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6

왕의 서사시, 샤나메 (5) 이리즈의 죽음

밤의 장막이 걷히자 형들은 이리즈의 천막으로 갔다. 이리즈는 그들을 반갑게 맞았지만 형들은 인사 대신 동생을 추궁하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투르가 말했다. "어째서 어린 네가 연장자인 우리 위에 군림하고 있는 거냐?" 이 말을 들은 이리즈가 대답했다. "권력에 굶주린 형님들에게 이르노니,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평화를 얻으십시오. 저는 이란의 주인이 되고싶어하거나 왕좌를 욕심내는 것이 아닙니다. 불화를 가져오는 권력이라면, 결국은 눈물로 끝을 맺게 될 겁니다. 우리가 평화롭게 지내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면 저는 이란의 왕좌에서 기꺼이 내려올 것입니다. 형님들이 저로 인해 괴로워한다면, 저는 결코 세상을 얻으려 욕심내지 않을 겁니다. 제 마음은 비천한 저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있답니다." 사악한 ..

왕의 서사시, 샤나메 (4) 아들들의 싸움

아들들의 마음을 다 시험해본 페리둔은 사라졌다가 다시 아버지로 모습을 바꿔 전사들과 코끼리들과 악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페리둔은 황소머리를 한 창을 손에 잡고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카와니 Kawanee (카와의 깃발)를 머리 위에 높이 흔들었다. 아들들은 말에서 뛰어내려 아버지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군악대가 징을 치고 트럼펫을 부니 기쁨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페리둔은 아들들을 일으켜세워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치하해주었다. 페리둔은 왕궁에 돌아와 신에게 자식들을 위한 기도를 올린 뒤 세 아들을 불렀다. 찬란한 보좌(寶座)에 아들들을 앉힌 페리둔은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들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불길을 뿜던 사나운 용은 바로 너희들의 아비..

왕의 서사시, 샤나메 (3) 페리둔의 반란

사람들은 카와를 둘러싸고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카와는 군중을 이끌고 깃발을 휘날리며 도시를 벗어나 페리둔이 살고 있는 곳을 향해 몇날며칠을 행진했다. 그러는 동안 8년이 스무번 지나갔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자 페리둔은 알베르즈 산을 내려와 어머니와 가족들의 행적을 찾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젬시드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과, 조하크의 악행들을 일러주었다. 페리둔이 말했다. "저 악마를 이 땅에서 몰아내고 악마의 궁전을 먼지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젊은 혈기로 나서지 마라. 온 세상을 쥔 자에게 어떻게 맞서겠다는 것이냐"며 페리둔을 말렸다. 그러나 아들을 오래 붙잡아앉힐 수는 없었다. 카와가 이끄는 군중들이 창 끝에 깃발을 높이 매어달고 페리둔을 향해 오고 있었다. 페리둔은 군중..

왕의 서사시, 샤나메 (2) 뱀의 왕 조하크

아흐리만이 바랐던 대로 세상은 황폐해졌다. 뱀들은 날마다 자라났다. 세상은 두려움에 떨었다. 사람들은 노예처럼 움츠렸다. 미덕은 사라지고 사악한 욕망이 자리를 채웠다. 타시스에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막강한 왕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왕과 귀족들은 젬시드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조하크를 샤 Shah 로 칭송하게 됐다. (‘샤’는 왕 king 보다 훨씬 윗전의 인물이다. 똑같이 왕으로 번역하면 헛갈릴 것이기 때문에 그냥 ‘샤’로 쓴다)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의 군대가 쳐들어오자 젬시드는 도망쳐버렸다. 젬시드는 50년이 20번 반복되는 동안 뱀의 분노를 피해 숨어 다녔지만 조하크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조하크의 부하들은 카타이(중국)의 바닷가에서 젬시드를 찾아내 반토막을 내고 조하크에게 그 사..

