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6

일본은 있뜨라

일본엔 참 서점이 많다. 전여옥이 '일본은 없다'에서 일본 사람들 전철안에서 만화책밖에 안 본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들 많다.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중에는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뭔가 내가 알 수 없는(문맹;;)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당연히 훨씬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땅값이 비싸보이는 곳에 버젓이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 와나캣이 전에 도쿄에 왔을 때 시내구경을 나갔다가 긴자 복판의 대형서점이 붐비는 것을 보고서 놀랐던 적이 있다. 도쿄에는 규모가 큰 전철역마다 백화점이 있다(도쿄는 철도회사들이 거의 도시개발을 맡아 했기 때문에 철도회사들이 주요 전철역과 백화점 등등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우리동네 카마타 역도 그렇..

이 사람의 죽음 - 야세르 아라파트

"지금 나는 한 손에 올리브 가지를, 한 손에는 총을 들고 있다. 내 손이 올리브 가지를 놓지 않게 해 달라" 이스라엘이 중동 각국을 상대로 연이은 전쟁을 치르면서 국가로서의 면모를 나날이 일신하고 있던 1970년대, 유엔 총회장에 망명자의 신분으로 나타나 세계를 상대로 연설을 했던 그 사람, 이제 거의 죽어가는 모양이다. 방금 전 뉴스를 보니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는데, 뉴스 나오는 형식을 보니까 거의 가망이 없는 듯하다. 죽음을 눈 앞에 둔 그 사람, 그리고 싫든 좋든 그를 보내야만 하는 팔레스타인의 민중들.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의 상징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는 1929년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집안은 아마도 무명의 상인 집안이었던 듯하며,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민족해방운동의 지..

다시 한번, 한류에 대해.

한국에 있을 때 중국이나 동남아의 '한류' 현상에 대한 기사를 보고듣고 읽으면서 나 또한 '매스컴에서 과장했겠거니' 했었다. 사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일본에서 한류가 대체 어느 정도나 붐을 일으키고 있길래...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 것이다. 내가 자꾸 여러번 한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나 스스로 이곳에서 몹시 놀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일본 사람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속으로는 당연히 반갑고 기쁘다. 얼마 전에 우리 신문 도쿄 특파원을 지냈던 선배가 일본에 온 김에 우리 집에 왔었다. 이 선배는 일본에 대해 나보다 100배 더 잘 알고 계신 분인데, 진짜 일본에서 한국문화 붐이 일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일면 타당하기도 하고, 또 일본 전체가 ..

일본의 지진 복구

올해 일본에 재해가 참 많았습니다. 열 개도 넘는 태풍이 열도를 관통해가면서 홍수와 해일 피해를 불러온 것을 비롯해 한여름의 기록적인 무더위, 그리고 지난달말 니가타(新潟)현에서 발생한 지진까지 자연재해가 거듭된 탓에 온통 뒤숭숭합니다. 후지산이 곧 분화할 것이라는 소문에, 초대형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지요. 며칠 전에는 코다라는 청년이 이라크에서 처참히 살해되는 일까지 있었고요. 하지만 지난주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얘깃거리가 됐던 것은 역시 미나가와 유타(皆川優太·2)군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다들 소식 전해들으셨겠지만, 두 살배기 유타군이 산사태로 바위에 덮인 차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출되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이방인인 저조차도 TV를 통해 기저귀 ..

한류는 계속됩니다

한류(韓流) 열풍이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겨울연가'로 불이 붙은 일본의 한류 열풍이 식을줄을 모릅니다. '욘사마(배용준)' 열기는 '겨울연가'가 끝난 뒤 오히려 더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에서는 배용준이 출연한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일본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욘사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토크쇼마다 패널들이 욘사마 이야기를 하고, 쇼 진행자들이 한복을 입고 나오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얘기만 듣고 있자면, 과연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지난주,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한국 탤런트들 얘기를 했었습니다. 원빈과 권상우를 각각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 체인들이 생겨났다는 얘기를 듣게 됐는데,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천 개의 문을 가진 테베

이집트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룩소르. 룩소르 신전과 카르나크 신전이 있다. 룩소르의 역사상 이름은 '테베'. 그리스의 테베랑은 별개의 도시인데, 호메로스는 자기네 나라 테베랑 구별해서 이집트의 테베는 '천개의 門을 가진 테베'라고 했다지. 테베는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람세스2세를 비롯해 17-20왕조 무렵, 그러니까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 수도가 여기였다.

