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20

시리아, 세계의 상처

시리아라는 나라가 국제뉴스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웃한 이라크는 1980년대에 이란과 긴 전쟁을 치렀고, 걸프전에 이어 2003년 다시 미국의 침공을 받으면서 전쟁과 테러와 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 서쪽에 있는 시리아는 이라크와 비슷하게 오랜 세월 독재정권이 국민들을 짓밟았음에도 세상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다. 그랬던 시리아가 지금은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 것 같다.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국가(IS)라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지난해 ‘국가 수립’을 선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11월 13일 IS 테러범들이 동시다발 공격을 일으켜 130명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일어났다. IS 세력은 리비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로 스며들고 있으며, 소말리아..

브렉시트 위기, 미국 대선... 2016년 세계는

2015년은 잔혹했다. 신년 벽두부터 터져나온 프랑스 파리에서 풍자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공격을 받았고, 11월 다시 파리에서 대규모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났다. 2001년 9·11 이후 14년만에 테러 공포가 세계를 덮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이라크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파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그 사이 시리아와 이라크 사람들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내년에도 세계는 그리 평화롭지는 않을 것 같다. 위기의 유럽은 어디로 지난 9월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세살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됐다. 쿠르디의 죽음은 시리아 내전 참상과 난민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어느 새 5년이 다 되어가는 내전으로 시리아 국민 2200만명 중 절반 이..

위안부 기금 계기로 본, ‘역사적 잘못을 돈으로 갚은’ 사례들  

일본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10억엔(약 97억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일본은 반성과 사죄를 표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고, 돈을 내놓겠다면서도 배상이 아닌 피해자 지원금으로 규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니더라도, 반인도적인 범죄나 역사의 과오에 대해 뒤늦게라도 사과하고 돈으로 물어준 사례들은 많지만 그 성격과 범위와 액수를 놓고 늘 논란이 분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가 전해진 28일 독일의 나치 전범 배상 등을 분석하면서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되고 고문을 당하고 노예가 된 이들에게 돈을 주는 것만으로는 보상이 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법원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인도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데에는 국제적 기준이 없으..

[라운드업]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어떻게 진행돼 왔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지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협상의 진행과정을 정리해본다. ▶[전문]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일본 정부는 “위안부는 여성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줬다”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위안부로서 상처입은 모든 분께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했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지원 재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재단은 한국에 두며,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한다. 아베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양국 사이를 가로막았던 주요 ‘장애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산케이신문 기자의 ..

미국, 내년에 미등록 이주자 추방작전... 정치 이슈로  

미국 국토안보부가 내년 초 중남미에서 온 미등록 이주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등의 반 이주자 선동을 정책에 받아들인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국(ICE) 직원들이 내년 초에 중남미에서 온 미등록 이주자 수백 가구를 추방하기 위해 색출 작전을 벌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멕시코 쪽 국경을 불법 월경하는 이주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미 들어와 추방 판정을 받은 이주자들을 강제송환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도가 나온 뒤 길리언 크리스텐슨 이민·세관국 대변인은 24일 “우리의 국경은 불법 이주에 열려 있지 않다”면서 “불법적으로 이곳에 온 사..

스페인 복권 1등 당첨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의 '인생역전'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남부 바닷가 마을 로케타스데마르에서 ‘엘 고르도 로또’ 복권 1등 당첨자 1600명이 나와 화제가 됐다. 한 상점에서 산 1600명이 동시에 1등에 당첨되면서 각각 40만유로(약 5억1286만원)를 받게 된 것이다. 모든 당첨자들이 행복을 맛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쁜 사람은 세네갈에서 온 이주자 응가녜(35)다. 응가녜는 2007년 다른 아프리카인들 60여명과 나무 보트에 몸을 싣고 스페인행을 택했다. 그는 로케타스데마르에 정착한 뒤 농장에서 과일 따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일자리를 잃어 허드렛일로 연명하고 있고, 하루 5유로조차 벌지 못하는 날도 많다. 하지만 복권 덕에 인생역전을 경험하게 됐다. 그는 스페인 일간 라보스데알메리아에 “바다를 떠돌던 나를 구해준..

