지 놓치고 버스에서 못 내릴 뻔 했으나, 버스에 올라온 어떤 아가씨가 자리 내놓으라 하는 통에 그라나다임을 깨닫고 후다닥 내림. 터미널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틀간 묵을 그라나다에서의 숙소는 호스탈 베네치아라는 쪼마난 여관이다. 하지만 앞길에 우리 호스탈 알려주는 표지판도 있음. 무슨 가이드북에도 소개됐다고 하네. 올라가 보니 주인 안 계심. 어딘가에 갔던 주인 할아버지가 잠시 뒤 오심. 우리에게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얘기해주시고 다시..

[노는 엄마, 노는 딸] 발렌시아 찍고 알리칸테, 지중해에서 수영!

10월 16일 화요일. 숙소에서 짐 빼들고 개선문 들렀다가 Barcelona Nord 터미널로. 10시에 버스타고 4시간 달려 오후 2시에 발렌시아 도착. 발렌시아는 내게 ‘아이마르가 뛰던 팀이 있는 도시’, 그리고 오렌지와 바다가 있는 도시- 모두 TV에서 본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현실은? 바다... 그것이 어드메뇨. 터미널에서 친절한 시민님들의 도움을 받아 8번 버스 타고 Reina 광장으로 향했다. 발렌시아의 숙소는 미리 잡아놓지 않은 탓에, 일단 방 얻는 것부터 시작. 광장 골목에서 맛없는 빠에야 15유로에 먹고, Hostel El Cid에 방을 얻었다. 짐 들고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가장 먼저 눈에 띈 호스텔에 그냥 눌러앉았다. 1박에 35유로. 더 깎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암튼 겉보기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