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둘째 날... 유스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값이 그리 싸지는 않지만 식사가 제법 좋아요) 교토 고쇼(京都御所. 옛날 천황이 살았다는 곳)에 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러지 않아도 비 오고 우중충한데 폐관일이더군요...
고쇼 옆에 있는 교엔(御苑. 황실 정원)에서 산보만 했는데 거기도 제법 좋았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기온(祇園)으로 옮겨갔지요. 게이샤로 유명한 기온, 아무래도 교토 관광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기온 거리와 그 동쪽 언덕길, 키요미즈데라(清水寺)로 가는 골목들이 아닐까 싶어요.
기온 거리를 거닐 때만 해도 흐리던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어느새 화창해졌습니다. 기온에서 동쪽 언덕길로 조금만 움직이면 켄닌지(建仁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여기도 임제종의 주요 사찰 중 하나이고, 임제종 켄닌지파의 대본산이라는데... 불교 종파에 대해 좀 알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우린 그저 마당 구경만... ㅎㅎ
그렇게 찾아다닌 곳 중의 하나가 코다이지(高臺寺)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부인 네네가 남편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이죠. 히데요시와 네네 커플은 일본 전국시대의 피비린내 속에 유독 눈에 띄는 러브스토리라고들 하더군요. 네네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에게 보낸 편지 등등도 남아 있고요.
히데요시라는 이름은 잠시 잊고, 코다이지 마당 구경을 했습니다. 히데요시와 네네의 초상화 같은 게 그곳에 있기는 했지만 그거야 우리의 관심사는 아니고... 마당에 해마다 주제를 정해서 가레산스이처럼 모래정원을 꾸며놓는데, 올해의 테마는 용이었습니다. 느무느무 멋있었습니다... 저렇게 바다에서 꿈틀거리며 솟아오르는, 말 그대로 '용솟음'을 묘사할 수도 있는 거구나...
그런데 아쉽게도... 용이 꿈틀거리는 모래정원의 전경은 담지를 못했네요. 그리 크지 않은데다 사방이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도통 각이 안 나왔다는 변명을...
코다이지 옆에는 료잔칸논(靈山觀音)이라고, 1955년에 전몰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초대형 관음보살좌상이 있습니다. 따로 돈 내고 봐야하는 거라서... 우린 그냥 밖에서 머리 꼭대기만 보고, 코다이지 안에 들어가 멀찌감치서 옆모습을 바라봤답니다.
코다이지에서 나오면 '네네의 길'이 있습니다. 저 위 사진 오른쪽 아래 구석의 부녀는 네네의 길에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나서 아지님은 먼저 도쿄로 돌아갔고요. 저는 요니와 함께 이틀 더 교토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세째날은 전날 사온 빵으로 유스호스텔에서 아침을 때우고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로 갔지요. 이틀 꼬박 돌아다녔더니 거짓말 조금 보태어, 교토 길찾기가 손바닥 들여다보는 것처럼 쉬워졌다고나 할까요. 교토는 가로세로 직각 교차하는 계획도시여서 길 찾기가 엄청 쉽습니다 ㅎㅎㅎㅎ
히가시혼간지에서 거대한 건물의 위용에 잠시 놀라주고, 의미 깊은 전시회를 보았지요. 이 날은 거대한 사찰들을 쭉 훑는 코스였습니다. 히가시혼간지를 떠나서 그와 짝을 이루는 서쪽의 니시혼간지(西本願寺)에서 잠시 앉아 쉬고...
두 절 모두 엄청 큰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시원한 마루와 본당을 오가며 느릿느릿 시간을 즐겼답니다.
니시혼간지에서 본 재미난 것 하나.
이게 뭔지 아세요?
니시혼간지의 엘리베이터랍니다. 지금껏 제가 본 엘리베이터 중에서 가장 운치있고 귀엽습니다. 건물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꾸몄네요. 아쉽게도 정비중이라 타보지는 못했습니다.
니시혼간지를 나와,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저는 항상 방위를 따지는 버릇이 있어서 ㅎㅎ 제 친구 누구누구는 길 설명하면서 방위를 말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핀잔을 주더군요). 남쪽엔 토지(東寺)라는 또 다른 큰 절이 있습니다. 여기는 건물이 큰 것은 아니지만 유명한 탑이 있어요. 일본의 고건축 가운데 가장 높은 탑이라 하더군요(두번째로 높은 것은 최근에 다녀온 나라의 코후쿠지 5층 목탑. 스타일들은 거의 비슷합니다)
토지에서는 거북이도 왕창 보고 왜가리 같은 물새도 보고 암튼 동물들을 많이 봤는데 아쉽게도 사진들이 잘 안 나왔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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