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東寺)를 나와 교토 수족관에 갔습니다. 동물원이든 수족관이든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동물이 있는 곳이라면 다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또 좀 쉬고 싶었습니다. 에... 물론 수족관은 열심히! 구경해야 하는 곳이고 꽤나 발품팔아야 하기 때문에 쉬기에 적당하지는 않지만, 절 구경만 계속 하다보니 기분전환 삼아 들어가고 싶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일본은 섬나라여서 그런지 수족관이 정말 많습니다. 오사카의 '카이유칸'이라는 절대적인 수족관이 아니더라도, 도쿄에도 여러 곳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시나가와에만 두어곳 되는 것 같더군요. 카사이린카이, 요코하마 등등)
전날 아주 좋았던 기온, 고조자카, 니넨자카 쪽에 다시 갔는데 이 날은 5월 7일 월요일. 골든위크가 끝났다 하지만 생각보다 느무나도 썰렁하고 가게들도 많이들 문을 닫았더군요. 하루만에 철 지난 관광지 분위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맛난 거 사먹겠다고 요니랑 거기까지 갔던 건데, 결국은 유인물 나눠주며 호객하던 기온 부근 인도 음식점에서 커리로 해결.
하지만 실망은 금물! 이날 우타노 유스호스텔에서 아주아주 재미있게 저녁~밤을 보냈거든요.
전날엔 스탭 언니와 일본차를 마시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중국차 티타임을 진행하신 분(우타노 정식 스태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은 어찌나 즐겁게 이끌어가던지. 새콤달콤쌉싸름한 '나츠 밋캉(여름 감귤)' 설탕절임, 호박씨와 수박씨 등등 중국식 군것질거리, 여러 종류의 감귤류 절인 것을 간식으로 내놓아주신 덕분에 신기한 것들 많이 맛보며 즐겁게 2시간이나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 날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요니는 하루 더 머물다 가자고 졸랐습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곧바로 수학여행단이 예약돼 있어 방이 없다더군요. 아쉬움을 뒤로 남긴 채 떠나와야 했습니다.
우타노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요니와 저는 유스호스텔 추종자가 돼버렸습니다. 우타노가 유독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곳이긴 합니다만, 그것과 별개로 유스호스텔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특급호텔에서는 별로 묵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호텔은 호텔대로 편리하고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일본에서는 주로 온천호텔을 다녔는데, 커다란 온천탕이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요니가 좋아하지 않는 곳은 료칸(일본 여관)입니다. 역시나 대부분 온천 료칸들이라, 작지만 온천탕(그리고 노천온천!)이 있고 정갈한 방에 두꺼운 이불에 격식 갖춘 식사에... 이것들이 료칸의 패턴입니다. 처음엔 저희도 료칸에 묵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 다니면서 즐겁게 놀고 마음 편히 쉬고 하는 게 아니라, 격식 차리고 조용조용 주의하고 조심하고 하는 게 싫어졌습니다. 일본의 모든 문화가 '격식' 혹은 '형식미'로 점철돼 있다 하는데 거기에 물린 셈이랄까요.
일본에서라도 료칸이 아닌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가면 분위기가 다릅니다. 바로 저 우타노에서처럼, 훨씬 자유롭고 마음이 편합니다. 아무래도 료칸의 문화라는 게 있다보니 료칸에 오는 손님들도 조심조심 조용조용, 반면 유스호스텔에서는 훨씬 편하게 일본인들도(!) 함께 머무는 투숙객들에게 말 걸고 수다를 떨게 되는 거지요. ^^
이튿날 들렀던 '철학의 길'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 일전에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서 겸사겸사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교토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긴카쿠지(銀閣寺)와 테츠가쿠노미치(哲學の道)였습니다.
우타노 유스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나와 교토역의 물품보관함(일본의 보관함들은 왜 이렇게 비싼지.. 보통은 300엔, 요즘 환율로 하면 4500원 정도 되네요)에 짐을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카메라를 유스호스텔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 한 시간 걸려 버스 타고 다시 우타노로... ㅠ.ㅠ 에그그 한심해라. 나의 최대의 적은 바로 이런 덜렁거림...
결국 아침도 못 먹은 채,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긴카쿠지로 향했습니다. 교토의 '관광용 시내버스'를 이용하면(빨간 표지가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일반 노선버스보다 정류장이 적은 대신 볼거리들을 콕콕 집어 세워주기 때문에 아주 좋습니다. 그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 가는 길목에 내렸습니다. 긴카쿠지는 교토대학을 지나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작지만 정말 예쁘고 분위기 좋은 긴카쿠지를 나와 철학의 길로. 절로 걸음이 느려지게 만드는 길. 한참을 걷다가 카페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걷고.
그리고는 철학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골목길을 따라 내려와 또 걸었습니다. 주택가를 지나 헤이안진구(平安神宮)까지. 저도 걷는 걸 좋아합니다만, 우리 요니 또한 참 잘 걸어요. 하기사, 유치원 다닐 때에 서대문에서 동대문까지 걸었던 아이인 걸요.
마지막으로 간 헤이안진구는 시뻘건 건물이 인상적이었고, 건물보다 훨씬 좋은 연못과 정원이 있었습니다...만,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교토 여행은 끝이 났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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