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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교토] 교토 여행 첫날엔, 아라시야마

딸기21 2012. 9. 20. 20:33

시간이 많이 지나갔네요. 5월에 교토(京都)에 갔습니다. (여행기 참 빨리도 올리네요... 여행 사진들을 이제야 정리하느라고;;)


가마쿠라, 닛코, 하코네 모두모두 좋아합니다만, 도쿄와 가마쿠라와 닛코와 하코네를 합쳐도 교토 한 곳만 못하지요! 일본에서는 역시 교토! 교토 여행 중에 들렀던 한 절에는 '얏바리 아미타(역시 아미타불)'라는 구호가 쓰여있어 살짝 웃었습니다만, 일본에선 얏바리 쿄오토오!

도쿄 시나가와에서 출발, 신칸센 타고 교토 역에 도착한 것은 5월 4일. 어린이날을 낀 골든위크가 시작되던 금요일이라서 붐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역시나...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유스호스텔을 잡지 못해 교토역 앞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그리고 본격 교토나들이는 5일부터. 교토의 서쪽을 둘러싼 아라시야마(嵐山) 쪽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버스 프리패스를 끊었는데, 도쿄와 달리 교토에서는 버스 프리패스만 끊어서 다니는 게 훨씬 싸게 먹히고 편하더군요. 버스 1일 패스는 어른 1000엔, 아이 500엔. 일본에서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하죠... 지하철 탈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교토역 앞에 버스 승차장이 있습니다. 쭉~ 늘어선 팻말들을 보면서 가고픈 곳을 찾아 줄 서면 됩니다. 아라시야마까지 버스 타고 가는데, 어찌나 천천히 운행하던지... 버스가 달리지 않고 걸어다녀요 ^^;;

사실 교토가 고도(古都)이긴 합니다만 그리 크지는 않아요. 교외지역을 포함한 교토 부(府)의 총 인구는 2010년 260만명입니다만, 서울이나 도쿄 같은 대도시는 아닌 거죠. 교외를 뺀 교토 시 자체의 인구는 150만명, 일본에서 6번째라 하는데 일본도 워낙 수도권 집중이 심한 곳이라... 교토에 가면 도시가 생각보다 참 작게 느껴집니다.



작지만 고풍스럽고 또 까다롭고 비싸 보이는 이 도시, 느릿~느릿 다니는 버스를 타고 시내 서북부를 거의 둘러가며, 중간에 한 차례 종점에서 갈아타기까지 하면서 아라시야마에 갔습니다. 거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텐류지(天龍寺)와 대나무숲, 키치스러운 도리이들로 유명하다는 신사 등등이 있습니다.

먼저 텐류지 옆을 흐르는 카츠라가와(桂川. 외래어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가쓰라가와')에서 산보. 날씨는 환상적으로 좋았고, 인파도 환상적으로 많았고... ㅎㅎ

그리고 나서 텐류지에 갔습니다. 임제종 절인데 안마당에 이쁜 연못이 있고, 뒷산의 산책로도 이뻐요. 신발 벗고 들어가 건물 처마밑으로 시원한 바람을 쐬며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마루에 앉아 연못 구경하니 참 좋던데, 가을에 단풍들 때엔 정말 끝내주게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 됩니다만 아마도 그런 즐거움을 누릴 기회는 없겠지요 ㅠ.ㅠ

일전에 교토의 나무들 사진을 올리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과하게 많다'고 투덜거린 적 있었는데요. 텐류지는 '고대 교토의 문화를 보여주는 유산'이라는 이유로 월드헤리티지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만, 실제로 이 절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18세기 유명한 화가 스즈키 쇼넨의 그림입니다. 스즈키 쇼넨(1849-1918)은 본명이 스즈키 마츠토시(鈴木松年)인데, 현대 일본에서 어느 화파와도 닮지 않은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했다 해서 이름 높다지요.

쇼넨의 작품을 무료로도 이 곳에서 한두 점 볼 수는 있습니다만, 가장 유명한 '운류즈(雲龍図)'는 절 입장권과 별도로 관람권을 사야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지몽매한 우리 가족은 걍 건너뛰었습니다 -_- 그리고 꼭 뒤에 돌아와서 후회하지요. 아, 다시 못 올 기회였는데 그 때 그냥 볼 것을...

텐류지의 뒤편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요. 거기를 지나 란덴(嵐電)이라는 작은 전철을 타고 우타노 유스호스텔로 향했습니다. 란덴은 겨우 2량짜리인데다, 내리는 역에는 개찰구도 없었습니다. 티켓은 전차 안에서 창문 너머로 손 내미는 차장에게 건네고 나오면 됩니다. ㅎㅎ 



일본에서 여러 유스호스텔에 다녀봤지만, 규모와 시설 면에서는 여기 우타노가 아마도 압도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2004년에도 교토 여행 때 여기에서 묵은 적 있습니다. 그 때는 적당히 낡고 적당히 운치 있고 적당히 큰 유스호스텔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호텔급. 몇해 전에 수리를 했다는데 너무 커져서;; 오히려 분위기는 그때가 더 좋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타노는 짱! 사흘째 묵던 날 여기서 엄청 잼나게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ㅎㅎ


암튼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란덴에서 내려 허위허위 오르막내리막을 걸어 유스호스텔에 도착. 짐 맡겨놓고 다시 나와 버스를 타고 근처에 있는 오무로 닌나지(御室仁和寺)에 들렀습니다. 우타노가 다 좋은데 좀 외진 곳에 있어서... 하지만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전거 대여도 해주는데, 우린 이번엔 그걸 못 탔네요.



닌나지에서는 거대한 5층탑이 볼만하더군요. 뒤에 여러 절에서 본 것입니다만, 이 시기(나라 시대와 헤이안 시대) 일본의 옛절들에서 거의 비슷하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의 비슷비슷한 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탑, 거대한 불당들을 일본에서는 많이 볼 수 있어요. 이 절은 도쿄 천도 이전에 천황 일가가 참배하던 곳이었고 출가를 한 천황들이 이 절에 갔다 해서 각별히 일본인들이 기념하는 곳이라더군요. 뭉턱뭉턱 옹이진 벚나무들이 있던데 벚꽃 계절엔 장관일 것 같습니다. 


닌나지에서 가까운 곳에 그 유명한 킨카쿠지(金閣寺)가 있습니다. 닌나지 앞에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면 됩니다. 아니면 굳이 걸어가도 되는 정도의 거리. 


그런데 저는 이 절이 그저 그래요... 번쩍거리는 금각을 보면서 인파에 밀려 움직여다니다가 나왔어요... 1997년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이 절에 들렀는데 그 때도 별로였고, 이번에도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