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163

[케냐]초원에서 은하수를 보다

구릉과 자갈길, 덤불숲 사이를 한없이 달리는 것만 같았다. 일본제 사파리 차량은 덜컹거리면서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와 접한 암보셀리까지 이어지는 험한 길을 다섯 시간 동안 잘도 달렸다. 탄자니아로 넘어가는 국경마을 나망가에 잠시 멈춰 섰더니 마사이족 할머니가 조악한 팔찌 3개를 들고 와 강매 아닌 강매를 한다. 주름살이 깊이 팬 꼬부랑 할머니는 한국에서나 아프리카에서나, 얼굴색만 다를 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망가를 지나 다시 한 시간, 덤불 사이 기린과 쿠두(영양의 일종)가 고개를 내밀더니 갑자기 관목 숲이 사라지고 새하얀 너른 땅이 보였다. 들소의 한 종류인 누와 얼룩말이 풀을 찾아다니는 그 곳은,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아프리카의 초원과는 사뭇 달랐다.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저 ..

생생 꼼꼼한 푸켓 여름휴가 (2)

세째날 8월7일 오전에 수영하고, 아일링네 엄마가 꼼꼼 봐주는 동안 잠시 거센 바다에서 파도타기. 점심 때엔 차타고 푸켓타운(여기가 시내라고 하길래)에 나가 메트로폴호텔 점심뷔페식당에 갔다. 세 식구 318바트에 뷔페식사가 가능하다니 *.* 꼼꼼이는 코코넛빵을 맛있게 먹었다. 여기가 푸켓 타운 중심가... 시계탑이 있다더니, 정말 시계탑 뿐이었다. 왼쪽에 있는 건물이 메트로폴 호텔이다. 냠냠. 뚝뚝이를 잡아타고 왓찰롱 사원으로. 오래된 것 같지는 않고 새 절 냄새가 폴폴나는데 어쨌든 멋있었다. 뚝뚝이 아저씨의 친절한 안내;;로 쇼핑몰까지 들렀다가 예정에 없던 코끼리 트레킹을 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왔다. 바에서 아지님은 맥주를, 나와 꼼꼼이는 펀치를 마셨는데 객실에 가서 저녁도 안 먹고 그냥 잠이 들어..

생생 꼼꼼한 푸켓 여름휴가 (1)

일단 사진부터 한 장~ 우리가 묵은 리조트랍니다. 땅투기에 주식투자 등등으로 바쁘다보니 캐쉬플로어가 메마른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들여 올여름 휴가는 태국으로 다녀왔다. 정확히 하면 '태국'이라기보다 '푸켓'으로 해야겠다. 푸켓은 태국 어느 구석에 있는 섬이다. 태국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하지만 면적이 제주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니, 푸켓을 보고나서 태국을 보고 왔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가기 전에 여행.레저를 오래 담당해온 선배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그 선배는 지금껏 여러 여행지를 다녀봤지만 자기는 진심으로 푸켓이 가장 훌륭한 관광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 다양한 놀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등 종합해볼 때 그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상대적 만족도가..

[2006, 아프리카] 상아해안

가나... 가나초콜렛은 못 봤다. 암튼 가나의 바닷가. 케이프코스트라는 멋대가리 없는 이름의 철지난 바닷가같은 곳에 갔었다. 백인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실어나르던 곳이다. 지금은 유원지처럼 되어있고,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이 몇 안되는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거 유럽인들의 기지였던 성채. 노예해안, 상아해안, 황금해안, 기니만. 말린 플란틴(바나나 비슷한 과일)을 파는 아이들 바다가 보이는 케이프 코스트의 거리

[2006, 아프리카] 도마뱀

난 어디만 가면 도마뱀이 보인다. 도마뱀이 날 따라다니나? 설마, 그럴리가... 모래많은 건조지대 도마뱀은 희뿌옇고 움직임이 몹시 빨랐는데 열대의 도마뱀은 화려하고, 크고, 좀 느리다(물론 그래도 나보단 빠르지만). 아프리카 갔다온 뒤에 주변의 모씨가 나더러 '오지 전문'이라고 놀렸다. 그 때문이었을까, 회사에서 낮잠 자다가 악몽을 꿨다. 아마존을 연상케 하는 밀림의 오지(이런 곳엔 가본 일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은데)에서 무쟈게 고생하는 그런 꿈을... ㅠ.ㅠ 꿈속에서 강물에 빠졌는데 악어가 나타났다. 깨어나서 생각해보니, 꿈속의 악어는 저 도마뱀을 공룡만하게 확대한 형상이었다... -_-

