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나라도 아니고 파란 교토라니. 그런데 5월에 찾아간 교토는 정말로 파란 빛이 눈부셨다.
교토의 서쪽, 아라시야마 근처에 있는 유명한 텐류지(天龍寺). 교토에 가는 사람은 대개들 들러볼만한 곳이니 설명은 패스. 그 주변에 아라덴이라는 작고 귀여운 전철도 있고(개찰구가 따로 없고 아이처럼 앳된 차장이 두칸짜리 전철 가운데에서 손 내밀고 표받아 깜놀) 이런 대숲도 있다. 숲의 이름은 치쿠린, 글자 그대로 竹林이다.
혹시 우리나라엔 이런 죽림 없을까. 담양 죽녹원이 이쁘다던데 못 가봤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들러보리라. 인터넷 검색해보니 경남 사천에 죽림역, 전북 완주군에 죽림온천역이 있는데 폐쇄됐거나 쓰지 않는다네...
일본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자연'이다. 이렇게 말하면 일본 사람들은 어쩌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세계에서 가장 개발된 나라 중의 하나, 숱한 일본의 현인들이 지나친 개발과 토건주의를 통탄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자연'이 감동적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본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연이다. 그런데 그 앞에는 괄호가 붙는다. (한국과 비교해서)라는 얘기다. 즉 일본의 자연이 너무나도 아름다고 자연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세상에서 일본의 자연이 두드러지게 아름답다거나 일본이 장엄한 대자연으로 유명한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한국의 자연이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왜 아름답지 않냐고? 일본보다도! 보전이 덜 되어 있거나 안 되어 있거나 막 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곳들을 한결같이 망치고 있어서... 산중 절간에 가도 그 앞에는 파전집과 노래방이 진을 치고 있어서... 그 좋다는 강원도마저 숲 베어내고 골프장들 짓고 있어서... 그러면서 골프장 잔디가 알흠답고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하는 작자들이 있어서...
최소한 그보다는 일본의 자연이 아름답다는 얘기다. 긍께롱 우리도 그만들 좀 파헤칩시다;;
잠시 샛길을 댕겨왔는데, 교토에서 진짜 자연을 만났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5월의 햇살과 맑은 하늘과 나무와 이끼와 풀,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온통 초록이었다는 것.
그렇게 눈이 부셨던 곳 중의 하나, 교토 북쪽에 있는 닌나지(仁和寺). 교토에 과하게 많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고, 수백년전 출가한 천황들이 이리로 왔다 해서 특별히 대접해주는 절이란다. 도쿄로 천도하기 전에 불교 믿는 천황들은 이리로 참배하러 왔었다고. 5층탑의 위용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그 많은 나무의 연두빛이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다른 얘기이지만, 교토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이 '과하게' 많다고 한 것은 그 뜻 그대로다. 유네스코에 돈을 많이 내는 나라라서이겠으나 일본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과하게 많다.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게 세계문화유산이라면 이라크나 이란에는 세계문화유산이 1만5000개쯤 돼야겠네'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뭐, 어차피 문화유산 보호하자는 취지이니 고깝게 볼 필요까지야 없을지 몰라도... 고깝게 보인다 -_- 심지어 도쿄 우에노의 서양미술관까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자며 유네스코 청원운동을 하더라.
일본의 자연이라고 다 자연 그대로일까. 하지만 만들어진 자연이든 자연을 흉내낸 인공자연이든 간에 공원이 많고 나무가 많다. 동네마다 절이나 신사가 있으니 그 마당에 나무가 있고,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도시 도쿄의 주거지역도 단독주택 위주이기 때문에 마당이나 화단에 식물이 많다.
위 사진은 잘 가꿔진 긴카쿠지(銀閣寺)의 초록. 금각사엔 금각이 있어도 은각사엔 은각이 없다... 하지만 몹시도 아름다웠던 정원. 일본식 정원의 묘미라고 하기엔 급경사 산길을 타고 돌아다녀야 하지만 교토의 다른 절들보다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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