팔레스타인 아기 살해 '축하'하는 유대인들 동영상 파문

독실한 유대교도의 결혼식장에 하객들이 모여 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결혼 피로연장같다. 그런데 갑자기 유대교 전통 모자를 쓴 이들이 총과 칼, 화염병을 들어올리며 환호성을 지른다. 한 아기의 사진을 향해 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복수를!’이라고 외친다. 사진 속 아기는 생후 18개월만에 유대인들에게 살해된 알리 다와브샤다. 알리는 지난 7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두마에 있는 집에서 유대 극우파들의 방화로 불에 타 숨졌다. 지난 23일 이스라엘 채널10 TV를 통해 공개된 26초 분량의 동영상은 이달 초 유대 극우파의 결혼식장에서 찍힌 것으로, 알리의 사진을 놓고 살인을 ‘자축’하는 모습이 담겼다. 현장에 있던 유대인들이 들어올린 총 중에는 이스라엘군의 라이플도 있었다. 18개월 아..

[로그인] 탈레반과 역사의 배신

소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냉전의 한 축이던 거대 국가의 침략은 아시아 내륙의 척박한 나라를 괴뢰정권과 군벌과 마약조직이 판치는 나라로 만들었다. 기나긴 베트남 전쟁으로 호된 맛을 봤던 미국은 아프간이 ‘소련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진창에 빠진 소련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이슬람 무장전투원들을 길렀다. 4년 전 사살된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가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던 탈레반은 소련에 맞서 싸우면서 조직을 키웠고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탈레반은 태생부터 소련의 적이었지 미국의 적은 아니었다. 여성을 억압하고 인류의 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부수고 미국의 수배를 받는 빈라덴을 숨겨줬지만, 공식적으로 ‘미국의 적’이 된 것은 9·11 테러가 일어난 뒤였다...

테러범 몰렸던 이라크 난민 청년, 스웨덴 마을을 하나로 만들다  

모데르 모탄나 마지드는 이라크 출신 22세 난민 청년이다. 터키를 거쳐 스웨덴에 입국한 지 몇 달 만에 그는 유명인사가 돼버렸다. 전란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한 여러 난민 중 한 명일 뿐이었던 그가 테러범으로 오인받으면서 ‘스웨덴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힌 것이다. 볼리덴이라는 소도시에 정착한 지 두달 만에 그는 테러음모를 꾸민 혐의로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언론들은 ‘난민을 가장한 테러범’으로 의심된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웃에 정착한 청년이 테러범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마을은 뒤숭숭해졌다. 하지만 보안당국의 착오로 드러났고, 모데르는 사흘 만에 풀려났다. 무사히 풀려나긴 했으나 이미 이름과 얼굴이 너무 많이 보도돼 다시 마을에 정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국은 그가 정착..

오마 샤리프, 리콴유, 귄터 그라스...세계의 별들 지다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상들이 줄줄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오바마는 당초 예정됐던 인도 방문일정을 단축하고 리야드를 찾았다. 압둘라 국왕이 23일 타계하고 이튿날 살만 새 국왕이 즉위하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차기, 차차기 국왕 승계 구도까지 내다보며 각국은 치열한 조문외교를 펼쳤다.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에브도 사건 추모행진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오바마는 조 바이든 부통령을 보내려던 계획을 바꿔 직접 조문을 했다. 카타르, 터키, 파키스탄 정상은 압둘라 타계 당일 치러진 장례식에 참석했고, 프랑스와 영국, 이집트 정상들과 주요국 왕실 인사들도 사우디를 찾았다. 사우디의 왕위 계승은 별 탈 없이 이뤄졌지만 개혁보다 왕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