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240

눈.

이렇게 많이 온거, 너무 오랜만이다. 아침 출근길에 대로까지 모두 눈에 덮였고 찻길이니 인도니 구분이 가지 않는다. 집 앞에 잔뜩 쌓인 눈. 하루 종일 눈 온다고 하니, 오늘은 춥더라도 꼼꼼이 밖에 나가 좀 놀라고 해야겠다. 출근할 때 풍경인데, 눈이 계속 오고 있으니 더 많이 쌓일 것이다. 드넓은 찻길이 이렇게 변했다. 버스 노선도 변경되어 중간에 회차한다고 했다. 삼각지에서 마포 넘어가는 고가차도도 막혔다. 불편한 분들이 많겠지만, 이렇게 눈 와서 꽉 막히고 하면 어쩐지 지각하면서도 은근 기분이 좋다. 나야 뭐 사실 지각도 아니지만... 눈 많이 온 날은 뭐든지 다 이쁘다. 이번 토요일과 다음주 토요일에도 눈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마흔 들어 장가가는 친구녀석 복받으라고. 그리고 부산서 올라올 와니..

새해 첫 출근

모처럼의 연휴였다. 연말 수요일 야근이 들어있어서 목,금,토요일을 집에서 놀았다. 오늘은 새해 첫 출근. 할 일은 여전히 쌓여 있고. 약속도 많고. 내 책상 옆에 조르르 모아둔 난초들. 생각해보니, 난초를 처음으로 키워본 것이 중학교 때다. 仙玉 이라는 녀석이었다. 결혼하고 한동안 열심히 기르다가 나중에 다 죽여버렸고... 하지만 아예 죽이기로 작심하지 않은 바에야, 난초 키우기라면 자신 있다. 죽어가는 난초 살리기도 잘 하고... 사진의 맨 왼쪽은 작년 가을 인사철에 체육부에 들어온 것을 하나 얻어온 것.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데, 너무 잘 커서 어린 싹도 많이 돋아나고... 누구 말마따나 거의 밀림처럼 무성해져서, 오늘 일부를 분가시켰다. 저기서 갈라져나온 것이 오른쪽 두번째, 깜장 화분에 이는 녀석이..

반가운 카드

어제 사무실로 우편물이 왔다. 책이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영화에 대한 책. 갸우뚱하는 순간 번역자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 전, 참 이뻐했던 한 후배의 이름. 혹시나 싶어 열어보니 역시 그 녀석이다. 영화판에 들어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한 몇년 궁금해하다가 졸업한지 오래되다보니 연락할 길도 없어져 인연이 끊겼나 했다. 손으로 만든 카드, 그리고 선물로 같이 보내준 책갈피, 빼곡한 손글씨. 마음이 따뜻해진다. 답장 써서 봉투에 넣어 가방 안에 넣어놓았다. 해 바뀌어 월요일에나 부치겠지만. 며칠 전에는 중국에 있던 룰루가 잠시 들어와 진주목걸이를 내게 주었고 마냐님 옆구리를 찔러 갖고 싶었던 동물 책을 선물받았고. 2009년, 수월치는 않았지만 좋은 인연들도 그만큼 많았던 한 해.

12월이네

이번엔 내가 하고 싶어서 책 하나 번역에 손을 댔다. 5분의1 끝났다. 갈길이 멀다. 그리고 간만에 새벽 알바. 일주일에 닷새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후배와 나누었다. 그런데 하루 했는데 이거 왜 이렇게 피곤해? 십수년을 새벽출근하는 직장 다니며 살았는데, 회사 옮긴 뒤 1년 반만에 몸이 나태해져서 예전 직장 출근할 때보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는 건에도 힘에 부친다. 오늘은 야근하고 앉아있으려니 등이 아파... ㅠ.ㅠ 요가는 석달 동안 학원 다녔지만 놀멘놀멘하느라 보람이 적었다. 이제부터는 걍 아파트 피트니스나 열심히 다녀야겠다. 낼은 휴무...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간만에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 해야지. 어째 '건강의학 포스팅'이 되어가는 분위기인데... 고장난 왼쪽 팔이 영 제 상태로 돌아오지를..

후배에게 한 부탁

나이 들어 누군가에게 짐 되고, 세상 달라지는 것 모르며 자기 고집만 부리고, 결국 나잇값도 못한다는 소리나 듣고, 그러면서도 남들이 제 얘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눈치코치 없이 걸림돌 되면서 살아서는 안 되겠지. 나이들어가는 것이 점점 두려운데, 가장 큰 두려움은 앞가림 못해서 자식에게 짐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못잖게 걱정되는 것이 직장에서의 일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밥값이고, 그 못잖게 나잇값도 해야 하는데 후배들에게 짐되면서 '저만 모르고' 있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정작 그들은 모른다. 어느 새 직장에서 내 나이는 아랫사람보다는 윗사람들에게 가까운 쪽으로 가고 있다. 나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될지 안될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그리고 혼자만 짐되..

저것들이 새끼를 치는 게야

올들어서는 (독후감 올리는 회수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저런 일로 책을 거의 못 읽고 있다. 그래서 책을 잘 사지도 않는다. 내 책은 거의 사지를 않았고, 애 책은 좀 사지만 돈도 없고 해서 다 읽은 전집들은 되는대로 내다 팔고 단행본들도 누구한테 주거나 팔거나, 대략 처분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울집에는 나의 자랑거리이자 장엄하고 쫌 짱인 책장이 있다. 나는 울집의 책의 양을 알고 있다. 왜냐? 책꽂이를 내가 샀으니까. 울집의 책의 양은 높이 2미터 곱하기 길이 8미터다. 마루에 폭 2미터의 육중한 책장 2개(그래서 마루에 빈 벽이 없다 -_- 거실을 서재로, 부엌도 서재로... 흑흑) 글구 딸 방에 놓아둔, 벽을 가득메운 폭 4미터의 책꽂이(그래서 여기도 빈 벽이 엄떠요). 결혼하고 이사를 한두번 다..

명절

명절이 너무 짧았다. 어머님더러 연휴 전에 넉넉잡고 며칠 미리 올라오시거나, 명절 끝나고 며칠 더 계시다 가시거나, 둘 중 하나를 하시라고 했더니 딱 목욜 밤- 정확히 말하면 금욜 새벽 1시 -_-;;에 도착하셔서, 월욜 아침 8시 쯤에 내려가셨다. 남들은 시어머니가 못찾아오게 이름 복잡한 아파트에 산다던데 우리 어머님은 아무리 오시라, 계시라 해도 당신이 답답하고 불편하셔서 통 머물려고 안 하신다. 솔직히 우리가 좀 염치가 없긴 없다. 어머님이 올라오시면 항상 반찬통 그득하게 밑반찬이니 김치니 해가지고 오시고 서울에 계시는 동안 쉬지않고 일하시는데... 먹을거 갖다주세요, 와서 살림도와주세요, 꼭 이러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긴 하다. 나는 일욜 출근이라 금, 토 달랑 이틀 놀았고 아지님은 일욜까지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