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20

[구정은의 ‘수상한 GPS’]아프리카가 화웨이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해 프랑스 르몽드는 중국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를 정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부를 받아 2012년 AU가 새 건물을 지었고 화웨이가 통신설비를 맡았는데 이때부터 중국이 감청 등 정보수집을 해왔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U가 2017년 서버를 바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사 파키 마하마트 AU 의장은 “순전한 거짓 선동”이라고 일축하며 화웨이 편을 들었다. 지난달 31일 AU는 중국 화웨이와 정보·통신기술 협력기간을 3년 더 늘리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화웨이는 “양해각서의 목적은 브로드밴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5G, 인공지능의 5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다지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국은 화웨이를 ‘세계로 퍼진 중국의 스파이’로 ..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란 지킴이’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  

2001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배의 이름은 ‘구마노가와’였다. 일본에서 만들어져 세계의 대양을 돌아다녔다. 길이 330m에 폭 60m, 최대 30만2200t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거대한 유조선은 이후로 두 차례 소속 회사와 국적이 바뀌었으며 이름도 그때마다 달라졌다. 지금은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선적(船籍)을 둔 ‘퍼시픽브라보’ 호다. 2001년 도쿄 서쪽 가와사키에서 제작된 배는 ‘갤럭시 나비에라 마리타임’이라는 회사에 팔렸다. 파나마에 사무실을 둔 회사의 소유였지만 선적은 라이베리아였다. 2017년 11월 구마노가와의 국적은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로 바뀌었고 이름은 ‘실버글로리’가 됐다. 이란 기름 싣고 중국으로 민간 상선은 소유주의 국적과 상관 없이 원하는 나라에 선적을 두는 ‘편의치적(F..

[구정은의 '수상한 GPS']카타르 기지의 미군 폭격기, 이란으로 날아갈까

호르 알우데이드. 카타르 남동쪽, 걸프(페르시아만)의 바닷물이 내륙을 비집고 들어온 좁은 해협이다. 카타르 정부가 개발을 막고 있는 이 지역에선 물길 사이로 파도가 일고 철새들이 오간다. 바닷가에서 한 걸음만 들어가면 주변엔 사막이 펼쳐져 있고 듄들이 솟아 있다. 북쪽 내륙에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지난 9일 그곳에 미군 B52 전폭기가 착륙했다. ‘이란의 위협’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전폭기를 보냈고, 한동안 철수시켰던 패트리어트 시스템도 다시 배치하는 중이다. 이웃 아랍국들과 다투고 이란과는 미묘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카타르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정세 속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핵심에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곳..

[기협 칼럼] 기자의 윤리, 기자의 범죄

기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윤리의식 혹은 도덕성이 필요할까. 윤리의식의 절대적인 양을 측정할 수는 없으니 질문을 좀 다듬어보자. 기자에게는 ‘보통 사람들’ ‘독자들’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이나 도덕성이 필요할까. 기자의 윤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보편적인 윤리의식이 있는가 하면, 취재와 보도를 하면서 지켜야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윤리가 있다. 둘은 분리될 수도 있고, 때로는 하나일 수도 있다. 기자들이 취재나 보도를 하면서 금품을 받아선 안 되고, ‘취재 편의’라는 명목으로 합당하지 않은 대우를 요구하거나 받아서도 안 된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보도를 해서도 안 된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해서도 안 되고, 특정 사실을 부풀리거나 왜곡해서도 안 된다. 이론적으로 기자들이라면 이쯤은 안..

[구정은의 ‘수상한 GPS’]아마존이 기름 부은 글로벌 ‘당일배송’ 전쟁...택배의 미래는

로켓배송, 당일배송, 자정 전 주문하면 새벽 배송. 유통과 소비의 흐름이 빨라지고 삶의 속도도 빨라진다. 물류에 휩싸인 사람들의 노동은 힘들어진다. 전 세계가 ‘당일배송’의 영향권 아래에 드는 날도 곧 올까. 아마존이 글로벌 ‘당일배송’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지난 26일(현지시간)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올 2분기에만 8억달러(약 9300억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프라임 고객’들에게 주문 뒤 48시간 내 무료 배송을 해왔는데, 배송시간을 절반인 24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당장은 프라임 회원에 한해 서비스하겠다고 했지만 프라임 회원 숫자만 이미 1억명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35달러 이상 구매고객’으로 프라임 회원 가입의 문턱..