도쿄에 온 이래, 머리 손질이라고는

도쿄에 온 이래, 머리 손질이라고는 전혀 않고 있다. 퍼머하는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뭐 별로 가고픈 마음도 없고. 외국에 나온 한국 아줌마들이 흔히들 하듯이, 그냥 질끈 동여매고 지낸다. 그 덕에, 신경 안 쓰고 지내는 동안 머리카락이 꽤 많이 자랐다(머리 속도 좀 자라면 좋겠지만). 어릴적부터 어깨에 닿는 정도 혹은 단발머리에 머물러온 터라, 별로 머리를 길게 기른 적이 없었다. 좀 있으면(서울에 돌아갈 5개월후 쯤에는) 내 인생에서 어쩌면 최장의 머리카락이 될 수도 있겠다. 웅웅웅 긴머리가 되었다고 해서 스타일이 좋아진 것은 절대로 아닐 뿐더러, 요즘 머리가 엄청 빠진다. 난 의외로 둔한 구석이 있다.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받을 상황이어도 잘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머리가 둔한 부분을 몸이 상쇄해준..

머리로는 '맛의 달인', 입에는 '인스턴트'

집 근처 대형 수퍼마켓에 갈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리나라에도 백화점 수퍼마켓에 가면 모양 좋은 '완제품 음식'들이 진열돼 있기는 하지만, 서울에 살 때에는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다. 도쿄에 와서 보니 사정이 좀 다르다. 수퍼마켓 1층에서는 방금 지어진 밥이나 초밥, 생선회를 밥 위에 뿌려놓은 '치라시 즈시', 달걀프라이를 얹은 오므라이스와 국수볶음을 도시락 모양으로 예쁘게 담아 판다. 라면이나 밥 위에 얹어먹는 소스 종류는 말할 것도 없고, 냉동식품도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닭고기와 감자 혹은 치즈와 새우를 넣은 고로케, 연근과 완두콩에 어묵을 묶어넣은 튀김, 검붉은 소스까지 뿌려져있는 냉동 햄버거,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당고(꼬치) 모양의 각종 튀김들....

요즘 먹고 사는 것들

내가 무슨 '요리'를 하겠냐고. 아무튼 나도 먹고 살고는 있다. 그것도,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먹고 살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도 요새는 잔뜩 사다먹고 있으나 기본은 역시나 내가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것. 아지님도, 꼼꼼이도 음식을 못하니 할 수 없지. 날마다 '오늘은 뭐해먹을까' 주부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은데다, 내가 다니는 수퍼에서 파는 물건들로 재료가 한정돼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을리 없다. 국은 미역국, 조개국, 북어국, 시금치된장국, 가끔씩 된장찌개, 오늘은 감자국, 뭐 이런식이다. 며칠전에는 오뎅(어묵국) 끓이는 어묵이 싸게 나왔었다. 썩둑 썬 대파, 양파 반토막, 다시마, 무, 멸치, 마늘 두 쪽, 어묵을 넣고 푹푹 고았더니 제법 진국같은 맛이 난다...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천재지변이 무서워...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가을이다. 아직 낮기온은 30도를 넘어가지만, 그래도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졌다. 가을이 온 것은 좋은데, 돌아오자마자 태풍이다. 도쿄를 직접 지나쳐간 것은 아니지만 어제밤엔 바람이 대단했다. 집이 집인지라, 베란다 큰 창문을 내리 두들기는 바람 때문에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요새 꼼양이 시차적응 못해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이불에 두 차례 실례를 했다. 그 덕에 어제는 요를 꺼내어 빨아 널었는데, 소나기가 두 번 훑고 지나가 밤에도 빨래를 거둬들이지를 못했다. 베란다에 요를 널어놓고 큰 빨래집게로 묶어놨는데도 불안해서 아지님이 몇번이고 내다봐야 했을 정도. 이곳의 바람은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지진. 간사이(오사카 고베 교토 등등이 있는 서쪽 지역) 쪽에 몇번 연달아 리히터규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