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18

요즘 먹고 사는 것들

내가 무슨 '요리'를 하겠냐고. 아무튼 나도 먹고 살고는 있다. 그것도,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먹고 살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도 요새는 잔뜩 사다먹고 있으나 기본은 역시나 내가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것. 아지님도, 꼼꼼이도 음식을 못하니 할 수 없지. 날마다 '오늘은 뭐해먹을까' 주부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은데다, 내가 다니는 수퍼에서 파는 물건들로 재료가 한정돼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을리 없다. 국은 미역국, 조개국, 북어국, 시금치된장국, 가끔씩 된장찌개, 오늘은 감자국, 뭐 이런식이다. 며칠전에는 오뎅(어묵국) 끓이는 어묵이 싸게 나왔었다. 썩둑 썬 대파, 양파 반토막, 다시마, 무, 멸치, 마늘 두 쪽, 어묵을 넣고 푹푹 고았더니 제법 진국같은 맛이 난다...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천재지변이 무서워...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가을이다. 아직 낮기온은 30도를 넘어가지만, 그래도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졌다. 가을이 온 것은 좋은데, 돌아오자마자 태풍이다. 도쿄를 직접 지나쳐간 것은 아니지만 어제밤엔 바람이 대단했다. 집이 집인지라, 베란다 큰 창문을 내리 두들기는 바람 때문에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요새 꼼양이 시차적응 못해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이불에 두 차례 실례를 했다. 그 덕에 어제는 요를 꺼내어 빨아 널었는데, 소나기가 두 번 훑고 지나가 밤에도 빨래를 거둬들이지를 못했다. 베란다에 요를 널어놓고 큰 빨래집게로 묶어놨는데도 불안해서 아지님이 몇번이고 내다봐야 했을 정도. 이곳의 바람은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지진. 간사이(오사카 고베 교토 등등이 있는 서쪽 지역) 쪽에 몇번 연달아 리히터규모 ..

승자의 도시, 그늘진 도시 카이로

카이로(Cairo)는 이집트의 수도다. 이 도시에 대해서 ‘이집트의 수도’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먼지 가득한, 역사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아있고 부패와 빈곤과 어수선함이 가득한 도시. 현지어로는 ‘알 까히라’(Al-Qahirah)라 부른다. 나일강 델타 끝부분, 지중해를 바라본 곳에 위치해 있다. 면적 83㎢, 인구 약 1500만명. 1922년 이집트가 독립했을 때만 해도 인구가 60만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격히 늘었고, 지금도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 25㎜의 사막기후로, 연간 한두차례 적은 양의 비가 내리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구가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나일강 때문이다. 7월 평균기온 27.7℃, 1월 평균기온은 12.7℃다. 사막기후라고는 하지만 위도가 ..

입맛이 바뀌는 일본 사람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맵고 짠 음식만 좋아한다고, 친정엄마가 제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밖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파는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쿄에서 제게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있는 크리타 선생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인스턴트 식품 때문에 일본 사람들 입맛이 바뀌고 있다고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입맛이 바뀌는 사람들이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혼자 혹은 부부 단 둘이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 이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크리타 선생의 친정어머니는 도쿄에 혼자 살고 있는데, 편의점이나 대형 수퍼마켓에서 ..

도쿄의 무더위

30도 넘는 날이 벌써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몇해전 여름휴가 때 도쿄에 왔을 때에도 날씨는 너무 더웠다. 국립박물관에 들렀다가 우에노공원으로 나왔던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코와 입 안에 밀려들어오던 그 후덥지근한 공기가 생각난다. '더위'를 생각할 때면 나는 두고두고 그 날의 감각을 떠올렸었다. 어제는 일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도쿄 기온 최고라는 39.5도, 그리고 오늘도 39도는 너끈히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충격적인' 무더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39도는 백엽상의 날씨일 뿐이고, 실제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기온은 40도를 웃돌고도 남는다. 조그만 우리집은 찜통 그 자체다. 꼼꼼이와 내가 생활하는 마루방은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