왕의 서사시, 샤나메 (1) 아흐리만의 유혹

(HELEN ZIMMERN 영역본을 대충 옮김.) 페르시아의 왕좌에 올랐던 첫번째 임금 카이우메르스 Kaiumers 는 세계의 지배자. 그는 산맥에 거처를 잡고 스스로는 물론 백성들에게도 호랑이가죽 옷을 입혔고, 그때까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의복 만드는 기술과 자양분을 섭취하는 모든 방법을 자세히 가르쳤다. 인간과 모든 뭍짐승들이 그에게 와 복종을 맹세했고 그의 손에서 법률을 받아갔다. 그의 광영은 태양과 같았다. 악의 세력인 아흐리만 Ahriman the Evil 은 왕의 광영이 퍼져가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달아올라 세계의 왕좌를 빼앗을 궁리를 한다. 아흐리만은 막강한 힘을 가진 아들 디브 Deev 들과 함께 군대를 모아 카이우메르스와 그 아들 사이아무크 Saiamuk 를 쳐부수고 왕국을 파괴하기로 ..

있는 넘들이 더하다더니... 원조 약속 안 지킨 부국들

세계의 부국들이 빈국 어린이 교육을 위해 돈을 모으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약속대로 돈을 낸 국가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기구들이 각국에 기금을 요구하고 있으나 모금에 실패, 유엔의 아동 교육계획이 위기에 처했다고 국제기구들이 17일 밝혔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합동회의에서 `양성평등과 초등교육' 보고서를 발표, 전세계에서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가 1억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의 1억1500만명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이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국에서는 최소한의 아동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여자 어린이의 취학비율은 남자 어린이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설명했다. 유엔은 지난..

유라시아 동맹축 '지각변동'

유라시아의 ‘동맹축’이 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접근하고, 이란과 인도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매개로 밀착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 러시아와 인도·이란 등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틀을 넘어 과거 적대하던 나라들 간에 동맹관계를 다시 짜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적대에서 협력으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 11일 인도 뉴델리에서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관계’임을 천명하는 11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62년 국경지대 영토갈등으로 전쟁까지 치렀던 두 나라는 오랜 분쟁을 끝내고 경제·문화·과학기술·관광 등 전방위적인 협력에 합의했다. 인도는 올초 잠재적인 중동의 패권국인 이란과 4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수입계약을 맺고 파이프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

중-일 갈등과 '석유 전쟁'

중-일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과거사 문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시아의 경제 패자(覇者) 자리를 노리는 두 나라간 에너지 갈등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BBC방송은 "고도성장을 지속시키려는 중국과 10년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일본 사이의 에너지 확보 경쟁이 양국간 갈등의 숨은 원인이 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두 나라가 현재 첨예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러시아 송유관의 종착역이 중국이 되느냐, 일본이 되느냐 하는 것. 지난해말 러시아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에서는 극동 송유관 지선(支線)을 일본 나홋카까지 확장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시베리아 석유를 중국 다칭에 끌어들이기로 러시아측과 협의 중이던 중국은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2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이..

수난의 오벨리스크

이탈리아에 약탈됐다가 근 7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악슘 오벨리스크(사진)가 귀국 직전까지 `노심초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악슘 오벨리스크가 당초 오는 13일 에티오피아행 비행기에 실릴 예정이었지만, 악슘 공항에 레이더 관제시설이 없어 기상조건이 좋아질 때까지 좀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보도했다. 과거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이 약탈했던 악슘 오벨리스크는 높이 24m, 무게 160톤의 대형 석조물. 1700여년전 만들어진 에티오피아의 대표적인 문화재이지만 1937년 이탈리아 침공군에 약탈 당했다. 로마에 있는 동안 대기오염에 시달렸고, 지난 2002년에는 벼락을 맞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1947년 유엔의 권..

라니아왕비

예쁘지요? 지난 8일 바티칸의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장례식에는 중동 정치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했었지요.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사이에 미모의 여성이 끼어있어 조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바로 중동의 소국인 요르단의 왕비 라니아(35)입니다. 여성의 대외 활동이 제한된 이슬람 국가의 퍼스트 레이디로서는 극히 드물게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라니아 왕비랍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 유럽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남편인 압둘라2세 국왕보다 더 많이 화제에 오르곤 한다더군요. 라니아 왕비는 쿠웨이트에서 교육받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시티은행과 애플컴퓨터 요르단 지사에서 근무하다 1991년 왕세자였던 압둘라와 결혼을 했고요. 팔레..