[2006, 아프리카] 가나에서- 사진 모음1

가나, 참 좋았다. 그런대로 서아프리카에서는 안정된 편이고, 많이 개발된 나라는 아니지만 개발이 덜 된 만큼의 시골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나의 준거점인 토고;;에 견주자면 가나는 토고보다 훨씬 잘 살고, 시에라리온은 토고보다 훨씬 못산다(어디인들 이 세상에 시에라리온보다 못 사는 나라가 있겠냐마는). 가나랑 토고는 한 나라였다가 20세기 들어와 갈라진 것이기 때문에 많이 엮여있는데, 토고 사람들이 “가나 갔다왔다”“가나는 훨씬 크다” 말하는 걸 들었더랬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는 제법 번듯한 도시였다. 사람들 인물도 훤하고, 따뜻한 느낌. 아프리카의 꽃들은 정말 화려하다. 이쁘다. 우리동네에서는 꽃들은 납작 엎드려 있고 나무에 붙어있는 것들 중엔 그렇게 화려한게 많지 않은데 아프리카의 꽃들은 화사하다. 그..

[2006,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팔 잘린 사람들.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 외곽의 주이 마을에는 노르웨이 구호기구의 지원으로 만든 ‘앰퓨티(Amputee) 마을’이 있다. 내전 기간 소년병들에게 팔다리가 잘려나간 이들을 위한 일종의 정착촌이다. 며칠전 국제이주기구(IOM) 직원들과 함께 주이마을을 찾았다. 일자리도 없고 정부로부터 변변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내전 피해자들은 대개 낮동안 프리타운으로 구걸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마을은 한산했다. 뭉툭하게 절단된 팔에 목발을 짚고 다니는 이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절단·전쟁피해자협회(AWWPA)의 알 하지 주수 자카(48) 회장은 갈고리가 달린 의수를 들며 취재진을 맞았다. 1999년 반군이 프리타운을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펼쳤을 당시 그는 은행에서 일하면서 시내에 거주하고 있었다. 반군이 당시 14세였던 딸을..

[2006,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우울했던 여행.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끔직하고 참혹한 내전을 겪은 나라.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면한 빈국 시에라리온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라이베리아의 먼로비아에 들렀다가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는 프리타운을 지나 세네갈을 거쳐 종착점인 감비아로 가는 ‘완행비행기’였습니다. 프리타운 공항에 내린 것은 지난 30일. 시에라리온 내 9개 공항 중 유일하게 포장된 활주로가 있는 곳이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려면 육지를 파고들어온 만(灣)을 건너야 하는데 교량이 없어 군 수송기를 개조한 헬리콥터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이 헬리콥터는 정말이지 '언제 떨어진들 이상할 것 없는' 형상이었는데요. 실제로 제가 이 헬기를 타고 두어달 ..

전설의 라이프치히.(괜히 붙인 제목임)

라이프치히를 찾아간 것은, 2006 독일 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을 앞둔 1월7일. 그때부터 10일까지 이 유서깊은, 그러나 가난해 보이는 도시에 머물렀다. 라이프치히는 베를린을 제외한 옛 동독 지역 도시들 중 유일하게 내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도시다. 라이프치히 시민들은 ‘친구가 되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이라는 내년 월드컵 모토처럼, 조 추첨식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8일 오전 10시, 시 외곽에 위치한 젠트랄 슈타디온(중앙경기장)에서 시 당국이 세계 각국 언론인 200여명을 초청해 월드컵을 맞는 기쁨을 설명하는 미디어투어 행사가 열렸다. 젠트랄 슈타디온은 옛 동독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 있던 자리다. 시 정부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과거 1만5000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