도쿄의 병원에 다녀왔어요

후덥지근한 도쿄의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하루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놨더니, 꼼꼼이가 결국 감기에 걸렸습니다. 어제 밤부터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져서, 급기야 오늘은 동네 의원에 다녀왔습니다. 가정집처럼 편안하게 해놓은 소아과 병원들을 보면서 부러워한 일도 있습니다만, 일본의 병원이 한국의 병원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들 진료가 공짜라는 겁니다. 6살 이하의 어린이들은 치료비가 무료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렀더군요. 꼼꼼이가 백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일 적에 서울에서 예방접종을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똑같은 종류의 백신인데 일반 주사는 1만원, 아프지 않은 접종은 4만원이라고 해서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접종을 선택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법정전염병 예방접종조차도 비싼 돈을 내야한다는 건 아무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며칠전 무덥던 날, 자전거를 타고서 좀 멀리 떨어진 대형 수퍼마켓에 갔다. 보통 쇼핑수레에 아이를 싣게 돼있는데, 여기는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에 바구니를 놓을 수 있게 되어있어서, 꼼꼼이를 자동차에 태웠다. 아주 좋아했다. 무향료, 무색소 비누를 샀다. pure soap라고 써있는 하얀 비누 토막. 어쩐지 soap 라기보다는 cleansing bar 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색소도 향료도 들어있지 않으니, 색깔 빠진 빨래비누 같기도 하고. 비누 본연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 값도 굉장히 싼 편이었는데, 이 비누를 요즘 애용하고 있다. 피부가 몹시 안 좋은 탓에, 보들보들한 세안보다는 뽀드득거리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딱 내 취향의 비누(인공향료 냄새 싫은 분들, 얘기하세요, 귀국 때 선물로 사다드릴테..

일본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

일본은 여름이면 우리나라보다 더 길고 지리한 장마철을 보내야 하는데요, 장마는 6월 초중순에 시작해 7월까지 한달 넘게 계속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기후로, 이달초 장마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만 지난주에는 내내 덥고 맑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일본어써클 하기와라 선생의 말로는, 이렇게 장마철에 한 차례씩 맑은 날이 있는 것을 '쯔유노 하레마(梅雨の晴れ間)'라고 한다는군요. 장마에다가 '쯔유' 즉 '매화비'같은 예쁜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꽃놀이 좋아하고 여름인사 빼먹지 않고 날씨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전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더군요. 서울서 나고 자라 절기는 고사하고 철 모르고 지내기 일쑤였던 저에게는, 날씨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이 생경하면서도 신기하고 재미있게 들렸습니다. 날씨 얘기가 나와서 말..

마사코 소동

지난달 일본의 황태자 마루히토(44)가 아내 마사코(40)의 역성을 들며 '황실 안에 마사코를 억압하는 이들이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일본 언론들이 황실 내부 갈등설을 연달아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딸(3) 하나밖에 없는 마사코가 '대를 이을 아들을 낳으라'는 압력 때문에 부담을 느껴 요양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서부터, 황후와 마사코의 고부갈등설까지 퍼져 궁내청 안팎이 시끄럽다는데요. 황실에 관한 일련의 보도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일본의 '가장 기묘한 부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입헌군주제를 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왕실 인사들의 사생활이 황색 언론을 통해 낱낱이 중계되고 온갖 치부가 드러나 군주제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어떤 '눈에 띄는' 움직임을 찾아보..

일본 초등학생의 엽기 살인사건

요즘 일본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동급생 살인사건이다. 범인이 처음부터 잡혔던(?) 마당에 속보거리랄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주요기사로 다뤄지고 있는데 그 초등학생이 범행 나흘전부터 동급생을 살해할 방법을 3가지나 생각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뉴스라면 뉴스다. 얼음송곳으로 찌르거나 수건등으로 목을 조르거나 칼로 목을 자르는 세가지를 생각했단다. 그 소녀는 '배틀로얄'(소설로도 영화로도 나온 건데 대부분 아시리라 믿고 생략)을 즐겨봤다는데 그 소설과 영화의 한 대목이 이번 사건과 흡사한 내용이다. 이 소녀는 그 장면을 연기한 배우를 좋아하는 배우로 꼽고 있단다. 배틀로얄과 흡사한 내용의 소설도 썼다고 한다. 머 이런 내용인데... 이런 사건은 일본뿐 아니라 어디든 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