첵랍콕 섬에 있는 홍콩국제공항은 홍콩을 넘어 아시아의 허브 공항이다. 이전까지 홍콩의 항공 중심지였던 카이탁 국제공항을 대신해 1998년 문을 열었다. 이후 첵랍콕 공항은 홍콩과 중국 본토로 가는 세계의 여행객과 비즈니스맨들, 유럽으로 향하는 아시아인들의 통로 역할을 했다.
이 공항이 거센 반중 시위의 주무대가 되면서 홍콩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떠안게 됐다. 첵랍콕 공항은 시위대의 점거로 이틀 동안 마비됐다가 14일 운영을 재개했지만 취소되거나 지연된 항공기 이착륙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야 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 수십명이 이날까지도 남아있는데다 다시 점거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 인원만 6만5000명에 달하는 첵랍콕 공항은 홍콩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도 크다. 이번 반중 시위에 몇몇 직원들이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뒤 본토인들의 공격을 받았던 캐세이퍼시픽을 비롯해 캐세이드래곤, 홍콩항공, 에어홍콩 등이 이곳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등 중국 항공사들의 주요 거점이기도 하다.
홍콩의 고민은 이번 마비사태를 계기로 허브 기능이 본토의 선전으로 넘어갈 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의 선전, 광저우 등이 국제공항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공항의) 혼란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첵랍콕의 최대 경쟁자는 선전의 바오안국제공항이다. 바오안은 지난해부터 브뤼셀, 상트페테르스부르크, 두바이, 텔아비브, 요하네스버그 등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의 기항지들을 늘리며 첵랍콕의 라이벌로 떠올랐다. 지난해 첵랍콕 이용객 수는 7470만명이었고 바오안은 4900만명이었다. 그런데 바오안이 올 4월 세번째 활주로를 개설하면서 연간 80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됐다. 지난달 광둥성은 선전이 중국 남부의 경제중심지인 주장(珠江)삼각주 일대의 항공허브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광저우 중산대학의 교통전문가 정톈샹 교수는 SCMP에 “중국 정부 입장에선 홍콩과 선전의 공항들이 함께 성장하는 게 더 좋겠지만, 홍콩공항 운영이 악화되더라도 광저우와 선전의 공항들을 키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항들의 희비는 곧바로 시장에도 반영됐다. 13일 상하이 증시에서 선전공항공사의 주가가 급등해 하루 상승폭 한계치인 10%를 찍었다. 광둥성의 또 다른 국제공항인 광저우의 바이윈공항공사 주가도 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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