[구정은의 ‘수상한 GPS’] 베네수엘라도 IMF가 '접수'?

베네수엘라가 계속 혼돈스럽다.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는 자신이 여전히 대통령이라 하고, 우파 정치인 후안 과이도는 자신이 의회의 인정을 받은 정당한 지도자라고 주장한다. 국민들은 갈라졌고, 경제는 엉망진창이 됐다. 미국을 비롯한 50여개 나라는 과이도를 ‘승인’했다. 그 밖의 나라들은 마두로를 여전히 지지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다. 누가 이길까.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겐 어떤 결과가 들이닥칠까. 어쩌면 국민들에게 선택권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돈줄을 쥐고 한 국가의 경제·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같은 ‘워싱턴 기구’들이 한 나라의 운명마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멋대로 남의 나라 경제구조를 뒤바꿀 수는 없을지 몰라도, 미국과..

[구정은의 ‘수상한 GPS’]핀란드 강타한 아동 성학대 동영상

동영상 파일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부 아동을 상대로 한 성학대와 폭력이 담긴 것들이었다. 피해자는 모두 6~15세의 남자아이들이었다. 파일들은 온라인에서 조직적, 상업적으로 유통됐다. 파일을 만들어 퍼뜨린 사람들을 잡아 조사해보니 거대한 ‘포르노 네트워크’의 일부였음이 드러났다. 핀란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북유럽의 복지국가’는 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이웃이 아이들을 노렸다 지난달 27일, 핀란드 경찰청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성학대와 폭력행위를 저지른 자국민 5명을 검거하고 이들로부터 성학대 동영상 제작 장비들과 파일을 무더기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일레(Yle)에 따르면 경찰은 주범 1명의 집에서만 전자장비 138개와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 96테라바이트 분량의 ..

[기협 칼럼] 불편해져라 민감해져라

‘미투’가 뜨거운 이슈였던 지난해, 기획시리즈의 하나로 ‘남성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한국 남성들이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은 글이었다. 그 뒤 1년, 더 나아진 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 대신 버닝썬과 연예인들의 불법촬영이 사회를 달군다. 버닝썬 클럽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술집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한다니. 하지만 이 뉴스의 ‘밸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확실히 여성과 남성의 체감도는 다른 것 같다. 언론은 어떤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매체는 일련의 사건을 놓고 피해자들을 찾아낸다며 2차 가해를 하고, 또 어떤 쪽에서는 성범죄 보도의 원칙을 가다듬는다. 소셜미디어에는 사건의 흐름 못잖게 보도 행태를 주시하는 ..

[구정은의 ‘수상한 GPS’] ‘대립 혹은 공생’ 엘리자베스 워런과 페이스북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70·매사추세츠)이 지난해 말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해 대권 레이스의 시동을 걸었다. 워런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살찐 고양이’로 불리는 월스트리트 자본 규제를 외쳐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워런은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테크 자이언트’들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워런의 광고를 일시 삭제하며 ‘소셜미디어 권력’으로 맞섰다. 그러나 뒤이은 보도는 워런 대 테크 자이언트들의 싸움이라는, 드러난 구도와는 사뭇 다른 사실들을 보여줬다. 워런도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소속된 이들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치의 한 축이 된 소셜미디어, 선거자금과 슬로건의 괴리, 현실 정치에 뛰어..

트럼프가 '폐기'하기로 한 '드론 피해 보고서'

얼마전 기사. 트럼프 정부, CIA 대테러전 도중 사망 민간인 집계 보고서 작성 의무화 폐기…왜?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행정명령으로 시행한 CIA의 대테러전 도중 민간인 피해 보고서 작성 의무화를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는 전쟁지역 외곽에서 대테러전 일환으로 벌이는 전투기·드론 공습의 빈도,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현황이 담겼다. 드론을 이용한 CIA의 전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해 전, 오바마 정부 시절에 썼던 글. CIA가 군대로? 미국 '군정복합체'의 탄생 아프간과 이라크를 상대로 한 두 차례 대테러전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화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 반군들과의 싸움이 지지부진 계속됐지요. 특히 아프간 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